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으로 보고 즐기는 스포츠의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의 점프와 스핀, 스파이럴 같은 환상적인 연기에 빠져들거나 체조선수 양학선이 도마를 앞으로 짚고 세 바퀴 비트는 동작을 지켜볼 때면 혈액 속 아드레날린이 치솟으며 소름이 돋을 정도로 우리는 흥분하고 감탄한다. 이처럼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놀라운 동작들, 즉 묘기라고 할 수도 있는 스포츠가 물리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저자인 린치버그대학교 물리학과 존 에릭 고프 교수는 풋볼(미식축구)과 사이클, 피겨스케이팅, 축구, 다이빙, 멀리뛰기, 원반던지기, 스모 등 여러 스포츠 종목의 선수들이 이룩한 기념비적 업적과 놀라운 기록들에 대해 물리학 개념을 적용하여 ‘어떻게 저런 기술이 가능할까’라는 우리의 의문을 해소해주고 있다. 그리고 게임 종료 직전 풋볼선수 더그 플루티가 던진 기적 같은 헤일 메리 패스, 랜스 암스트롱의 자전거가 알프뒤에즈를 달려올라갈 때의 놀라운 힘과 속도, 데이비드 베컴의 발끝으로부터 휘어져 들어가는 프리킥 등을 통해서 뉴턴의 운동법칙과 뉴턴역학, 중력과 포물선운동, 각운동량과 선형운동량, 관성모멘트 같은 물리학적 원리들을 분명하고도 생생한 언어로 전달하고 있다. 여기에 삽화와 수학 방정식들을 적절히 배치하여 앞에서 얻은 지식을 배가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한편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물리학자가 펼쳐 보이는 물리학의 시(詩)적 아름다움을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좀 더 다른 차원에서 스포츠를 보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는 물리학으로 이루어져 있다?
만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자 하는 학문이 물리학이다. 물리학은 원자의 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연구하지만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움직이는지도 파고든다. 이렇게 다양한 대상을 연구할 수 있는 것은 원자나 우주 속에 변함없는 물리학의 법칙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움직임이 활발한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 책에서 뉴턴의 운동법칙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등 물리학적 이론이나 방정식 등으로 단순히 물리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학이라는 창을 통해 스포츠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동작과 명장면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의 친절한 안내를 통해 우리는 스포츠와 관련된 물리학적 지식으로 스포츠에 직접 참가하거나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보며 응원하는 즐거움만이 아니라 스포츠를 공부하는 즐거움 또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이해의 폭이 스포츠를 넘어서 영화를 볼 때도 물리학적 시각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놀랍고 재미있는 일에 한발자국 다가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리학적으로 세상을 읽고 이해하는 방법도 터득할 수 있다.
물리학처럼 생각하고 바라보기?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해도 물리학자처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직접 스포츠를 즐길 뿐만 아니라 보는 것 또한 즐기는 저자는 이 책에서 누구나 물리학자답게 사고하며 스포츠를 보고 읽는 방법을 설득력 있게 기술하고 있다. 한 예로, 야구선수가 배트로 공을 때렸을 때 빛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소리는 소리의 속력과 반사된 빛의 속력 차이 때문에 100미터 축구장 길이의 절반 정도밖에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계산한다. 투르 드 프랑스 대회 최초로 7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랜스 암스트롱이 가파른 오르막뿐만 아니라 21곳의 급커브도 달려야 하는 험난한 코스인 제16구간의 기록을 가지고 어떻게 움직였는지에 대해서는 자전거와 선수를 묶어 힘과 중력, 마찰력, 공기저항 등을 적용하여 분석하고 기록을 예측한다. 그리고 1968년 멕시코올림픽 멀리뛰기에서 8.90미터라는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밥 비먼의 기록을 출발속력, 출발각도, 중력가속도, 질량중심의 이동 등으로 살펴보고,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피겨스케이팅 선수 카타리나 비트가 회전을 빠르게 하기 위하여 팔과 다리를 자신의 중심 쪽으로 끌어당겨 관성모멘트를 줄인 원리를 설명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원반던지기의 구심운동과 양력, 스모 선수의 칼로리 소모와 선형운동량 등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물리학에 관심 있는 독자와 스포츠팬을 염두에 둔 이러한 글쓰기는 물리학적으로 스포츠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과학적 사고의 틀을 만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