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다수 의견에 속하면 자신 있게 겉으로 표명하고, 소수 의견에 속하면 고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침묵한다.”
--침묵의 나선
천안함 사태와 세월호 참사 후 치러진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
그리고 2014년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와 2015년 영국과 이스라엘 총선은
왜 여론 조사와 전문가의 예측과는 정반대의 결과로 나왔는가?
선거 예측 결과가 이렇게까지 실패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다수 의견에 속하면 자신 있게 목소리를 내고, 소수 의견에 속하면 침묵한다.”는 이론이 바로 <침묵의 나선 이론Spiral of Silence Theory>이다. 1965년 서독 총선에서 선거 전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오는 현상을 목격한 이 책의 저자 엘리자베스 노엘레 노이만은 이러한 현상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을 직접 목격하면서 그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침묵의 나선 현상을 포착했고,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개인이 느끼는 <고립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고립의 두려움은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사회적 본성>인데, 우리는 이 본성을 부정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실제로 우리 행동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 “사람들은 <고립되지 않기 위해> 다수 의견에 공감하는 척하거나 혹은 침묵해 버린다!”
침묵의 나선은 간단히 말하자면, “상대의 견해가 다수 의견에 속한다고 여기면 소수 의견의 사람들은 고립에 대한 공포로 침묵하려 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다수 의견은 나선의 바깥쪽으로 돌면서 점점 세가 커지는 반면, 소수 의견은 나선 안쪽으로 돌면서 세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진보>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을 때는 <보수>가 침묵하고, 반대로 보수가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을 때는 진보가 침묵한다. 승리를 확신하는 사람들은 목소리를 점점 더 크게 내고 패배를 예상하는 사람들은 침묵한다. 따라서 목소리를 크게 내는 사람들의 견해는 실제보다 더 강해 보이고 그 반대 의견은 더 약해 보인다는 것이다.
“사람은 실수하는 것보다 고립되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는 토크빌의 말을 인용하면서, 고립의 두려움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어떤 의견과 행동양식이 승인되고 승인되지 않는지, 어떤 의견과 행동양식이 강세이거나 약세인지를 끊임없이 살피게 만든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인간에게는 이와 같은 관찰을 가능케 하는 유사 통계학적 감각이 있다고 가정한다. 그 결과,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사회로부터 거부, 배척, 소외, 고립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견해가 다수 의견에 부합될 때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소수 의견일 때는 침묵하거나 혹은 승리가 예상되는 편에 동조(밴드왜건 효과)한다는 것이다.
▣ 1965년 서독 총선에서 일어난, 여론과 달리 자민당의 압도적 승리를 예측한 단 한 곳!
저자는 이 책을 1965년 서독 총선 이야기로 시작한다. 선거가 실시되기 전에 <디 차이트>를 비롯한 독일의 모든 언론과 여론조사는 사민당의 승리를 확실시했지만, 정작 개표 결과는 기민당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때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한 기관이 딱 한 군데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저자가 설립하고 몸담은 알렌스바흐 여론조사 연구소였다. 아주 섬세하게 마련된 조사도구로 꾸준히 유권자들의 여론 동향을 조사 분석해온 알렌스바흐 연구소는 선거 사흘 전에 실제 선거 결과와 매우 유사한 각 당의 득표 예측률을 내놓았다.(21-24쪽)
▣ 사회심리학 관점에서 <개인과 타인>, <개인과 다수>의 관계를 분석한 이론!
저자는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여론조사 기관인 알렌스바흐(Allensbach) 연구소를 직접 설립하고 세계여론조사협회 회장을 맡기도 했으며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정치학 교수를 역임하고 독일 마안츠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 교수를 역임하기도 한 세계적인 학자다. 그녀는 대표표본에 의한 면담조사 방식으로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흡연자 앞에서의 흡연 문제>, <낙태 문제>, <양육에서 체벌 문제>, <이혼에 있어서 파탄의 책임을 법으로 물어야 하는가> 등 아직 여론이 한쪽으로 명확하게 형성되지 않은 사회적 이슈들을 이용한 설문조사와 인터뷰, 실험 등 여러 사회과학적 조사도구들을 활용해 타인이 혹은 다수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강하게 어필할 때, 즉 고립의 <위협>이 느껴질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측정해 사람들 사이에서 실제로 침묵의 나선 현상이 광범위하게 발생한다는 사실과 <고립의 두려움이 침묵의 나선의 동력>이라는 가설을 정확하게 입증해 냈다.(2-3장 참조) 이 결과를 토대로 1972년 도쿄에서 열린 세계심리학회에서 침묵의 나선 이론을 발표했다.
▣ “여론 형성 과정에서의 승리나 패배는 <옳고 그름에 달려 있지 않다>.”
여론 형성 과정을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이 이론은 발표 당시부터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현재까지도 <여론 형성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유용한 이론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초기에 이 이론은 집단이나 주변 사람들의 의견, 다수의 견해, 여론 등에 대한 개인의 <동조성(conformity)>에 대해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동기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느낌 때문에 종종 비판을 받았지만, 인간은 그동안의 주장과는 달리 사실상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행동경제학 등이 점점 부각되면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나 21세기에 들어서도 여전히 여론조사의 결과를 뒤집는 선거 결과들이 계속해서 나오면서 이 이론의 유용성과 생명력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 <여론조사의 시작>, 그러나 아직도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여론이라는 개념>
1930년대 중반에 인구의 모집단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대표적 표본에 의한 여론조사 방식이 <193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루스벨트 승리)함으로써 스스로 그 가치를 입증해 보인 이후 여론조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1930년대 초에 표본 설문조사 방법이 등장하면서 여론이라는 용어는 널리 통용되었고 이때부터 여론조사를 통해서 정기적으로 여론을 측정하는 것은 통상적이면서도 편리한 것이 되었다. 하지만 여론이라는 개념은 그 정의가 50여 가지나 될 정도로 아직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으며, 침묵의 나선 현상에 의해 개인들 또한 입을 다물거나 자신의 견해와 상관없이 다수 의견에 동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조사하는 것이 정말 여론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저자는 묻는다.
▣ 천안함 사태 후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 여당의 무난한 승리를 점친 여론조사.
세월호 국면 속에 치러진 <2014년 지방선거>, 야당 우세 여론조사. 그런데 결과는?
가장 최근에 우리나라 선거에서 침묵의 나선 현상이 일어난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0년 지방선거, 2014년 지방선거를 둘 수 있다. <2010년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두고 발생한 천안함 사태로 당시에는 여당의 압승을 예상하는 여론조사가 주를 이루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여당의 오세훈 후보와 야당의 한명숙 후보가 맞붙은 상황에서 여론조사는 오 후보가 적게는 12%p, 많게는 20%p넘게 한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대부분 접전지역에서 여당은 패했다. 서울시장 또한 오 후보의 여유 있는 승리 예측과는 완전 달리, <47.4% : 46.8%>로 간발의 차이로 오 후보가 승리했다. 왜 이런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