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프랑스 실존주의 작가이자 철학자, 선구적인 페미니스트였던 시몬느 드 보봐르가 미국을 여행하고 쓴 기행문이다. 넉 달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동안 미국에 초청을 받아 여러 대학과 학회에서 순회강연을 하게 된 보봐르는 이 때의 경험과 인상들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였다. 낯선 곳에 당도한 이방인의 긴장과 낯섦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1940년대 중반의 미국사회가 한 유럽지성의 눈에 어떻게 비추어졌는가를 단편적으로나마 고찰할 수 있다. 그녀의 미국 문화 바라보기는 지금도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특히 인종간의 갈등과 대립은 그녀가 미국 땅에 발을 내딛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두드러지는데, 그럴수록 보봐르는 이 벽을 깨기 위해 노력한다. 유색인종을 친구로 사귀고 나이트클럽, 카지노, 선술집과 같이 소외된 자들의 소굴을 찾아다니며 그녀는 단순한 관광객이 아닌, 미국의 실체.이면을 좀더 알려는 탐구자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또한 이렇게 소외된 자들과는 대조적으로 상류층 자녀들의 호화로운 일상 또한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녀가 강의하는 대학이 학생들은 주로 부유층의 자녀들이며 그들에게 정치나 사회문제는 전혀 관심 밖의 일이다. 독립적이고 진취적일 것이라 믿었던 미국 여성들조차 겉모습에 치중하는 등 그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렇게 그녀의 눈에 비친 미국은 먼 거리에 바라볼 때와는 사뭇 다르다. 그녀는 비평가로서 미국문화를 바라보았을 뿐만 아니라, 몸소 그 속에 섞여 들어가 미국인들의 삶 구석구석을 체험해보려고 애썼다. 프랑스인인 그녀에게 미국은 총체적인 '철학의 빈곤'과 '물질의 과잉'으로 규정될 수 있지만, 무언가 매혹적인 부분도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녀는 '미국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반반'혹은 '100분의 50'이라고 대답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35주년 기념 재개봉, 극장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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