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나는 프랑스에 산다

박윤선 · Essay/Comics/Humanities
1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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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테러, 전쟁, 박해, 그리고 광장의 촛불. 모두가 이방인이 되기를 원하는 시대, 이방인을 자처한 만화가의 눈에 비친 지금 이 세계와 사람들.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닥치는 대로 일해도 만족스럽지 않은 인생이 계속될 거라는 생각에 한국을 떠난 만화가, 즉 작가 자신의 이야기다. 스스로 이방인이 된 그는 각기 다른 이유로 떠나고, 떠나오는 이방인들의 삶을 바라본다. 신문과 텔레비전에서 접하던 ‘딴 나라 이야기’가 아닌 ‘어느 동네에 사는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가 사는 세계에 무관심한 청년과 청소년 독자들을 일깨운다. 자기 삶의 속도와 방식을 선택하기 어려운 시대에 떠밀리듯 살며,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가’를 되묻는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는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에게 깊이 공감하는 이 ‘낯선 경험’은 그 자체로 독자들에게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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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프롤로그 1 아르메니아인 L 2 포어 선생님 3 F와 나 4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 5 하르키 할아버지 6 피아노 7 사라진 사람들 8 길에서 만난 사람들 9 점 10 한국에서 본 사람들 11 지금, 나는 에필로그

Description

사람들은 떠나고, 죽고, 죽이고, 사라진다. 금방 망할 것 같은 세상은 아직 그대로다. 어딘가에 무언가 꼭 있으리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어디서든 나는 그냥 나여도 괜찮지 않을까. 지금, 한국 젊은 독자들에게 ‘공감’이라는 위로를 주는 책 내 능력을 증명하고 싶어서 닥치는 대로 일했다. 돈은 적당히 벌었지만 그림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느 순간 내 인생이 계속 그럴 거라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그렇다고 다른 길을 보여 주는 이도, 닮고 싶은 인생을 사는 이도 주위에 없었다. 어딘가에 무언가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 한국을 뜨고 싶었다. (25쪽) 한국 나이로 스물아홉, 만화가는 만화 창작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신청해 불쑥 프랑스로 떠났다. 그곳에 남겠다든가 언제 돌아오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물론 ‘그 나이에 딱히 목적도 없이 2년이나 한국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불안했다’(프롤로그). 그러나 딱히 만족감도 없는 인생이 내내 계속되는 것이 더 두려웠기에 떠날 수 있었을 것이다. 왠지 남다른 세계를 가졌을 것 같은 만화가의 두려움은 ‘늘 가슴 한쪽에 사표 한 장쯤 품고 산다’는 직장인과 ‘준비 완료’를 외쳐 줄 타인을 찾아 몇 년째 준비만 하는 취업준비생, 입학과 동시에 예비 취준생 대열에 세워지는 대학생의 두려움과 다르지 않다. 그 공감은 2016년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이어진다. 탄핵 반대 집회 사진들을 자주 찾아보았다. 저들은 누굴까. 나는 내가 애국자라 생각하지 않으니, 저리 되진 않겠지? 꼭 그 ‘애국’의 문제만은 아닐 테니, 나중 일을 누가 알까. 그러다 문득 ‘국가’란 내가 마음을 정하기도 전에 무조건 사랑해야 하는 것으로 정해진 이상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국가와 관련된 것들이 그렇게 거슬렸나 보다. 어쩌면 필요 이상으로 피해 다닌 것 같다. 여전히 국가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적어도 애증은 떼고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애꿎게 미워한 다른 관계들도.(92-93쪽) 큰 애국심이 없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강요받는 듯한 부담감,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묘한 우울함. 한국 청년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사회와 나의 관계’에 대한 고민은 2016년 겨울을 한국에서 보내지 않은 청년에게도 예외 없이 찾아왔다. 그러나 만화가는 그렇게 떠나고 싶던 한국의 촛불을 바라보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희망을 발견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대단히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어딘가는 없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우리가 바란 것은 타인이 제시하는 이상적인 삶이 아니라, 바로 이 책의 화자처럼 똑같이 고민하고 주저하는 누군가 있다는 사실이다. 동시대 ‘사람들’을 바라보다 『아무튼 나는 프랑스에 산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러시아에서 자라 그곳에서 일했지만 미래를 위해 프랑스로 망명하려는 아르메니아인, 내전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 고국을 떠났지만 ‘영구 귀국’이 아니면 평생 가족을 만날 수 없는 망명자, 일제 강점기에 이주한 후 일방적으로 국적이 취소된 재일교포들……. 그리고 자신이 ‘하르키’임을 자랑스러워하는 할아버지가 있다. 알제리 독립 전쟁에 적국인 프랑스군으로 참전했다가 두 나라에서 모두 외면당한 알제리인 ‘하르키’. 알제리가 독립한 뒤 알제리에 남은 하르키들은 살해됐고, 프랑스로 간 하르키와 그 가족들은 십여 년이나 수용소 생활을 해야 했다. 그(하르키 할아버지)는 한참 전쟁 이야기를 했단다. 사람들이 어떻게 죽어 갔는지를. 그분에게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듯하다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민족의 배신자일 하르키 할아버지의 인생을 나는 판단할 수 없다. (41쪽) 만화가는 이방인들을 지켜보고, 그들의 사연을 전한다. 사회, 역사, 정치를 아우르는 글이 따분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만화가가 말하려는 것이 ‘정보’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읽은 역사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동네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삶에 새겨진 역사를 따라가는 과정은 출발점만큼이나 ‘이해의 깊이’도 다르다. 만화가는 대단한 지식이나 철학을 내세우지 않고도, ‘타인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준다. 독자들은 이 책 속에서 이제껏 알고 있던 단편적인 기준, 인종이나 민족, 국가로는 규정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단순히 ‘해외토픽’이나 ‘시사상식’이 아니라, 나와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삶’을 알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아무튼 나는 프랑스에 산다』는 성인은 물론 청소년 독자들까지 부담 없이 읽고, 오늘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해 이해할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금방 망할 것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 시리아 난민, 빠리와 브뤼셀, 런던 등에서 벌어진 테러들, 체첸과 러시아의 갈등, 원전 폭발 사고…. 이 책은 수십 년 전부터 올해까지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비극을 담았다.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고 테러 희생자를 애도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만화가는 그 비극을 계기로 세계 곳곳의 갈등에 대해 알아보지만 그럴수록 의문은 늘어 간다. ‘억압에 대한 저항이라면 그 테러들은 정당한가? 그렇다고 민간인을 죽여도 되나? 군인들끼리 죽이는 건 괜찮은가?(83쪽)’ 난민 수용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받아들여도 괜찮을까? 받아들이지 않는 것보다는 나은가? 누구도 명확한 정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들을 고민하며 만화가는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한다. 이를 테면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먼 곳에서 오는 물건을 사지 않는 것 등이다. 그조차 단순하지는 않다. 나처럼 멀리 나와 사는 외국인들은 괜찮은 건가 싶어졌다. 왜 떠나온 뒤에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이러다 외국인 싫어하는 외국인이 돼 버리는 거 아닐까? 그러다 그냥 남들은 몰라도 나는 내 일상에서 조심하고 살자는 생각으로 마무리했다. 많게든 적게든, 살아 있는 우리는 다 죄를 짓기 마련이고 저지르는 죄도 다 다르니, 한 가지 기준으로 모두를 묶을 수는 없는 거라고.(68쪽) 역사 이래 사람들은 늘 싸우고 죽여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망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전을 막겠다고 자기 집 냉장고 코드를 뽑는, 귀여울 정도로 소박한 행동을 실천해 온 사람들이 늘 어딘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프랑스에 산다』는 국가나 사회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나 희망을 강요하기보다는,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지혜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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