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고 설렁설렁 이웃 새 관찰하기
도시에 사는 평범한 주부의 일상이 ‘새’라는 마법에 걸려 특별해졌습니다.
산책하다가 우연히 들여다본 오리에 푹 빠진 저자가 이후 이웃에 사는 여러 새를 가슴에 담고 사랑하는 나날을 잔잔하게 기록한 그림 에세이입니다. 저자가 새를 바라보는 방법은 조금 미지근하고 서툴며, 새 관찰이라기보다는 어슬렁어슬렁 동네 산책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에 이 책은 자연관찰이 꼭 거창하거나 전문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힘을 빼고 설렁설렁 동네를 오가며 이웃 생물을 관찰하는 일은 저자에게 그랬듯 우리에게도 특별할 것 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마법 가루가 되어 줄지도 모릅니다.
넘치는 열정 대신 잔잔하고 꾸준하게
풍부한 지식 대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새를 바라보고 그리고 이야기합니다.
새를 관찰한다고 하면 커다란 망원렌즈와 쌍안경을 메고 멀리 오지로 떠나 위장 텐트 속에 숨어 몇날 며칠을 지내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많은 사람이 생물을 관찰하려면 이렇듯 거창한 채비를 하거나 큰맘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런 선입견이 자연 관찰을 망설이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참새, 비둘기, 까치 정도만 알던 저자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에서 처음 만난 오리를 눈여겨보기 시작합니다. 그 오리 이름이 궁금해서 도감을 사고,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다른 새도 살피다 보니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새가, 생물이, 다른 세상이 잔뜩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합니다.
이전에는 몰랐던 세상을 만난 뒤로 저자는 창밖을 내다보는 일이 잦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도 그냥 들어오지 못하며, 장보러 가는 길도 즐겁습니다. 추운 겨울 먹이가 부족한 새들이 걱정되어 창틀에 살짝 새 모이도 놓아둡니다.
저자는 이 책을 “미지근하고 서투른 새 사랑을 다룬 책”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자연을 관찰하는 일, 우리 주변에 더불어 사는 무수한 생물을 알아보고 이해하는 일은 그 ‘미지근하고 서투른 사랑’에서 비롯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우리 눈을 트이게 하고 시각을 넓혀 주며 지금까지는 몰랐던 종류의 행복을 안겨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