소송



'열린책들 세계문학' 194권,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누군가 요제프 K를 모함했음이 분명하다. 나쁜 짓을 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날 아침 체포되었으니 말이다". 이 작품의 첫 문장이다. 어떤 대비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카프카의 주인공들. <소송>도 예외가 아니다. 주인공의 상태를 명백하게 드러내는데 거기에는 극단적인 당혹감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이 문장은 마치 탐정소설의 도입부와 같다. 하지만 주인공은 탐정소설 주인공과는 전혀 달리 위기에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엉뚱한 사건 전개를 보여준다. 그렇게 카프카는 손바닥 안의 개미 한 마리처럼 법이라는 거대한 존재 앞에 아무리 발버둥을 쳐봤자 결국은 순식간에 그 존재조차 의심받게 되는 인간의 모습을 아주 시니컬하고 엉뚱하면서도 디테일한 것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드러낸다. 어느 날 갑자기 체포된 요제프 K. 그는 영문도 모르는 소송의 이유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소송을 해결하려면 할수록 자꾸만 더 그 굴레로 속박되어 버리고, K는 혼자 그 미로 속에서 어쩔 줄을 모른다. 제어할 수 없는 꿈을 꾸듯 그렇게 상식과 다른 세계 속에서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곳으로 헤매는 K. 그를 속박한 죄는 그 정체를 철저히 숨기고 기묘한 방식으로 이끌며 K의 어떠한 접근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흐르고 문득 정신을 차린 K는 죄가 자신을 잠식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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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5.0
우리는 아직도 태어남에 동의하지 못했다.
장태준
3.0
서사와 인물이 보여주는 내재된 메타포를 텍스쳐하나로 유추하기에는 나에게 카프카 소설은 어렵다고 느껴진다.
최일섭
4.5
"누군가 요제프 K를 무고했음에 틀림없다. 그는 아무런 나쁜 짓도 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날 아침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갑자기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즉, 소송을 당하는 것이다. 왜, 무슨 죄로 그러한지 알길은 없다. 그저 그렇게 부조리하게 실존할 따름이다. 표면상 무죄판결이나 판결 지연을 받기 위해 변호사의 '개'가 되어 살 것인가, 아니면 실질적 무죄판결을 주장하다가 '개 같'이 죽을 것인가. 그러니까 자유는 어떻게 지속 가능한가. 법의 문을 지키는 문지기는 사기꾼인가, 진리의 수호자인가, 인간의 보호자인가? 법은 가정집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얼굴이 없다. K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계속 소외되며 불안을 쌓을 뿐이다. “도대체 인간이라는 사실이 어떻게 죄가 될 수 있단 말입니까?" 만약 실존의 문제가 세계에 던져진 인간의 몸 때문이라면, 특이점의 시대에 우리는 인간을 벗고 해방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영혼의 문제라면 법은 계속 문지기를 두고 우리를 시험할 터. 그런데 왜 숱한 물음과 의문을 사방에 던지면서도 법, 그 자체에는 의구심을 품지 않을까. 그것은 누구의 룰인가.
더블에이
5.0
1만개 버전으로 해석이 가능할 소설이 재밌기까지 하다니. 경이로움. 오래 곱씹어보고 싶다.
Fridaythe13th
5.0
허위가 질서가 된 세상에 내던져진 인간의 수난.
siwon.hage
3.5
카프카의 소설은 마치 말도 안 되는 배경을 칠해놓고 아주 작은 소품들은 극사실로 그린 것처럼 느껴진다. 당연히 그 그림은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겠지만, 충분히 수긍되는 공감의 아웃풋이라 작품을 즐기기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치 스콜세지 감독의 걸작, 특근에서 진행되는 방식과 유사한데, 실종자보다 조금 심심한 전개는 아쉽다. 아직 카프카의 작품을 몇 권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런 풍의 독보적인 형식은 나에게 위로를 건네주는데, 마치 환상소설을 읽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 강박을 가지고 있는 나처럼 이해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줄거리를 어느 정도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위안을 준다고나 할까. 이렇게 카프카의 이야기는 순간순간 떠오르는 감정에 만족하는, 특이한 책 읽기 경험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실생활 공감의 위력 말이다. 큰 그림은 크게 상관없다. 우리의 인생도 현재의 작은 조각들로 계속 이어지는 것 아닌가. K에게 닥친 일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지나고 나면 보잘것없다는 것과 사회적 동물이 겪어야 되는 필연적 사건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해하고, 나 자신 이외에는 그 누구도 타인에 대해 관심이 두지 않는다. 이 작품이 부조리와 전체주의적 비판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이젠 고독을 즐기자. 그만 좀 비교하고. — 여기저기서 박수갈채가 나올 만한 말이었는데, 모두가 잠잠했다. -59p
NW
4.5
삶이라는 거대한 법원. 가늠하기 어려운 근원과 구조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복종. 각자 주어진 역할에 대한 순종과 작은 일탈의 쾌감. 어김없이 다가와 무력하게 거두어 지는 생명.
qwerty
4.5
출구 없는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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