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턴

김선우 · Poem
1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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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483권.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이며 소설가인 김선우의 다섯번째 시집. 네번째 시집 이후 걸출한 장편소설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에세이들을 선보이며 자신의 문학세계를 벼려온 김선우가 4년 만에 펴낸 이번 시집에서는, 세상 낱낱의 존재들과 눈을 맞추며 경이로운 생명력을 이야기하는 특유의 여린 강인함이 빛을 발한다. '잉태하고, 포옹하고, 사랑하는' 몸에 대한 애착은 모든 시간에서 고유한 언어를 창조해내는 "온몸의 유희"가 되고, 시인 안팎에 부글거리는 '나들'의 향연은 "살아 있는 한 끝나지 않을 혁명"으로 계속되는 것이다. 아름답고 여린 말을 매만져 예측하지 못한 힘을 자아내는 김선우의 시는 슬픔에 빠지지 않는 진혼가이자 끝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시, 격분하지 않되 묵직하게 끓어오르는 투쟁가로 읽힌다. 고요한 밤을 조용히 울리며 감정을 뒤흔드는 야상곡인 듯, 신비롭고 조화로운 리듬들로 이루어진 무언가(無言家, 보칼리제)인 듯, 67편의 잘 익은 시들은 편편이 서로 공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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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1부 花飛, 그날이 오면 소울메이트 검은 미사에서 나를 보았다 싸락눈 한 방울 이런 이별 새 몸과 몸이 처음 만나 보얘진 그 입김을 말이라 했다 조금 먼 아침 나들의 시 om 11:00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바로 그 시간에 별들이 구부리는 법을 가르친다 나들의 시, 너의 무덤가에서 타락천사, om 12:00 참나라니, 참나! 몸살 게이트리스 게이트 민달팽이를 보는 한 방식 견주,라는 말 om의 녹턴 2부 허공 상냥한 지옥 빗방울 밥상 천도복숭아의 시간 om 2:00의 고양이 핑크 질문들, om의 여름풀밭 걸식이 어때서? om의 문답 B형 om 4:00, 사랑이 변하는 게 어때서? om 3:00 미루나무 그늘에서 천사를 죽였다 CATACOMB SEOUL 봄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해 봄 처음으로 神을 불렀다 1 그해 봄 처음으로 神을 불렀다 2 지옥에서 보낸 두 철 지옥에서 보낸 세 철 풍찬노숙의 序 21세기도시조경사소년의 고해성사 초승달의 시간 그 바닷가 숲에서 화살기도 피자두 풍찬노숙의 終 om의 물거울, 곡비, 혹은 태양풍의 노래 3부 아픈 잠은 어떻게 야크 뿔 속으로 들어갔나 음, 파, 음, 파 om의 수영장 詩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유 非인간 시인 것 나들의 안녕 시인 냇가로 혁명의 조건 그 광장, 사과 한 알이 변검 시집 사랑 엄마가 엄마를 부르는 om의 한밤 풀꽃의 집에 대하여 바람의 옹이 위에 발 하나를 잃어버린 나비 한 마리로 앉아 달걀 삶는 시간 기원전후의 아침 산책 눈 쓰는 사람 햇봄, 간빙기의 순진보살 가까운 아침 고쳐 쓰는 묘비 보칼리제, om 0:00 花飛, 먼 후일 해설 | ‘나들’의 사랑과 진혼 - 이광호

Description

기억, 지금 가장 능동적인 사랑의 방식 ‘나들’의 몸속으로 스며 울리는 한밤의 진혼가 "나는 쓰는 자이고 사랑하는 자이다. 이것이 나의 정체성이다.”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이며 소설가인 김선우의 다섯번째 시집 『녹턴』이 출간되었다. 네번째 시집 이후 걸출한 장편소설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에세이들을 선보이며 자신의 문학세계를 벼려온 김선우가 4년 만에 펴낸 이번 시집에서는, 세상 낱낱의 존재들과 눈을 맞추며 경이로운 생명력을 이야기하는 특유의 여린 강인함이 빛을 발한다. ‘잉태하고, 포옹하고, 사랑하는’ 몸에 대한 애착은 모든 시간에서 고유한 언어를 창조해내는 “온몸의 유희”가 되고, 시인 안팎에 부글거리는 ‘나들’의 향연은 “살아 있는 한 끝나지 않을 혁명”으로 계속되는 것이다. 아름답고 여린 말을 매만져 예측하지 못한 힘을 자아내는 김선우의 시는 슬픔에 빠지지 않는 진혼가이자 끝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시, 격분하지 않되 묵직하게 끓어오르는 투쟁가로 읽힌다. 고요한 밤을 조용히 울리며 감정을 뒤흔드는 야상곡인 듯, 신비롭고 조화로운 리듬들로 이루어진 무언가(無言家, 보칼리제)인 듯, 67편의 잘 익은 시들은 편편이 서로 공명하고 있다. 사랑의 불가능성이라는 전제 앞에서, 모든 사랑은 ‘애도의 형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사랑의 시작은 사랑에 대한 애도를 예비하는 것이다. 반드시 도래하기 때문에 준비해야 할 ‘사랑의 무덤’은, 함께 밥상을 차리고 기도를 하는 일과 같이, 함께 만들어내는 또 다른 사랑의 시간이 된다. “모든 시는 진혼가이자 사랑의 노래임을” 보여주는 김선우의 시는 애도와 사랑이 같은 사건일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가사로 표현될 수 없는 사랑과 진혼의 지극한 소리(혹은 음악)의 경지를 암시하는 시어들, 언어 이전의 근원적인 소리들, 이 시집 전체의 언어들은 제목처럼 ‘녹턴’으로서 비언어적 리듬의 층위에 도달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_이광호(문학평론가) “모든 시는 진혼가이자 사랑의 노래임을 내가 아직 믿고 있다는 것.” 다시, 사랑이다. 사랑은 지난 네 권의 시집에서 김선우가 관능과 혁명을 넘나들면서 놓지 않았던 주제다. 『녹턴』에서의 사랑은 ‘이별’과 결합된 애도의 형태로 등장한다. 이 시집에서 ‘그해 봄’이라고 에둘러 지칭된 하나의 사건은 그것을 목도한 모든 이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무력감을 가져다주었다. “보았네//보았으나//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보다,의 지옥”(「지옥에서 보낸 두 철」)에서 “세상에 대해 아무런 죄 없는 그 아이를 살려내라고” “불모의 신”을 부르다가 신에게 “면죄부를 쥐여주고 떠나보”(「그해 봄 처음으로 神을 불렀다 1」)내며 시인은 묻는다. ‘그해 봄’은 이제 누구의 죄인가? 우리가 남이니? 자기 그림자를 뜯어내려는 소년을 끌어안으며 어른이 운다. 그럼 당신이 나예요? 남이지. 난폭하게 잡아 뜯는 소년의 그림자에서 핏물이 떨어질 것 같다. 우리가 어떻게 남이니? 어른의 울음소리가 더 커진다. 웃기시네. 나랑 같은 걸 느끼는 것도 아니면서 척하기는. 어른의 울음소리가 소년의 차가운 웃음에 덮인다. 그런 얘기가 아니잖니? 담장 아래 흰개미 굴이 가득했다. 담은 곧 무너질 텐데. 남인데 남 아니라고 우기면 맘 편해요? 그럼 그러시든가. 소년은 소년대로 사무친 것이 있고 어른은 어른대로 소년이 사무쳤다. 사무쳐서 봄이 왔고 사무쳐서 꽃이 피었다. 사무쳐 벌어진 것만 꽃이었다. 얼룩 같은 얼굴들이었다. ―「변검」 전문 이 시집의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한,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이라는 수전 손택의 말을 빌려, 시인의 정치적이며 시적인 물음의 기원을 찾는다. ‘그해 봄’에 한하여, ‘우리’는 기만적인 단어일 수 있다. “연민이라는 면죄부” 너머 나의 연민이 당신의 고통과 같아질 수 있을지 묻는다면, 김선우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답하지 않는다. 다만 “고통을 정확하게 함께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고백하는 것”(이광호)이 가능하며, “‘우리’와 다른,/’나들’이라 이해할 수밖에 없는 ‘나’ [……] 너의 아픔에 덩달아 아픈 ‘나들’”(「詩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유」)로써, 영영 같아질 수 없지만 각자 달라 함께 사무치는 “얼룩 같은/얼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적을 뿐이다. 지금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 기운을 차릴 것 기억할 것 노트를 마련할 것 증언할 것 ―「그해 봄 처음으로 神을 불렀다 2」 부분 “내가 방금 만진 시간, 그거, 당신이었지요?” “어제가 죽어서 오늘이 오고 오늘이 죽어서 내일이 오고” “살아 있는 모든 날은 오늘이니” (「나들의 시, 너의 무덤가에서」) 만질 수 있는 시간인 눈앞의 당신을 사랑하고 순간순간 당신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김선우의 ‘신앙’이 아닐까. 시인은 반드시 다다라야 할 관문이나 떠나왔다 돌아갈 수 있는 ‘집’ 없이 자신만의 호흡으로 걸어간다. 깊은 애도도 하루치의 혁명도 김선우가 구축한 한결같은 자세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조금 먼 아침”에서 “가까운 아침”에 이르기까지, a.m.도 p.m.도 아닌 『녹턴』 속 ‘om(oṃ)의 시간은 아직 어둠이지만 절망적이지는 않다. ‘나’와 ‘당신’ 사이에 아무리 “비정한 시간”이 가로놓여 있어도, 김선우가 꾸려놓은 om의 시간에 “사람으로건 사람 아닌 것으로건 숨결 있는 세상 어느 작은 조각으로든” “인연이 맞는 때가 오면 다시 만”난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은 시공간에서 “갇히지 않으니까 어디서든 기어코 흐르니까” 여리고 아름다운 문장은 단단한 소리가 될 수 있다. “덜컥/돌연한 사소함으로/사소한 위대함으로”(「천도복숭아의 시간」) 꺼낼 수 없는 아픔은 화음이 되어 울린다. 시인의 “본업은 죽은 사람을 만나 못다 한 그의 이야기를 듣는 일/[……] 부업은 산 사람의 고단한 저녁에 피가 도는 날개를 달아주는 일”(「조금 먼 아침」)이라고 말하는 김선우의 “다시 태어나려는 말들의 뒤척임”(「초승달의 시간 그 바닷가 숲에서」)이 의연하고 아름답다. “‘나들’의 시간 속에서 ‘나-너’는 이미 함께 죽은 적이 있고, 또 죽은 것처럼 기이하게, 함께 살아 있다. ‘구음’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진혼은 멈출 수 없고, “한 나라를 상여에 싣고 葬地로 가는 동안”에도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이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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