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호메로스, 오비디우스, 디드로, 스탕달, 발자크,
디킨스, 톨스토이, 헤밍웨이, 보르헤스……
현대 문학의 거장 이탈로 칼비노가
쟁쟁한 고전 작가들에게 바치는 열렬한 찬양과 독창적 해석
보르헤스, 마르케스와 함께 현대 문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작가 이탈로 칼비노가 호메로스, 오비디우스 등의 고대 작가에서부터 스탕달, 톨스토이, 플로베르, 발자크를 비롯해 마크 트웨인, 찰스 디킨스, 헨리 제임스, 보르헤스 등의 현대 작가에 이르기까지 30여 명의 고전 작가들과 그 작품들에 대해 쓴 개인적인 독서기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들 작가에게 바치는 칼비노의 열렬한 찬양과 독창적인 설명을 들으면, 독자들은 마치 그의 애독서가 꽂힌 서가를 둘러보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의 열정에 전염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세계 문학의 이정표를 찍어 주는 지도이자, 고전이라는 요리에 풍미를 더하는 향신료와도 같은 책이다.
★ 20세기 문학의 거장 이탈로 칼비노의 독서 편력기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 1923~1985)는 “현대 문학의 3대 거장”이자 “현대 이탈리아 소설의 진면목인 환상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 주는 작가”인 동시에 “현대 이탈리아 문학 최고의 작가이며, 현실과 환상을 정밀하게 짜 넣으며 동방적 지혜와 예지를 교묘히 작품에 침투시키는, 모든 측면에 있어 ‘미래의’ 소설 형태를 예견케 한 작가”라는 찬사를 받는, 그야말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소설가이다. 국내에도 든든한 마니아 팬들을 가진 그가 1950년대부터 1985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틈틈이 일간지 서평이나 책의 서문 혹은 연설문으로 발표했던 글들을 묶은 책이 바로 이 책 <왜 고전을 읽는가>이다. 책에 실린 총 서른여섯 편의 에세이들은 대부분 채 몇 페이지가 되지 않는 짤막한 글들이다. 그러나 이 짧은 글만으로도 우리는 칼비노 자신이 아끼며 읽었던 책들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책에 대한 그의 사랑이 얼마나 열렬한 것이었는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책의 제목이 “왜 고전을 읽는가”인 만큼, 칼비노는 책의 서두에서 우리가 ‘새삼’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열네 가지씩이나 조목조목 들고 나서, 그 자신이 개인적으로 정전(正典)으로 삼았던 작품들을 세련되면서도 활기 찬 언어로 훌륭하게 안내하고 있다. 거창한 비평 용어 없이 때로는 노골적인 경배와 때로는 치밀한 문체 분석이, 또는 역사적 관점에서 주제를 직시하는 혜안이 공존하는 그의 에세이는 전통과 권위에 기대어 고전을 의무감에서 벗어나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고전에 대한 길라잡이로서만 이 책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칼비노라는 한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읽어 온 작가들에게 바치는 열렬한 찬가이자, 그들과 나눈 격의 없는 대화인 이 책은 작가가 아닌 ‘독자로서의’칼비노를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선사한다. 또한 그의 독서 편력을 따라가 봄으로써 그의 문학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우리는 마치 한 문인의 서가를 둘러보며 담소를 나누며 생생하고도 솔직한 그의 목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우리는 이 책에서 수많은 권장 도서나 필독 목록을 ‘강요’하며 그 당위를 설명하는 지식인의 모습보다는, 한 작품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그 책을 다시 펼쳐들 때 느끼는 즐거움을 회상하는 순수한 독자로서의 칼비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칼비노가 독자로서 이야기하는 ‘고전’의 필요성은 고전이 글쓰기와 읽기에 있어서 일정한 구조이자 규칙으로, 또 다른 잠재적인 가능성의 보고로 자리한다는 점에 있다. 이 책에 담긴 여러 에세이들을 종합해 보자면, 새로운 글쓰기와 읽기는 이러한 ‘고전’이라는 구조가 펼쳐 놓는 자유로부터 나온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누구나 이미 학창 시절 교과서를 통해 약간이나마 맛을 보았을 그런 책들, 그래서 다 읽지 않았다 해도 마치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낡고 고리타분하게 생각되는 책들, 그런 것이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의 ‘고전’의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또다시 ‘왜 고전을 읽는가’인가. 이는 책의 문을 여는 첫 번째 글의 제목이기도 한데, 바로 이 글에서 칼비노는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고전의 정의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짐짓 명랑한 어조로 그는 말한다. “고전이란, 사람들이 보통 ‘나는 ……를 다시 읽고 있어.’라고 말하지, ‘나는 지금 ……를 읽고 있어.’라고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 책이다.”라고. 그리고 이어서 열세 가지의 이유를 더 이야기한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고전이란, 사람들이 보통 “나는 ……를 다시 읽고 있어.”라고 말하지, “나는 지금 ……를 읽고 있어.”라고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 책이다.
2. 고전이란 그것을 읽고 좋아하게 된 독자들에게는 소중한 경험을 선사하는 책이다. 그러나 가장 좋은 조건에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사람들만이 그런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
3. 고전이란 특별한 영향을 미치는 책들이다. 그러한 작품들은 우리의 상상력 속에 잊을 수 없는 것으로 각인될 때나, 개인의 무의식이나 집단의 무의식이라는 가면을 쓴 채 기억의 지층 안에 숨어 있을 때 그 특별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4. 고전이란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느낌을 갖게 해 주는 책이다.
5. 고전이란 우리가 처음 읽을 때조차 이전에 읽은 것 같은, ‘다시 읽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6. 고전이란 독자에게 들려줄 것이 무궁무진한 책이다.
7. 고전이란 이전에 행해졌던 해석의 그림자와 함께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며, 그것이 한 문화 혹은 여러 다른 문화들에 남긴 과거의 흔적들을 우리의 눈앞으로 다시 끌어오는 책들이다.
8. 고전이란 그것을 둘러싼 비평 담론이라는 구름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러한 비평의 구름들은 언제나 스스로 소멸한다.
9. 고전이란, 사람들로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실제로 그 책을 읽었을 때 더욱 독창적이고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 창의적인 것들을 발견하게 해 주는 책이다.
10. 고전이란 고대 전총 사회의 부적처럼 우주 전체를 드러내는 모든 책에 붙이는 이름이다.
11. 고전이란 우리와 무관하게 존재할 수 없으며, 그 작품과 맺는 관계 안에서, 마침내는 그 작품과 대결하는 관계 안에서 우리가 스스로를 규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12. 고전이란 그것들 사이에 존재하는 일련의 위계 속에 속하는 작품이다. 다른 고전을 많이 읽은 사람은 고전의 계보에서 하나의 작품이 차지하는 지위를 쉽게 알아차린다.
13. 고전이라 현실을 다루는 모든 글을 배경 소음으로 물러나게 만드는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고전이 이 소음을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4. 고전이란 배공 소음처럼 존속해서 남는 작품이며, 이는 고전과 가장 거리가 먼 현재에 대한 글들이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칼비노에 따르면, 이렇듯 고전의 정의는 14가지나 된다. 고전이 이러한 특징을 가진 책이라면, 이는 거꾸로 이러한 최소 이 14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비로소 한 권의 책이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즉 ‘고전’이라는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이렇게나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세대에 세대를 거쳐 매우 오랜 세월을 지나야 합격 여부를 알 수 있는 그런 시험을 말이다. 그러므로, 바로 이러한 점에서 고전은 그 절대적인 가치를 발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고전을 읽어야만 한다. 요약본도 해설서도 아닌 작품 그 자체로. 왜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