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들

1988년 <존재와 사건>출간 이후 발표한 알랭 바디우의 글들을 모은 책으로 종말의 위기에 처한 철학을 새로이 구축.구성하기 위한 지은이의 철학적 마니페스토이다. '철학의 죽음'-철학의 재구성과 관련해 니체에서 출발했던 기존의 패러다임과는 전혀 다른, 낯설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담았다. 이 글들은 정황에 따라 독립적으로 쓰였지만, 글들 사이의 관계는 명확하다. 철학 자체로부터 그리고 철학의 종말이라는 테마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시작되어 철학에 대한 정의가 이루어진다. 또한 철학과 시, 철학과 수학, 철학과 정치, 철학과 사랑이라는 철학의 네 가지 기본 조건들에 대한 연구들을 제시하고 있다. 지은이는 문학적인 니체와는 달리 극히 엄밀한 형이상학의 기본 개념들을 수학과 라캉과 하이데거를 통해 새롭게 사유하면서 철학의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려고 했다. 이러한 지은이의 도전적 프로젝트는 주체-존재-진리를 모두 포기한 채 급속도로 확산된 인터넷에 힘입어 온통 백가쟁명만 벌이고 있을뿐인 우리 사상계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