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소

마르크 오제
2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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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 및 문화 연구의 주목할 만한 관점. 특정한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생겨나는 관계의 부재, 역사성의 부재, 고유한 정체성의 부재 등의 특성을 지니는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기차역, 공항, 대형마트,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의 장소는 인간적인 장소가 될 수 없는 공간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비장소’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 비장소는 ‘장소 아닌 장소’, 정확히 말하자면 ‘인류학적 장소’가 아닌 장소를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사회적 유대와 집합적 역사의 흔적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인 ‘인류학적 장소’와 현대의 ‘비장소’는 그 용어의 절대적인 의미에서 실제로 존재한다는 뜻이 아니다. ‘장소-비장소’의 짝패는 주어진 공간의 사회성과 상징화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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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6 가까운 곳과 다른 곳 14 인류학적 장소 58 장소에서 비장소로 94 에필로그 140 영역본 제2판 서문 148 옮긴이 해제 172 색인 209

Description

“집이나 아파트와 같은 주거지에서 텔레비전과 컴퓨터는 고대의 화로를 대신한다. 화로의 여신인 헤스티아는 가정의 그늘진 여성적 중심이었고 외부로 향한 문턱의 신인 헤르메스는 거래와 거래를 독점한 남성들의 수호자였다. 헤르메스가 헤스티아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현대사회 및 문화 연구의 주목할 만한 관점, ‘비장소(非-場所, non-lieux, non-places)’ 프랑스의 인류학자 오제는 이 책에서, 특정한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생겨나는 관계의 부재, 역사성의 부재, 고유한 정체성의 부재 등의 특성을 지니는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기차역, 공항, 대형마트,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의 장소는 인간적인 장소가 될 수 없는 공간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비장소’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 즉, 비장소는 ‘장소 아닌 장소’, 정확히 말하자면 ‘인류학적 장소’가 아닌 장소를 말한다. 인류학적 의미의 장소란 통상 역사가 깃들어 있고 다른 사람들과 유대를 창출하며 개인의 정체성에 준거를 제공하는 곳으로 집이나 학교, 교회, 광장, 상점 등 사람들이 오랫동안 일상적으로 접해온 장소들이다. 오제에 따르면 우리가 사회적 유대와 집합적 역사의 흔적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인 ‘인류학적 장소’와 현대의 ‘비장소’는 그 용어의 절대적인 의미에서 실제로 존재한다는 뜻이 아니다. ‘장소-비장소’의 짝패는 주어진 공간의 사회성과 상징화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수단이다. 장소의 진정성 상실과 비장소의 특징 “타자의 현존이 없는 타자의 공간”이자 “스펙터클로 구성된 공간”인 비장소는, 오제에 따르 면, 전통적인 장소와 대척점에 놓인다. 즉 사람들이 정착하고 전유하고 서로 교류하는 곳이 장소라면, 비장소는 통과하고 소비하고 서로를 소외시키는 곳이다. 장소가 개인에게 지나온 역사를 일깨운다면, 비장소는 영원한 현재를 살게 하는 곳이며, 장소가 사회적 만남과 관계의 무대를 마련한다면, 비장소는 익명성 속에서 자기 자신만을 대면하는 거울로 기능하는 곳이다. 장소가 다양한 상징체계와 대화, 상호작용을 매개로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한다면, 비장소는 고독과 유사성의 경험을 빚어내는 곳이다. 현대 대중 공간의 역설과 ‘지금 이곳’에 대한 인류학적 시선 비장소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공간논리를 도입하는데,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추상적이고 비매개적인 거래 과정 속에서 소통한다.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탑승권, 주차권, 입장권, 네트워크 ID 등으로 상징되는 계약을 비장소와 맺는 식이다. 여권이나 신분증, 회원권, 신용카드 등으로 자신을 증명함으로써 보장받는 자유를 누리며 돌아다닌다. 다시 말하면 표지나 화면으로 이뤄진 개인과 공적 기구 사이의 비인간적 매개물에 개별적으로 결합되는 고립을 경험한다. 이러한 공간적 변화는 전 세계의 풍광과 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고속도로, 공항, 역, 지하철 등은 이동과 관련된 지배적인 공간이 되었고, 공장, 사무실, 은행, 물류창고 등은 직장과 관련된 지배적인 공간이, 아파트 단지, 대형마트, 편의점 등은 주거 및 생활과 관련된 지배적인 공간이 되었다. 이렇게 일상을 채우고 있는 공간들 속에서 비장소의 체험은 이제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것이 되면서 인간의 접촉을 상실해가는 현대문화의 폐쇄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은 SNS 공간은 여러 사람이 오가지만 실질적인 대화나 소통은 이뤄지지 않는 ‘비장소’의 특징을 보여주는 매체이다. 한편 오제가 정의한 의미에서 장소는 ‘자기동일적’이고 ‘관계적’이며, ‘역사적’이라는 특징을 갖는데 비해 비장소는 과거는 없고 오직 지금만 존재하는 ‘현재성’의 지배를 받는다. 단지 거쳐 지나가는 곳일 뿐인 비장소는 마치 공간이 시간에 의해 포획된 것처럼 지금 이 순간만이 계속 이어질 뿐이다. 가령 프랑스의 파리가 2000년의 역사와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 공간인 반면, 서울이라는 공간은 600년 된 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기억의 공간’을 찾기 어렵다. 서울은 비장소로 가득 찬 도시인 셈이다. 정치적 폭력과 양극화가 확산하는 비장소 비장소 논의는 공간에 관한 포스트모던 이론가들의 담론 및 근대성의 전환에 대한 좀 더 거시적인 통찰 속에서 나왔다. 특히 오제가 책을 발표한 1990년대 초는 ‘근대 이후’를 진단하는 담론들이 쏟아져 나온 시기로서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을 비롯해 신자유주의적 전 지구화의 흐름이 기폭제가 되었다. 신흥국에서 두드러지는 급속한 도시화, 정치적 격변에 따른 인구의 대량 이주, 그리고 지적·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는 비장소가 급격히 확산하는 양상이기도 한다. 즉 비장소 개념은 단순히 대도시 내부와 주변에 번성하는 이동, 소비,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시설과 건축물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폭력과 경제적 양극화가 시스템 바깥으로 내몬 인구의 임시 거처들까지를 포함한다. 따라서 비장소의 한 극에 공항과 비행기와 다국적 호텔 체인이 있다면, 다른 편에는 수용소와 난민캠프와 철거촌이 있는 것이다. 타자와의 직접적 소통과 실재에 대한 직접적 경험을 대체하는 미디어 공간(텔레비전, 인터넷, 모바일 미디어 등)은 비장소의 또 다른 극을 구성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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