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나의 주인님

전아리 · Novel
27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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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청소년문학상, 디지털작가상 대상 수상 작가 전아리의 소설집. 발랄하고 재기 넘치는 목소리를 넘어서 <앤> 등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심연을 들여다보기를 주저하지 않는 작가로 발돋움한 그의 이번 소설집에는 이효석 문학상 최종심에 들었던 '플러스마이너스'를 비롯하여, '작가 지망생', '오늘의 반성문' 등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각종 문학지에서 발표한 단편 8편이 실려 있다. 이번 소설집 주인공들은 모두가 폭력과 집착과 음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쾌락에 도취되어 있다. 이는 폭력을 가하는 자도, 폭력에 자신을 내맡기는 자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품은 독기를 모른 채 태연히 웃는 자들의 맑은 눈동자엔 '음표' 하나가 띄워져 있다. 그러나 그 음계는 음울하고 둔탁한 소리가 아니라, 지그시 누르면 파 혹은 라처럼 맑은 음계의 소리가 날 것 같은 청량함이다. '폭력'이라는 주제의 교집합으로 이뤄진 이 소설집은 폭력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손찌검 한번 한 적 없이 상대의 삶을 손아귀에 쥐고 뒤흔들거나, 폭력에 노출된 자신을 그대로 방치 혹은 아예 쾌락으로 받아들이거나, 교묘한 덫을 써서 살기 위해 도망치기도 한다. 트럼프를 ?d 펼쳐놓은 것처럼 닮되 각각의 모양과 색을 지닌 폭력의 모습은 작가의 손을 거쳐 각 작품마다 아름다운 결이 느껴지도록 다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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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작가 지망생 _ 007 오늘의 반성문 _ 035 재이 _ 073 플러스마이너스 _ 105 K 이야기 _ 139 쥐 _ 167 거울 속으로 _ 203 클럽 구즈 _ 233 해설 · 잠든 괴물을 깨워 잔혹극을 · 이소연 _ 252 작가의 말 _ 270

Description

가학과 피학의 충동으로 일그러진 인간 본성, 폭력의 미학과 해학이 폭발하는 8편의 잔혹 드라마! “전아리는 무엇이 우리의 몸을 뜨겁게 달구는지 아는 작가다” - 이소연(문학평론가) 제2회 세계청소년문학상과 제3회 디지털작가상 대상 수상 작가인 전아리가 새 소설집 《주인님, 나의 주인님》을 출간했다(은행나무 刊). 발랄하고 재기 넘치는 목소리를 넘어서 《앤》 등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심연을 들여다보기를 주저하지 않는 작가로 발돋움한 그의 이번 소설집에는 제12회 이효석 문학상 최종심에 들었던 <플러스마이너스>를 비롯하여, <작가 지망생>, <오늘의 반성문> 등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각종 문학지에서 발표한 단편 8편이 실려 있다. 이소연 문학평론가의 표현을 빌려 전아리에 대해 말한다면, “그는 ‘프로’다. 악덕과 광기의 리듬을 정교하게 조절할 줄 알고, 중독과 해독 사이에 걸쳐 있는 향락의 비밀을 일찌감치 알아버린” 작가이며 능수능란한 이야기꾼이다. 총천연색 이야기의 아릿한 맛 《주인님, 나의 주인님》의 주인공들은 모두가 폭력과 집착과 음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쾌락에 도취되어 있다. 이는 폭력을 가하는 자도, 폭력에 자신을 내맡기는 자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품은 독기를 모른 채 태연히 웃는 자들의 맑은 눈동자엔 ‘음표’ 하나가 띄워져 있다(<플러스마이너스>). 그러나 그 음계는 음울하고 둔탁한 소리가 아니라, 지그시 누르면 파 혹은 라처럼 맑은 음계의 소리가 날 것 같은 청량함이다. 겨울날 입안에 넣은 박하사탕처럼 싸하다 못해 오싹한 느낌의 묘한 기분을 소설집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소년은 가만히 건반을 눌렀다. 선명하고 깊은 음이 맑게 울렸다. 파, 혹은 라였을 것이다. 음이 작은 고막에 가 닿는 순간 소년 안에 숨겨져 있던 음표 하나가 물집처럼 툭, 터졌다. (<플러스마이너스>, 본문 107쪽) ‘폭력’이라는 주제의 교집합으로 이뤄진 이 소설집은 폭력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손찌검 한번 한 적 없이 상대의 삶을 손아귀에 쥐고 뒤흔들거나(<재이>, <플러스마이너스>), 폭력에 노출된 자신을 그대로 방치 혹은 아예 쾌락으로 받아들이거나(<오늘의 반성문>), 교묘한 덫을 써서 살기 위해 도망치기도 한다(<재이>, <작가 지망생>). 감춰놓았던 광기와 두려움은 거울 뒤편이나 지하, 혹은 더러운 외양의 쥐 같은 것들로 표현되는데(<거울 속으로>, <클럽 구즈>, <쥐>) 이처럼 트럼프를 촥 펼쳐놓은 것처럼 닮되 각각의 모양과 색을 지닌 폭력의 모습은 작가의 손을 거쳐 각 작품마다 아름다운 결이 느껴지도록 다듬어졌다. 이번 소설집을 계기로 “독을 다루는 여인”이란 별명을 얻은 전아리의 문학적 재능이 하나하나 발현된 작품집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이야기를 계속하기 전에 하나만 여쭤볼게요. 형사님이 살면서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건 무엇이었나요? 멋진 풍경이나 눈부시게 예쁜 여자, 감동적인 장면 같은 건가요? 그런 것들이 주는 감동은 황홀함과 평화로움, 혹은 아름다운 것 앞에 자신을 노출하며 느끼게 되는 가벼운 수치심 정도겠죠. 극한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치명적인 두려움을 동반해요. 그런 것들은 자신을 중심축으로 주변의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죠. 함께 있으면 쉽게 스스로를 잊게 되고, 종내에는 마치 아름다움이 내게서 비롯되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어요. 살이 흩어지고 뼈가 녹는 것도 모른 채 마냥 그 곁에 붙어 있게 되죠. 그건 말하자면, 공포예요. (<재이>, 본문 93쪽) 살아남고자 애쓰는 이들의 윤리 학교 폭력을 역설적으로 뒤집으며 오히려 그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오늘의 반성문>의 주인공 정필은 아버지와 학우들의 폭행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으려고 노력한다. 그 노력의 방법이란 불의의 폭력으로부터 도망가거나 전복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배에 꽂히는 주먹”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기서 작가 특유의 유머가 묻어나는데, 정필이 자신을 때리는 이를 사랑하기로 마음먹거나 좋아하는 여선생의 회초리질에 찔끔찔끔 쾌락을 느끼는 데서, 우리는 옅은 웃음이 얼굴에 번지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정필은 자신을 도와주려는 ‘닥터 홍’을 처음엔 경계했다가 나중엔 “완전한 마조히스트”가 될 수 있게 해준 그를 존경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존경하는 ‘닥터 홍’에게는 맞아도 좋다고 생각하면서 그의 눈빛에서 자신을 때리고 싶어 하는 욕망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닥터 홍이 내게 보였던 관심. 나를 향해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하면서도 안타깝게 스러지곤 했던 눈빛. 이야기를 강조할 때면 내 어깨를 옥죄며 짓누르던 손아귀. 나는 닥터 홍의 내면에 억눌려 있는 폭력성이 나를 향해 깃발을 흔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대가 닥터 홍이라면 나는 그 누구에게 구타당할 때보다도 더 기쁘게 얻어맞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오늘의 반성문>, 본문 69쪽) <K 이야기>의 소녀는 아버지가 사랑했던 남자를 사랑한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그는 자신의 것이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종종 여자의 모습으로 지낸다. 그의 아이를 가짐으로써 이제 완전한 남자의 여자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발톱에 장밋빛 매니큐어가 멀끔하게 발린” 남자와 서울로 떠나려고 한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녀는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녀는 아버지와 K가 알몸으로 뒤엉켜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싶었다. 아버지의 손이 그의 여성용 블라우스의 앞섶을 풀어헤쳤을 때 드러날, 판석 같은 가슴팍을 보고 싶었다. (<K 이야기>, 본문 150~151쪽) 기어이 그가 남자임을 확인하고자 했던 소녀가 결국 여자인 그를 없애버리고자 마음먹었다면, <작가 지망생>의 여자는 어리숙한 전당포집 주인에게 빼앗기는 척 훔쳐온 장물을 팔아먹은 좀도둑 같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 있었던 불행의 흔적을 애써 지우기보다 그것을 이용해 살아남는 방법을 도모한다. 나는 알을 밴 물고기처럼 불룩한 속주머니를 발견했다. 주머니를 열자 한 움큼의 임신테스트기가 나왔다. 테스트기는 모두 같은 종류였다. 하나같이 붉은 선이 두 개였고, 오래된 듯 막대가 누렇게 바래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군인의 장비 주머니에 담긴 총탄처럼 비장해 보였다. 이 총탄에 맞으면 누구든 녹다운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지망생>, 본문 33쪽) 작가가 만들어낸, 살아남고자 하는 이들의 눈빛과 윤리는 이렇듯 독기를 품었지만 완전히 모질지는 못한 처연한 빛을 띤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폭력의 미학과 해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표제작을 따로 정하지 않고 ‘주인님, 나의 주인님’이란 제목을 붙인 것도 피학에 심취하거나, 핍박받으면서도 저항하지 않는 인물들의 내면을 반영, 혹은 비꼬는 제목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균열의 틈으로 고개를 비죽이 내민 괴물들의 이야기 다른 이에게 폭력을 가하는 이들의 쾌락은 어둡고 은밀한 빛을 가졌다. 반대로 제 몸뚱이 하나로 모든 걸 받아내는 이들의 고통은 살포시 화려한 빛을 낸다. “한낮의 세계”에 속하지 않은 이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모두 “한 줌의 향유”를 좇는다는 것이다. 폭력에서 오는 쾌락은, 곧이어 그 대상이 가진 리볼버에서 뿜어져 나올 총알처럼 불안으로 변하고(<플러스마이너스>, 살인 도구로 키웠던 지하의 괴물이 자신을 덮치지 않을까 싶어 내다 버리려 한다(<재이>). 불안에서 오는 광기는 자멸이든 파멸이든 기어이 결말을 맞이하며, 점차로 소설 속 세계에 균열을 만든다. 균열의 틈으로 고개를 비죽이 내민 괴물들의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다. 이에 이소연 문학평론가는 전아리의 소설을 해설하며 ‘독’ ‘괴물’ 등의 단어를 소환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야기는 당신은 해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