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맨은 자신을 의식 있는 세계시민으로 내세우는 데 성공한 동시에, 사회가 어떤 승리를 원하든 자기들의 지속적인 승리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퍼뜨린다. 이들의 혁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교활한 측면이다.”
상위 1%의 글로벌시스템을 전 세계에 강요
지구 재난을 이용해 자기 배를 채우는 다보스맨
금융 및 산업계 거물들의 뒤틀린 신념과 숨겨진 이야기
격화되는 대중의 분노에 포위된 다보스 포럼
세계 시민의 삶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끈질기고도 집요한 약탈 현장에 대한
생생하고도 치열한 탐사 보고서
수상 경력에 빛나는 저널리스트 피터 S. 굿맨이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스》 등에서 수십 년간 경제 담당 기자로 일하며 ‘다보스 포럼’(세계경제포럼, WEF)에 참석해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저술한 이 책은, 전 세계 억만장자 계급의 세계 경제 약탈의 현실을 폭로한다. 최고의 부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이른바 ‘다보스맨’은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 모여 스스로 책임감 있는 리더로 자처하며,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으면서, 그들만의 규칙을 만든다. 저자는 억만장자 계급의 대표적 인물 5인-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미국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제이미 다이먼, 실리콘밸리 소프트웨어 대기업 세일즈포스의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 사모펀드계의 거물인 블랙스톤의 창업자 스티븐 슈워츠먼, 세계 최대 자산운용 전문가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이 부를 축적하는 과정을 추적하며, 이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부를 위해 시스템을 왜곡하고 이용하는지, 심지어 전 세계적 재난이었던 코로나 팬데믹을 이용해 돈을 벌고, 일반 서민에게 돌아가야 할 구제 자금을 자신들에게로 돌리며 지난 50년 동안 지속된 부의 집중화 추세를 가속화했는지 파헤친다.
굿맨은 이들 억만장자들의 세계 경제 약탈은 “너무 포괄적이어서”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그 결과 사람들은 진짜 원인은 보지 못한 채 이민자, 난민, 중국, 매스컴, 정부 같은 것들만을 탓하게 되었다고 진단한다. 굿맨은 그와 같은 현실을 미국 중서부의 전직 철강 노동자, 카타르의 방글라데시 이민자,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였으나 팬데믹 기간 동안 고국 이탈리아에 갇혀 고국 병원의 처참한 현실을 경험한 의사,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 시애틀 병원에서 부당한 일들의 개선을 호소했다 해고된 의사, 스웨덴의 아프리카 이민자, 뉴욕시 아마존 창고 직원 등 실제 삶의 현장에서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의 삶에 대한 취재를 통해 억만장자들의 시스템 왜곡과 약탈이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망치고, 부의 불평등을 심화하며 반민주적 국가주의의 부상을 어떻게 부추기는지, 오로지 이익에 집중한 우선순위 설정이 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결국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는지 등등을 여실하게 보여 주고 있다.
책 주요 내용
‘강도 귀족’ vs. ‘다보스맨’ 그리고 “우주적 거짓말”
어느 시대에나 억만장자들은 있었지만 오늘날의 억만장자들은 이전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19세기 후반 독과점과 수많은 불법적 행위 등을 통해 부를 장악한 앤드류 카네기 같은 산업가, JP 모건 같은 금융가들은 일명 ‘강도 귀족’으로 불린다. 그런데 다보스맨의 선조격인 이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부 그 자체로 만족했던 경향이 있었던 반면, 다보스맨의 인정 욕구는 다른 차원에서 작동한다. 그는 부를 축적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이익이 곧 다른 사람의 이익이라는 듯 가장하고, 자신이 의식 있는 세계시민이라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는 사람들이 놀랄 만한 기부금을 투척하며 자신이 ‘세상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 헌신한 인물인 양 내세우고 세상의 찬사와 감사마저 바란다. 하지만 그들이 낸 기부금이란 그들이 수많은 변호사와 로비스트, 기상천외한 기법을 통해 회피한 막대한 세금에 비하면 지극히 작은, 기꺼이 납부할 만한 금액에 불과하다.
카네기와 같은 강도 귀족들은 불평등을 인간 발전의 불가피한 부산물로 간주했다. 카네기는 1889년에 “모든 부문에서 적자생존을 보장하는 것이 인류에게 최선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커다란 환경의 불평등, 즉 비즈니스, 산업 및 상업이 소수의 손에 집중되는 것을 받아들이고 환영해야 한다.”고 썼다. 다보스맨은 이를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한 방어적 명분에서 더 많은 부를 추구하기 위한 공격적 무기로 발전시켰다. 승자 독식 시장이 모든 승리의 조건인 것처럼 보상이 극적일 때만 혁신이 번성한다는 주장을 설파한다. 그리고 이들은 끊임없이 세금을 문제 삼으며, 세금을 인하하고 시장을 규제하면 부유층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굿맨은 분명히 말한다. 그런 일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우주적 거짓말”일 뿐이라고.
기술 분야의 억만장자이자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서약의 또 다른 서명자인 마이클 델Michael Dell은 다른 다보스 패널에서 미국이 최고 세율을 37%에서 70%로 인상하려는 시도를 지지하는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자선 활동을 들어 가며 인상에 반대했다.
델은 “정부에 그 돈을 내는 것보다 우리가 민간 재단으로서 기금을 배분하는 것이 훨씬 더 마음이 편하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자신의 부에 대한 약탈적 도전에 직면한 다보스맨의 전형적인 회피 수법이었다. 델은 자선 활동이 세금의 필요성을 없애 준다고 주장했다. 전년도인 2018년에 가장 부유한 미국인 20명이 기부한 금액은 총 87억 달러로, 많은 액수이긴 하지만 그들 재산의 0.81%에 불과했다._459쪽
그들이 말하는 “이해관계자”는 누구인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기업이 더 이상 주주들의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직원, 환경,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으로 다보스 포럼의 창시자 클라우스 슈바프가 1970년대부터 세계경제포럼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즈 모델로서 설파한 개념이다. 그런데 이것은 언젠가부터 다보스맨의 부적과도 같은 단어가 되어, 그들의 고상한 원칙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자신들이 주주들의 풍족함보다는 더 고상한 문제, 그러니까 노동자와 그 자녀의 문제, 침체된 지역사회에 활력을 부여할 방안, 북극곰이 열사병에 걸리지 않을 대책, 난민 문제 해결 등등에 관심이 있다는 식의 말들로 사람들을 호도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노동자와 고객을 대하는 현실은, 그들이 말하는 ‘이해관계자’가 과연 누구인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수많은 말들로 가리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 화려한 수사에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그들의 수많은 사업적 선택은 그들이 말하는 이해관계자란 철저하게 오로지 주주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 주었고, 그리고 그것은 전 지구적 재앙이었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그 텅 빈 허상이 여실이 드러났다.
“소렌슨을 비롯한 모든 경영진은 매년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데, 우리는 고작 몇 달러밖에 받지 못합니다.” 바우티스타는 내게 말했다. “우리는 메리어트에서 일하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는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영혼을 바쳤어요. 손님이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객실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노력했죠. 이는 불공평합니다. 메리어트는 우리에게 신경도 쓰지 않는군요.” (…)
그들은 진짜 비상사태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부유한 고용주가 실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들은 그저 ‘우리는 당신이 필요 없다. 당신은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하네요.”라고 곤잘레스는 말했다._287쪽
트럼프와 다보스맨, ‘절친’은 아니지만 ‘적’도 아니야
2017년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사회의 한복판에서 생활수준이 폭락한 것에 분노한 백인 남성들의 장기적 주변화에 대한 복수로 세계화를 폭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