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맨

심재천
28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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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한 심재천 작가의 장편소설. 청량리 뒷골목 갱으로 살아가던 한 남자가 운명의 기로에서 행한 단 한 번의 선택으로 180도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다. 짧게 다시 말해, 갱으로 살던 한 남자가 대학생이 되는 이야기랄까. 첫 소설 <나의 토익 만점 수기>가 너도나도 토익 점수에 목숨 거는 이 땅의 딱한 현실을 코믹한 모험기로 풀어냈다면, <젠틀맨>은 한 남자가 갱에서 대학생이 되는 과정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정상인의 삶'이 어쩌면 지극한 우연으로 완성된 건 아닌지, 그렇다면 지금의 '너'와 지금의 '나'를 가르는 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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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학 2. 신촌

Description

출생의×비밀×액션×코미디×로맨스×누아르×반전×최고의×엔터테인먼트×소설!!!!! 1억원 고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 《나의 토익 만점 수기》 작가 심재천 소설가의 7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2011년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한 심재천 작가의 장편 《젠틀맨》이 출간되었다. 청량리 뒷골목 갱으로 살아가던 한 남자가 운명의 기로에서 행한 단 한 번의 선택으로 180도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다. 짧게 다시 말해, 갱으로 살던 한 남자가 대학생이 되는 이야기랄까. 첫 소설 《나의 토익 만점 수기》가 너도나도 토익 점수에 목숨 거는 이 땅의 딱한 현실을 코믹한 모험기로 풀어냈다면, 《젠틀맨》은 한 남자가 갱에서 대학생이 되는 과정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정상인의 삶’이 어쩌면 지극한 우연으로 완성된 건 아닌지, 그렇다면 지금의 ‘너’와 지금의 ‘나’를 가르는 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나는 담배를 피우며 곱창집 풍경을 멀거니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저들과 난 다른 인간인가, 잠시 생각해보았다. 만약 다르다면 어디가 어떻게 다른가. 저들도 행복이라든가 성공을 간절히 원할 텐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남을 때리거나 나이프를 들기도 하는가. 한 인간의 성격과 기질, 소속을 결정하는 건 무엇일까. 저쪽과 나 사이엔 4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가로놓여 있는데 양쪽을 구분해주는 건 그것뿐인가.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러나 속 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다가 맨홀 구멍에 꽁초를 넣고 계단을 올라갔다. _본문 중에서 물론, 여전히 ‘재미’있고 ‘코믹’하면서도 ‘누아르’ 넘치게. 중앙장편문학상 심사 당시 7명의 심사위원들에게 “너무 잘 읽히는 거 아니냐”는 우려 섞인 칭찬을 받았던 7년 전이 바로 지금인 양, 《젠틀맨》은 여전히 엄청나게 재미있으며 잘 읽힌다. 7명의 심사위원이 이 소설을 또 읽는다면 아마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두 번째 장편마저 이렇게 잘 읽히는 건 사기 아니냐” 하고. 지금의 나를 여기 있게 한 건 우연일까, 필연일까? “그래서, 당신은 젠틀하십니까?” ‘출생의 비밀×액션×코미디×연애×누아르×반전×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는 카피에 걸맞게 《젠틀맨》은 무척 흥미로운 소설이다. 하지만, 그저 재미만 있는 작품은 아니다. 이 소설에는 우리의 내면을 건드리는 미묘한 질문이 숨어 있다. 바로, 지금의 나를 여기 있게 한 게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어느 날, 주인공 남자는 그 지역 보스의 생일 파티에 집합되어 당구장으로 불려간다. 그리고 형님들의 잔심부름을 하던 중 한 형님의 심부름으로 피에르가르뎅 양말을 사러 편의점에 가게 된다. 서울은 국제도시다. 인구 1000만에 올림픽이 개최됐고, 롯데월드가 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도처에 깔려 있으며 나이키와 아디다스 매장이 즐비하다. (…) 나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런 세계적인 도시에서 검은색 피에르가르뎅 양말을 찾는 게 이토록 힘들 줄은. _본문 중에서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양말을 사서 당구장으로 돌아온 남자는 참으로 기이한 광경과 마주하고야 만다. 끙, 기합을 주면서 당구장 출입문 셔터를 올리자 깜깜한 실내에서 오싹 한기가 흘러나왔다. 그냥 일상적인 찬 공기가 아니라 한밤중 영안실이나 시체 보관소처럼 테마가 있는 냉기였다. 이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아까 내가 나올 때만 해도 실내는 후끈했었다. 온풍기가 돌았고, 오십 명이 넘는 사나이들이 껄껄 웃으며 뜨거운 숨결을 내뿜고 있었던 것이다. 3월 중순인데 이렇게 빨리 공기가 식을 수도 있나, 의아해하면서 나는 벽면 스위치를 올렸다. 타다닥 메뚜기 튀는 소리와 함께 형광등이 차례로 켜졌다. 그리하여 나는 1996년 3월 13일 수요일 밤 11시 52분의 청량리 큐 당구장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지옥이라 할 만한 광경이었다. _본문 중에서 그 순간, 남자는 자신의 두 손에 들려 있는 권총과 학생증을 내려다본다. ‘남자’는 ‘서늘한 리얼리티’를 느끼고, 자신을 둘러싸고 일렁이는 빛무리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빛이 가능성이라는 걸 깨닫는다. 남자에겐 어떤 일이 생긴 걸까? 남자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 선택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아니면 자기의 ‘의지’일까? 남자의 선택을 지켜보며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선생님 말 잘 듣고, 꾹 참고 필기를 하고, 교과서를 외우고, 수능 시험을 잘 봐서 대학생이 되고, 그래서 그럴듯한 회사에 취직을 하고, 월급을 받고, 대리, 차장, 과장, 부장으로 승진하고, 비슷한 사람을 소개받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그 비슷하게 키우는…….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이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하며 차갑게 인식했듯 우리는 《젠틀맨》을 읽으며 우리 자신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혹시 우리는, 지극히 사소한 우연, 매우 희박한 확률, 기가 막힌 행운으로 소위 ‘정상인의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 경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얇고 빈약하고 또 물렁물렁하진 않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인생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걸로 놀라서는 안 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모든 인생이 계획한 대로 딱딱 맞아 돌아가진 않으니까. 《젠틀맨》에서 말하는 인생이란, 아마도 그런 것이진 않을까? ‘정상’이나 ‘보통’, 혹은 ‘비정상’이라는 말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인생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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