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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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철학이 아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철학의 역사도 아니다. 칸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철학하는 철학사다.” 현대 독일 철학의 아이콘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의 야심작 시리즈 누적 판매량 23만 부 돌파! <철학하는 철학사> 3부작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철학사를 집필한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연작 기획이다. 전작 『세상을 알라』를 통해 새로운 철학사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과 결과를 보여 준 바 있는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는 이번에 출간된 두 번째 책 『너 자신을 알라』에서도 서양 철학의 발전 과정을 당대의 사회, 경제, 문화의 측면에서 기술하며 예의 치밀함과 균형감을 이어 나간다. 이 책의 저자 프레히트는 철학 교수이자 출판인이며 철학 관련 대중서와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 능력을 보여 주는 저술가이기도 하다. 작가로서의 그는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바 있으며, 철학자로서의 그는 독일 공영 방송 ZDF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 「프레히트」를 진행하는 독일 지성계의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2권까지 출간된 <철학하는 철학사>는 독일 누적 판매량 23만 부를 넘어서며 철학서, 그중에서도 철학사 분야로선 전례가 없는 인기를 얻고 있다. <현대 철학>에 대해 다룰 3권은 현재 집필 중이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사란 무엇인가 『너 자신을 알라』가 다루는 주제는 르네상스를 시작으로, 바로크, 계몽주의, 그리고 독일 관념론으로 이어진다. 기존의 철학사와 비교한다면, 즉 철학의 시대적 분류와 관련해서라면 이 책은 불친절하다. 프레히트가 말하는 이 책의 목적은 일련의 분류를 <그저 일목요연하게 개관하는 것>이다. 기존의 철학사들이 손에서 놓지 못했던 <시대 구분과 같은 형식적인 틀의 문제>에 구애받고 싶지 않은 것이 그 이유다. 가령, 르네상스의 시작과 끝이 언제인지, 바로크는 역사적 시기인지 예술 양식인지, 어떤 <시대>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지 같은 것들은 프레히트의 관심사가 아니다. 형식으로부터의 자유가 만든 틈을 대신 채우고 있는 것은 철학사적 행간들, 즉 이야기다. 프레히트가 <시대적 육체성과 생물학>이라 표현하는 각 철학 시대의 현장감은 이 책의 구석구석에 포진해 역사, 정치, 사회적 사건들을 하나로 묶어 내는 아교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시간 순서대로 나열되는 이런 이야기들은 <물줄기가 거의 바뀌지 않는 강>처럼 흐르며 자연스럽게 하나의 질문을 향해 내달린다. 르네상스에서 독일 관념론까지, 철학자와 철학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해 나가는가?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이미 철학적 문제이듯, 철학자와 철학의 역할이 만들어 내는 변화의 모습은 또한 그 자체로 이미 철학의 역사라는 게 프레히트의 신념이다. 너 자신을 알라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프레히트는 <전문 영역과 전문가들의 세계>라고 정의한다. 그는 동시에 지식인이 처한 작금의 상황을 꽤나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축적되어 온 전문 지식의 양이 너무나도 부담스럽다>는 고백도 뒤따른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지식인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방향 정립에 필요한 지식으로서 잃어버린 것들을 보충하는 것>이며, 철학사는 <지식인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영역들 중 하나>라는 것이다. 새로운 철학사에 대한 프레히트의 열망은 여기에 있다. 이 책 『너 자신을 알라』에서 다루는 거대 질문들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오래전부터 거듭되어 오는 것들로서, 우리가 고대와 중세 철학자들의 고민들로부터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다. <신의 존재는 증명될 수 있는가?> <현실은 얼마나 현실적인가?> <나는 내가 안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나는 왜 도덕적이어야 할까?> <선하고 정의로운 사회란 무엇일까?> <민주주의는 어떻게 관철되었나?> 1권 『세상을 알라』로부터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이런 질문들은, 하지만 2권 『너 자신을 알라』가 다루는 15~19세기의 400년 동안 <다른 스타일의 옷으로 갈아입고> 조금씩 성장하는 <시민 사회와의 관련 속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와 무게로 다가온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너 자신을 알라>라는 주문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원조 <너 자신을 알라>는 <세상을 알라>라는 정언의 완성 후에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인지한다는 뜻이겠지만, 이 책에서의 저 격언은 세상이란 우리가 우리의 정신에서 직접 만들어 내는 것이고 우주란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근세적 무늬의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다. 현대 철학으로의 교차점 『너 자신을 알라』에서는 쿠자누스부터 헤겔까지 서양 철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수많은 철학자들이 소개된다. 그들에 대해서 프레히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철학의 역사이면서 회가 거듭되는 연재소설과도 같다. 등장인물들의 일면은 이야기에 재미를 더한다. 라이프니츠는 <서술한 보람이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적 캐릭터로 딱 잘라 묘사된다. 의회 민주주의와 삼권 분립의 아버지는 홉스가 아닌 무명의 제임스 해링턴이라는 반전도 있다. 계몽주의의 아버지 로크가 흑인과 인도인의 인권에는 무관심했다는 모순적이고 희극적인 지점이야 말로 시리아 난민과 저녁 메뉴를 동시에 걱정하는 인간 사회의 <특수 도덕>의 좋은 예시라는 지적도 빠지지 않는다. 이 책에서 다루는 철학적 물음들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없이 반복되는 것들이다. 좋은 삶, 정의, 자연과 우주와 인간, 신의 존재 등은 우리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고민의 지점이다. 따라서 철학적 발전의 교차점에서는 언제나 지난 시대의 이론과 현재의 사고로 이어지는 연결선이 그어진다. 헤겔 이후 두 번째 세기를 지나는 중인 우리 시대도 다르지 않다. 현대 철학을 다루게 될 <철학하는 철학사>의 마지막 책 『너 자신이 되어라』에서도 온몸으로 세계 전체와 씨름하는 철학자들의 고군분투가 계속될 것이다. 자신에게 어떤 레테르와 역사적 정체성이 부여될지는 신경도 쓰지 않을, 대신 <정신의 환상적인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여행>으로서의 철학에 매진하는 그들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