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그래서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는 한 여행자의 마음 안 여행기
가슴을 울리는 80편의 짧은 글과 인도의 풍경을 담은 포토에세이. 사는 게 서툴고 사랑하는 게 서툴러 패잔병의 심정으로 여행을 떠난 한 여행자의 삶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성찰을 담았다. 인도에서 여행자로, 생활자로 오랫동안 머물며 맞닥뜨린 진실한 삶의 순간, 지나간 사랑과 그리움을 때론 유머러스하게, 때론 뭉클하게 그려냈다. 따뜻한 인간애 가득한 글과 비릿한 삶의 풍경을 담은 사진이 어우러져 특별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여행은 결국 발로 마음 안을 걷는 일이야...
최반은 자신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대로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하지만 졸업 후 또 수많은 방향을 향해 뛰어다녔다. 연예매니지먼트, 독립영화PD, 영화제작, 프리랜서 사진가....... 많은 일을 거쳤지만 안착할 곳은 찾지 못했다. 운명이었을까. 퇴직금을 받아서 신나게 쓰고 나니 딱 인도에 갈 경비만 남았다. 그렇게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듯 떠났던 여행이 두 번, 세 번, 네 번이 되었다. 까닭 없이 이어진 네 번의 인도 여행. 여행에서 돌아와 배낭을 빨다가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자신의 나침반이 끊임없이 가리키던 곳은 바로, 나침반의 반대쪽 끝에 묵묵히 서 있던 서툴고 시샘 많고 비좁은 자신의 마음 안이었다는 것을.
시인의 감성으로 고아낸 글,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삶의 아름다움과 희망
이 책은 인도라는 곳을 여행하고 찍은 사진과 글들로 채워져 있지만,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마음 안을 타박타박 걸어 다닌 마음 안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다. 시와 산문, 혹은 그 경계에 있는 80편의 글들은 한 편 한 편 시인의 감성으로 고아낸 섬세한 마음의 흐름을 담고 있다. 정제된 언어로 삶의 본질을 포착한 글들은 잠언처럼 포근히 다가오며 마음을 연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뻔한 일상에서 포착해낸 뻐근한 희망 앞에서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순간이 온다.
뻔한 얘기지만
까만 밤이 있어서
별이 아름다운 거야.
정말 뻔한 얘기지만
별이 뜨기를 기다리기 전에
먼저 밤이 되기를 기다려야 돼.
그러니
지금 어둠 속에 갇혀 있다면
곧
별을 보게 될 거라는 걸 잊지 마.
(본문 중에서)
그를 만났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하는 그를. 뭄바이의 인디아 게이트 앞에서 풍선을 팔고 있었던 사내. 그 옆에는 눈이 깊고 미소가 예쁜 아내가 이제 막 백일이 넘었을 아기를 안고 있었다. 날은 더웠고 땀이 흘러내렸다. 아기가 잠투정을 하는가 싶더니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난감해하던 아내가 무언가 생각난 듯이 아기 얼굴 가까이에 입술을 대고 입바람을 불어줬다. 울던 아기가 갑자기 자지러질 듯 웃기 시작했다. 꺄르르 꺄르르.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아내는 몇 번이나 더 입바람을 불어주었고, 이제 막 풍선을 불려고 허파에 바람을 몰아넣다가 그 장면을 보게 된 남자의 얼굴에는 월척 같은 웃음이 낚이고 있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남편을 보면서 아내도 착한 미소로 눈 뽀뽀를 해주었고, 남자는 계속해서 먹고 살기 위해 풍선을 불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말, 사실은 '사랑하는 사람과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말.
(본문 중에서)
당신이 만약 무언가에 서툰 사람이라면 당신은 나와 같은 여행자일 것이다
'서툰 여행'은 인도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여행은 서툰 마음 안을 여행한 '마음 여행'이 되었다. 최반은 여행을 통해 생활과 사랑과 마음을 발견했노라 고백한다. 17시간이나 연착하는 기차역에서 평온하게 누워 있는 아주머니를 발견했던 순간, 거짓말만 하는 줄 알았던 릭샤 기사의 진실을 마주한 순간, 먹고 살기 위해 풍선을 부는 사내가 실은 '사랑하는 사람과' 먹고 살기 위해 풍선을 분다는 것을 깨닫던 순간… 그 소중한 깨달음의 순간을 차곡차곡 모았다. 그렇게 그의 노트에 기록된 글은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사진과 어느 페이지에서 시작해도 되는 편안한 구성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서툰 마음 여행자' 최반은 자신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맹목적으로 뛰어다니는 사람들에게 나직이 속삭이며 책을 마친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거기, 마음 안을 먼저 여행하라고. 당신이 만약 무언가에 서툰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여행자일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