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면 이상하고 사랑스러운 세계가 당신을 기다린다 ―10만 팔로워의 마음을 사로잡은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의 도시 관찰기 뉴스를 볼 때마다 세상이 싫어진다. 온갖 혐오와 이기심이 만연하고, 기후 위기로 지구는 곧 망해버릴 것만 같다. 나라는 존재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무력감이 들 때, 이다는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간다. 10만 팔로워의 사랑을 받아온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의 신작 『이다의 도시관찰일기』는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에서 발견한 관찰의 기쁨을 도시로 확장한 책이다. 전작에서 계절을 통과하는 나무와 풀, 새와 곤충의 작은 움직임을 섬세하게 따라가던 시선은 이제 거리와 사람, 사물과 공간이라는 익숙하고도 새로운 무대로 향한다. 두 발로 걸으며 눈으로 보고 손으로 기록하는 방식은 그대로지만, 자연보다 차갑고 복잡해 보이는 도시에서 관찰의 촉은 더욱 예리하고 정밀해진다. 빌라촌의 화단, 버스 안, 좁은 골목, 오래된 상점 등 무심하게 지나치던 장소도 이다의 시선을 통하면 익살스럽고 기이하며 때로는 뭉클하고 웃긴 이야기의 무대로 다시 태어난다. 익숙한 풍경이 뜻밖의 이야기로 말을 걸어올 때 ―무뎌진 감각을 되살리는 사려 깊은 시선 이 책은 관찰이 어떻게 연결의 시작이 되는지, 어떻게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이어지는지 유쾌하고 다정하게 보여준다. 이다는 단순히 ‘보는 일’에 그치지 않고 하나하나의 장면 뒤에 감춰진 이야기를 상상한다.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와 관찰을 시작하면 그동안 몰랐지만 늘 제멋대로 살아 있던 풍경들이 하나둘씩 얼굴을 드러낸다. 초등학교 앞 메타세쿼이아 가지에 걸려 있는 의문의 열쇠, 돈은 한 푼도 쓰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치솟는 분노가 더해져 예술성이 폭발해버린 주차금지 설치물, 버스 안을 순식간에 오페라 공연장으로 바꿔버리는 기사님……. 자세히 들여다본 도시는 이따금 기묘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우며, 자주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그 장면들을 향한 응시는 세계를 이해하려는 작은 몸짓이 되고, 아무것도 아니던 풍경에 특별한 의미가 스며든다. 있는 듯 없는 듯 흘러갈 장면들도 그의 시선을 거치면 저마다의 표정과 이야기를 갖게 된다. 나와는 무관해 보이던 세계와 단단히 이어지는 감각이 조금씩 자라난다. 그렇게 액정화면 너머 뉴스와 SNS로 접하던 거대하고 무정한 세상은 다시 생생하게 살아 있는 거리와 사람들의 얼굴로 다가온다. 관찰은 단순히 ‘보는 방식’을 넘어 무력감과 단절의 시대를 살아내는 하나의 태도가 된다. 이렇게 수집된 풍경들은 작가 특유의 문장과 그림을 통해 한층 더 생기를 얻는다. 미끄러지듯 흐르다 어느 순간 튀어오르는 문장은 도시의 리듬과 닮아 있고, 거리의 생동과 고단함, 감정의 파편들이 유머러스하고도 날카로운 언어로 펼쳐진다. 풍성하게 수록된 섬세한 일러스트는 텍스트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작은 디테일까지 담아내고, 곳곳에 실린 작가의 관찰일기 원본은 현장의 공기까지 생생하게 전한다. 이렇게 표현된 이다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독자 역시 자기만의 관찰을 시작하고 싶어진다. 지금 내가 사는 동네, 매일 걷는 골목, 자주 오가는 풍경 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중요하지 않다’는 작가의 메시지는 이제부터 기록을 시작하고 싶은 이들에게 더없이 든든한 응원이 되어준다. 익숙한 곳을 새롭게, 새로운 곳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이다의 도시관찰일기』는 세계와 이어져 있다는 생생한 감각을 되찾고 싶은 모든 이에게 건네는 다정한 초대장이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 이 세계를 더 좋아하고 싶다는 마음 ―익숙한 도시에서 다시 시작되는 연결의 감각 『이다의 도시관찰일기』가 보여주는 것은 단지 도시의 재미있는 풍경이 아니다. 이 책은 도시와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태도, 세상과 연결되고자 하는 조용하지만 꾸준한 실천의 방식을 담고 있다. 걷고, 보고, 기록하는 일상의 행위는 무심코 지나치던 거리의 구석구석에서 우정과 연대의 씨앗을 발견하게 한다. 그 작은 연결들을 놓치지 않고 오래 바라보는 이다의 시선은 결국 내가 사는 이 세계를 좋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작가의 발걸음은 더 멀리, 더 깊이 나아간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존재들, 서로 다른 리듬으로 살아가는 타인들 사이에서 그는 여전히 예민한 감각과 유쾌하고도 다정한 상상력으로 관찰자의 자리에 선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언어 대신, 주변을 천천히 걷고 들여다보는 매일의 실천 속에서 냉소와 무력감은 조금씩 밀려난다. 스스로를 위해 가까운 동네를 산책하는 것에서 시작한 관찰은 어느새 추운 겨울의 광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어둠을 밝히는 수많은 불빛과 동료 시민들 사이에서 “나는 이런 사람들과 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희망은 충분하다”는 실감이 전해지는 순간 뭉클한 감동이 피어난다. 나와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리는 시대, 이 책은 지금 여기에서 관찰을 시작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묻는다. 관찰은 존재와 존재 사이를 잇는 단단한 다리이자 세계를 향한 애정의 실천이라고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사라져버린 줄 알았던 인류애와 연결감은, 그렇게 걷는 발끝에서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