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그게 단 하나의 진짜 질문이다,
라고 나는, 결국, 생각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뛰어넘는 파격!
영국 문학의 제왕 줄리언 반스가 쓴
단 하나의 연애소설
★★★★★ 맨부커상 수상 줄리언 반스 최신작
★★★★★ 아마존 이달의 책,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 전 세계 29개국 판권 계약
“파국에 이른 사랑은 기억으로 바뀐다”
때론 격렬하게, 때론 냉철하게
사랑의 시작과 끝을 되짚는 깊고 서늘한 통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문학의 제왕 줄리언 반스의 신작 장편소설. 매번 자신의 작품을 뛰어넘으며, 최신작으로 “힘의 절정에 선 소설가”라는 극찬을 받은 줄리언 반스의 『연애의 기억』은 막 어른이 되려 하는 19세 청년과 오래전부터 어른이어야 했던 48세 중년의 여인, 그들이 나눈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깊은 슬픔과 심오한 진실을 관통하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소설은 이제 일흔 즈음에 접어든 남자가 50여 년 전 예기치 않게 자신의 첫사랑과 맞닥뜨린 일을 돌이키며 시작한다. “제정신이 아닐 정도의 자신감”을 지닌 남자와 “다 닳아버린 세대”를 지나고 있는 여자, “선택할” 수도 “제어할” 수도 없는 감정이 두 사람을 몰아붙이던 순간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첫사랑은 삶을 영원히 정해버린다”라는 그의 독백처럼 그들의 이야기는 시간과 장소, 사회적 환경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일인칭”으로 벌어져 오래도록 남을 단 하나의 기억으로 깊숙이 자리잡는다.
우리 대부분은 할 이야기가 단 하나밖에 없다. 우리 삶에서 오직 한 가지 일만 일어난다는 뜻은 아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건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야기로 바꾸어놓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최종적으로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다. 이건 내 이야기다. -본문 중에서
세 개의 장으로 나뉜 소설에는 독특하게도 각 장마다 다른 시점이 등장한다. 첫 번째 장에서 주인공 폴은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1인칭으로 그곳에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을 기꺼이 마주하지만, 두 번째 장에서는 행복이 사그라드는 자리에 파고드는 고통을 때때로 2인칭으로 물러나 지켜보듯 덤덤하게 읊조린다. 마지막 장에서는 점점 더 고통스러운 상황들이 이어지고, 급기야 3인칭으로 한 발 더 물러서 최대한 먼 거리에서 쓰디쓴, 한편 안심이 되는 진실을 향해 조용히 다가간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야기” 중 그들의 삶에서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단 하나”의 중요한 이야기로 자리잡은 이 사랑 이야기는 우리의 기억 저편에 깊고도 서늘하게 자리한 저마다의 단 하나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며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사랑은 그에게 완벽한 재난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도”
이 이야기는 감당할 수 없는 헌신에 대한 날카로운 정산이다
얼마나 사랑할지, 제어가 가능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제어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대신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는 모르겠으나, 사랑만은 아니다.
-본문 중에서
1960년대 초 열아홉 살의 대학생 폴은 여름 방학을 보내기 위해 런던 교외의 본가로 돌아온다. 어머니의 권유로 테니스클럽에 참가하게 된 폴은 파트너로 수전 매클라우드를 만난다. 자신감 넘치고 위트 가득한 그녀는 그의 두 배는 나이를 먹었고, 그의 나이 또래의 두 딸이 있는 결혼한 여자다. 그녀는 그의 눈에 훌륭한 테니스 파트너이자, 가장 이야기가 잘 통하는, 영국 중산층의 허울 좋은 가식을 함께 비웃을 수 있는 단 한 명의 특별한 사람으로 보인다. 폴은 급속도로 수전에게 빠져들고, 수전 또한 폴에게 깊은 애정을 느낀다. 수전의 남편이 그녀에게 수시로 폭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폴은 그녀를 구해내기 위해 애를 쓰고, 수전이 모아둔 자금으로 두 사람은 각자의 가족을 떠나 런던에 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에 이른다.
두 사람만의 세상,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고 해가 거듭되며 서서히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수전은 혼란을 이기지 못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폴은 자신과 함께하면서도 행복하기보다 점점 더 고통 속으로 이끌려 들어가는 그녀를 지켜보며 사랑이라는 것의 의미가 대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내내 고투한다.
“그는 자살을 하는 사람처럼 사랑에 빠졌다.”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의미에서는 통하는 데가 있었다. 그는 수전과 함께 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를 떠나서 별도의 삶을 확립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다시 그녀와 함께 살러 돌아갔다. 용기였을까 겁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불가피했던 것일까?
-본문 중에서
폴은 자신의 강렬했던 단 하나의 기억, 온 인생을 뒤흔든 첫사랑의 기억을 조심스럽게 되짚는다. 어떻게 그들이 사랑에 빠졌는지, 어떻게 그가 교외 중산층의 보장된 미래를 내던지고 그녀가 의미 없는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 두 사람이 함께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서서히 두 사람이 돌이킬 수 없는 거리까지 멀어지게 되었는지. 서로에 대한 감당할 수 없는 헌신은 결국 두 사람을 돌이킬 수 없는 고통 속으로 밀어넣고 말았지만, 그의 노트 한쪽에는 썼다 지웠다 다시 쓴 흔적과 함께 이런 문구가 남아 있었다. “한 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는 것보다는 사랑하고 잃어본 것이 낫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연애의 기억』까지
기억, 그 너머에 갇힌 또 하나의 이야기
행복한 기억과 불행한 기억 가운데 어느 게 더 진실할까?
- 본문 중에서
『연애의 기억』은 기억과 사랑에 대해 다룬다는 점에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와 평행선상에 놓인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모호하게 암시하고 만 주인공 토니와 에이드리언, 베로니카의 엄마 사라의 관계를 기어이 파고들어 “단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해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두 이야기 다 나이 든 남자가 자신의 삶을 되짚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두 주인공이 자신의 기억에 접근하는 방식은 꽤나 다르다. 전작의 주인공 토니가 완전히 잘못된 기억을 떠올리는 반면, 폴은 좀 더 현실을 직시하며 고통스러운 순간을 마주한다. 토니가 부주의했다면, 폴은 단지 무심한 것으로 보이는데, 바로 그 점이 우리를 보다 충격에 빠뜨린다. 하지만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1인칭 화자가 되짚어가는 두 이야기 속에 부재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다.
이렇게 이 매혹적인 이야기 속을 돌아다니다보면 어느 순간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즉 이 이야기가 복잡하고 섬세해질수록,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블랙홀, 즉 또 하나의 이야기의 부재(不在)가 점점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것은 사랑의 이야기이니만큼 두 사람, 두 개의 축이 있는 것이 분명한데,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사람의 이야기뿐이며, 또 한 사람의 이야기는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또 한 사람, 정말로 고통스러웠을, 어떤 면에서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보다 훨씬 고통스러웠을 또 한 사람의 이야기를 상상해볼 수밖에 없는데, 마치 그 고통이 너무 커서 언어화될 수 없다는 듯, 부재하는 이야기는 새까만 슬픔처럼 우리의 상상을 빨아들여 가루로 빻아버린다?물론 거기에 슬픔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도, 이 이야기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만큼이나 허전한 노릇이기는 하지만. -옮긴이의 말 중에서
『연애의 기억』에서 주인공의 기억 너머 또 하나의 이야기, 말해질 기회조차 얻지 못한 그녀의 이야기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보다 더욱 고통스럽게 다가오는데,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