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탄

야스미나 레자
1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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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라보는 조금 다른 시선이 야기한 가족 안에서의 갈등과 불화를, 그로 인한 고독과 삶의 무상함을 작가 특유의 냉소와 풍자를 동원하여 흥미진진하게 변주한 소설이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 대한 비탄이 책 한 권을 채우고 있는데도 인간에 내재해있는 한계에 대한 냉정하고 암울하면서도 희극적인 시선이 우리의 마음을 흔든다. <아트>, <대학살의 신> 등의 희곡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프랑스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야스미나 레자는 20대부터 몰리에르상, 로렌스 올리비에상, 토니상, 세자르상 등을 석권한 극작가답게, 주인공 사뮈엘의 긴 독백을 통해 삶이라는 실존적 코미디를 한 편의 연극처럼 소설로 펼쳐 보인다. 레자는 1997년에 발표한 첫 소설 <함머클라비어>를 필두로 1999년에 이 작품 <비탄>, 2013년 현장감 있는 오늘날의 커플에 대한 고찰과 인간 조건의 탐색이 돋보이는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들> 등을 발표했고, 2016년 필멸의 삶속에서 좌충우돌하는 인물들 간의 연대성에 주목하는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장 리노?>로 르노도 상을 받았다. 그중 이 작품 <비탄>은 뮤진트리가 네 번째로 국내에 출간하는 레자의 소설로, 짧은 소설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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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탄 - 9 옮긴이의 말 - 179

Description

가족 안에서의 갈등과 불화를, 그로 인한 고독과 삶의 무상함을, 긴 독백으로 풀어낸 탁월한 실존적 코미디. 너 내게 ‘행복’이란 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좀 설명해주렴. 일흔 살을 넘긴 한 사내가 아들에게 이야기한다. 그의 아들은 행복한 젊은이이다. 누나가 보기에는 행복해 보이는 동생이고 새엄마 눈에는 이제야 아버지로부터 벗어나 제 길을 찾아가는 아들이고 이웃들 눈에는 요즘 트렌드대로 자유롭게 사는 젊은이이다. 그런 아들과 불화하는 사람은 오로지 이 책의 주인공 사뮈엘뿐이다. 서른여섯 살의 그 아들은 하릴없이 세계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아주 오랜만에 집에 다니러 온 참이다. 사실 사뮈엘이 불화하는 건 아들뿐만이 아니다. 하나뿐인 딸, 두 번째 아내 낭시, 가정부 다시미엔토 부인, 이혼한 첫 아내, 오랫동안 좋은 친구였던 아르튀르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 중 절반 이상과 불화한다. 그가 좋아하는 것도 있다. 자신의 전부인 정원, 단 한 시간이라도 뭔가에 홀린 상태로 살고 싶은 격렬한 감정, 조바심을 내며 욕망해야하는 삶, 목숨을 걸고 뭔가를 창조하고 싶은 기개, 바흐의 <푸가의 기법> 중 콘트라푼크투스 14번, 그리고 삶의 마지막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주느비에브의 웃음소리. 일상의 평범한 사건들 속에서 삶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 레자는 이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개인 간의 소통과 공감의 부재, 그로 인한 소외와 고독을 소설의 언어로 박진감 있게 풀어놓는다. 레자의 작품에 등장하는 화자들은 설령 범죄자라 하더라도 기꺼이 귀를 기울여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사뮈엘 역시 시종일관 못마땅함을 드러내고 실망을 토로하고 한숨 쉬며 투덜거린다. 세속적인 성취에 무심한 채 유유자적 세상을 떠도는 아들도 마뜩찮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조간신문을 읽고 말리의 불법체류자들을 돕는다고 나서는 아내가 못마땅하며, 파리에 살면서 이스라엘에 아파트를 사고 유대인 트레킹 클럽에 가입하는 친구와 사위를 비난하고, 가정부 다시미엔토 부인과 자신은 속한 층이 다르다며 차별적인 발언을 겁내지 않는다. 그가 위악적으로 말하는 것뿐인지 실제로 괴팍하고 악한지 판단하는 것은 독자 몫이다. 그가 아들에게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혼자 170여 쪽 내내 떠들어대는 동안 아들은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는 대답 없는 아들에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매일같이 그를 조여오는 세상에 대하여, 그 조여듦에 맞서 끊임없이 싸웠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시작부터 진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쟁은 그게 어떤 거든 안락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점차 영역을 넓혀가는 죽음에 관하여, 삶의 어떤 시기에 갑자기 닥치는 낙담에 대하여, 그것에 맞서 싸우기 위해 머리를 염색했다고 털어놓는다. 세상은 자기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다고, 한 사람의 고독과 또 한 사람의 고독을 연결하는 다리 같은 건 정말 드물다고, 욕망과 관계된 것은 모두 절박하고 무한하다고 엄살을 부리는 것도 불사한다. 그는 어떻게든 아들의 반응을 끌어내려 애쓰지만 아들의 눈 속에서 몰이해를 읽고 그 자신의 노쇠를 읽는다. 그래서 마음먹는다. 몇 십 년 만에 우연히 꽃 관련 행사장에서 만난,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가 사랑했던 여자 주느비에브에게 이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기로. 인간의 심리를 깊이 이해하는 레자식 은유와 통찰이 돋보이는 이 모놀로그는 기본적으로는 섬처럼 따로따로 존재하는 사람들 간의 고독에 관한 것인 동시에, 기성화 된 도덕에 대한 꼭 필요한 비판이기도 하다. 레자는 사뮈엘이라는 사내를 통해 우리의 관심을 끌고 우리를 주인공의 의식 속으로 이끌면서 계속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든다. 긴 독백으로 풀어내는 이 책 <비탄> 속의 이야기는 나이듦과 분노에 대한 호소력 있고 세련된 탐구이자 탁월한 실존적인 코미디이다. <뮤진트리에서 펴낸 야스미나 레자의 책> 《함머클라비어》 이십대 후반에 이미 극작가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를 받은 작가가 마흔 즈음에 발표한 단편소설집. 자신과 주변의 인물들을 바라보며 일상의 삶 속에 포진된 무상성無常性, 체념의 결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들》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18명의 인물을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공기 같은 가벼움과 기품과 세련미와 위트로 풀어낸 소설. 행복이란 무엇인가? 종양처럼 삶을 조금씩 잠식해가는 타성과 체념 속에서 사랑을 말할 수 있는가?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장 리노?》 2016년 르노도 상 수상작. 상실감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초상을 범죄 소설 형식으로 풍자한 소설. 디너파티의 수다처럼 가볍지만, 서늘한 아포리즘이 빛나는 문장들. 그리고, 툭 건드려오는 삶의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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