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헤겔 철학 전체에 대한 최상의 입문서!
최고의 정치철학자 찰스 테일러가 쓴 헤겔 연구의 고전!!
헤겔 철학 전체를 이해하는 일이 오늘날 가능한 일일까? 가능하다고 해도 우리가 헤겔 철학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사망 직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헤겔 철학은 분야를 막론하고 거대한 영향력을 미쳤지만 반대로 수없이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헤겔 체계 자체의 방대함과 난해함에 후대의 온갖 해석들까지 덧붙여져 헤겔이 자신의 철학을 통해 실제로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를 온전히 이해하는 일은 우리에게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나아가 절대 정신이나 총체성, 모순 등 우리가 단편적으로 접하는 헤겔의 사유들과 개념들은 낯섦과 당혹스러움만을 불러일으키며 그를 독해할 가치가 없는, 생물학적으로만이 아니라 사상적으로도 이미 죽은 철학자로 생각하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캐나다 출신의 철학자 찰스 테일러(Charles Taylor)는 1975년 『헤겔』(Hegel)이라는 저작을 출간한다. 현존하는 최고의 정치철학자 중 한 명인 테일러는 근대성의 원천들을 근원에서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온 사상가이자 (신)자유주의에 대한 강력한 비판적 무기를 제공해 온 대표적인 공동체주의 이론가이기도 하다. 『헤겔』은 그의 사상적 버팀목 중 하나인 헤겔 철학을 상세히 해명하려는 시도로, 영미권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인정받은 헤겔 연구서이자 테일러의 철학적 뿌리에 접근할 수 있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헤겔』은 근대 대륙 철학에 대한 영미 철학의 해석의 전범을 보여 주는 저작으로서, 테일러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헤겔 철학에 진입하는 가장 완전한 통로를 제시한다. 헤겔 사상 전반을 충실하면서도 이해 가능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이처럼 치밀하고 방대한 저작을 낳았다고 할 수 있다. 『헤겔』은 헤겔 사상을 체계적으로 해설하고 그 의미와 한계를 밝혀 주며, 나아가 헤겔 사상을 우리 현실과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지도 드러내 준다. 『헤겔』은 1975년 출간 이래 헤겔에 관한 가장 포괄적인 해설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지금도 헤겔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필독서로 꼽히는 책이다.
찰스 테일러의 『헤겔』은 그린비출판사가 펴내는 ‘프리즘총서’ 12번째 책이다. 헤겔 철학 전공자이자 현대 사상과 독일 고전 철학 사이의 가교를 놓는 데 몰두해 온 옮긴이 정대성(연세대학교 언어정보연구원 HK 연구교수)의 번역 노고 덕분에 이제 우리말로도 이 대작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원작의 무게감에 옮긴이의 노력이 합쳐져 탄생한 『헤겔』은 한국의 독자들에게 헤겔 사유의 전체 윤곽과 그 정수뿐 아니라, 헤겔 철학과 현대 사회 문제의 연결고리도 확인시켜 줄 것이다.
헤겔을 왜 다시 읽어야 하는가?
오늘 우리에게 헤겔은 누구인가? 우리 시대에 헤겔은 그야말로 죽은 철학자, 혹은 죽어야 하는 철학자로만 보인다. 그가 제시했다고 여겨지는 이상들, 즉 절대 정신, 역사의 진보, 총체성의 획득 등은 역사의 진행 과정 속에서 현실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아가 파괴되어야 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실제로 헤겔은 1831년에 사망한 직후부터 여러 면에서 비판받기 시작했고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모든 비판적 지성의 주적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헤겔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 걸까?
한편으로 헤겔이 이후 세대에 미친 영향이라는 문제가 있다. 모리스 메를로?퐁티는 헤겔 이후 “모든 위대한 철학적 관념들―맑스와 니체의 철학, 현상학, 독일 실존주의, 정신분석학 등―은 그 기원을 헤겔에 두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들 사상은 헤겔을 계승하거나 부분적으로 비판하거나 헤겔에게서 완전히 벗어나고자 하면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19세기 이후 철학적 사유의 발전을 파악하려면 우선 헤겔을 이해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다른 한편으로 헤겔이 철학적으로 해명하고자 했던 문제들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채 우리에게 남겨진 문제들이기도 하다. 헤겔은 근대 사회의 파편화와 인간 소외 문제를 동시대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감지한 사상가였고, 이를 해결하는 것을 핵심적인 철학적 쟁점으로 삼았다. 비록 그가 내놓은 답 중 많은 것이 오류로 밝혀졌더라도 그가 던진 질문들은 여전히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또 그가 제시한 해결책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풍부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
이렇게 헤겔은 우리 시대의 철학적?정치적 문제들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서 중요한 참조점이자 대화 상대자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헤겔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어느 철학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체계를 세운 데다가 난해하고 모호하기 그지없기까지 한 이 철학자 사상의 핵심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헤겔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헤겔 체계에 대한 가장 포괄적이고 상세한 연구
찰스 테일러는 「서문」에서 헤겔을 해명하려 한 시도들이 부딪힌 두 가지 난점을 소개한다. 하나는 아주 명쾌하게 헤겔 사상을 요약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불가피하게 어려운 부분을 삭제하게 되고 그 결과 헤겔을 왜곡할 위험이 커진다. 다른 하나는 그와 반대로 이해하기 어렵더라도 헤겔 사유에 아주 충실한 서술을 제시하는 것인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 독자는 결국 헤겔의 텍스트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테일러의 『헤겔』은 이 두 가지 위험을 의식적으로 피하고자 한 노력의 산물이다. 헤겔 철학을 성실히 전달하면서도 이해 가능한 설명을 제시하려는 테일러의 시도 덕분에 『헤겔』은 헤겔 사상의 전체 윤곽과 세부 사항 양자 모두를 포괄하는 저작이 되었다.
- 시대의 열망 속에서, 그의 전체 체계 속에서 헤겔 읽기
테일러는 헤겔 세대의 주된 열망을 소개하면서 이 책을 시작한다. 왜냐하면 헤겔의 철학적 비전은 그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그 세대의 문제에 반응하면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17~18세기는 계몽의 시대였고, 계몽은 인간 자신이 승인한 것 이외의 어떤 것에도 복종하지 않는 ‘자기 규정적 주체’라는 관념을 확립했다. 그럼으로써 계몽은 세계를 탈신성화했고 인간 이외의 자연을 객체화했다. 하지만 계몽은 그 대가를 치러야 했는데, 인간 삶과 역사의 ‘목적’이나 ‘의미’ 같은 범주들을 말할 수 없게 되었고, 인간과 자연을, 이성과 감성을 분리해야 했다. 그리고 그 결과 근대 유럽 사회는 냉혹한 계산적?도구적 이성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낭만주의가 태동했지만 낭만주의는 역으로 감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비합리주의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렇듯 계몽과 낭만주의가 처한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이 헤겔 세대의 주요 열망이었고 헤겔 철학 역시 그 두 기획을 지양하고 넘어서고자 하면서 형성되었다. 『헤겔』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발전한 헤겔 철학의 의미를 해명하면서 헤겔 체계의 거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1부에서 헤겔 시대의 열망과 청년 헤겔의 철학적 도야 과정을 서술한 뒤, 2부에서는 “체계의 서설”이라 불리는 『정신현상학』을, 3부에서는 “헤겔 체계에서 유일하게 엄격한 자기 근거적 변증법”이자 “자연철학과 정신철학에 전제”가 되는 『논리학』을 다룬다.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정신현상학』과 『논리학』을 이해 가능하게 서술하기 위해 테일러는 두 저작의 서술 순서를 따라가면서 각 부(部)별로 매우 상세한 설명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정신현상학』과 『논리학』의 전체 윤곽을 파악할 수 있고, 두 저작에 담긴 수많은 세부 쟁점들(내용과 방법론 모두에 걸친)에 대한 테일러의 엄정한 해석도 확인할 수 있으며, 나아가 두 저작이 헤겔의 전체 철학 기획에서 어느 위치를 차지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여전히 유의미한 헤겔의 질문들
- 근대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예리한 통찰
이 책의 4부에서는 헤겔의 정치철학과 역사철학을 다룬다. 테일러는 언뜻 보면 보수주의자인 것 같은 헤겔이 사실은 보수주의자도 자유주의자도 아니었고 근대 사회의 문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