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물이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1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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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없는 웃음거리(Infinite Jest)>로 타임지 선정 '20세기 100대 영문 소설'에 이름을 올렸으며, 20세기 후반 가장 영향력 있고 창조적인 작가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은 미국의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고(故)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그의 작품 <이것은 물이다>는 타계하기 몇 해 전인 2005년 5월 21일, 케니언대학 졸업식 강연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책으로 출간되기 이전부터 네티즌들 사이에서 수없이 회자되어온 이 강연은 맑고 정제된 언어로 그의 철학의 핵심을 증류하듯 보여주며, 인생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물이란 게 뭐야?" 책은 어린 물고기가 던지는 메타포가 있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어린 물고기의 이 천진한 물음은, 바로 그 속에서 분투하고 있으나 쉽사리 답할 수 없는 영원회귀 같은 물음, 저물녘 지하철 손잡이에 고단한 육신을 기댄 채 한 번쯤 떠올렸다가도 쓴웃음으로 잊고 마는, 삶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과도 겹쳐진다. 하지만 저자는 이제 세상을 향해 힘차게 헤엄쳐 나갈 졸업식장의 어린 물고기들에게, 짐짓 물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지혜로운 나이 든 물고기'를 자처하면서 이런저런 설교를 늘어놓으려는 생각은 애저녁에 없다. 다만, 그는 되묻는다. "당신들이 받은 이른바 대학의 인문 교육이란, 즉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라는 것이란 어떤 의미인가?" 그는 상투적인 클리셰인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리 녹록지 않은 깊은 물음을 되짚는다. 그리고 방금 막 영광스러운 졸업장을 받아든, 그러나 졸업식의 환호가 잦아들고 나면 연민 없는 무정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일상의 삶을 위해 분투할, 아직은 충분히 앳되고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청년'들에게 자신이 깊이 고민하고 성찰한 인생의 교훈을 온 마음을 다해 전한다. 축제의 시간을 짧고, 일상은 길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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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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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물고기 두 마리가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나이 든 물고기 한 마리와 마주치게 됩니다. 그는 어린 물고기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넵니다. “잘 있었지, 얘들아? 물이 괜찮아?” 어린 물고기 두 마리는 잠깐 동안 말없이 헤엄쳐 가다가 결국 물고기 한 마리가 옆의 물고기를 바라보며 말합니다. “도대체 물이란 게 뭐야?” -본문 중에서 ‘물’이란 무엇인가 연민 없는 무정한 세상에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묻다 소설 《한없는 웃음거리(Infinite Jest)》로 《타임》지 선정 ‘20세기 100대 영문 소설’에 이름을 올렸으며, 20세기 후반 가장 영향력 있고 창조적인 작가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은 미국의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고(故)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그의 작품 《이것은 물이다》는 타계하기 몇 해 전인 2005년 5월 21일, 케니언대학 졸업식 강연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책으로 출간되기 이전부터 네티즌들 사이에서 수없이 회자되어온 이 강연은 맑고 정제된 언어로 그의 철학의 핵심을 증류하듯 보여주며, 인생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물이란 게 뭐야?” 책은 어린 물고기가 던지는 메타포가 있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어린 물고기의 이 천진한 물음은, 바로 그 속에서 분투하고 있으나 쉽사리 답할 수 없는 영원회귀 같은 물음, 저물녘 지하철 손잡이에 고단한 육신을 기댄 채 한 번쯤 떠올렸다가도 쓴웃음으로 잊고 마는, 삶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과도 겹쳐진다. 하지만 저자는 이제 세상을 향해 힘차게 헤엄쳐 나갈 졸업식장의 어린 물고기들에게, 짐짓 물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지혜로운 나이 든 물고기’를 자처하면서 이런저런 설교를 늘어놓으려는 생각은 애저녁에 없다. 다만, 그는 되묻는다. “당신들이 받은 이른바 대학의 인문 교육이란, 즉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라는 것이란 어떤 의미인가?” 그는 상투적인 클리셰인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리 녹록지 않은 깊은 물음을 되짚는다. 그리고 방금 막 영광스러운 졸업장을 받아든, 그러나 졸업식의 환호가 잦아들고 나면 연민 없는 무정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일상의 삶을 위해 분투할, 아직은 충분히 앳되고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청년’들에게 자신이 깊이 고민하고 성찰한 인생의 교훈을 온 마음을 다해 전한다. 축제의 시간을 짧고, 일상은 길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디폴트세팅’의 노예에서 벗어나기, 그 끝없는 과업 그가 보기에,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디폴트세팅(default setting)’, 즉 컴퓨터의 기본 설정과도 같은 자기 마음속 신념의 형판을 벗어던지는 것이다. “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만이 절박하고 실존하는 현실”이며 나 자신의 체험만이 절대적 진실이 되는 이 같은 디폴트세팅은 우리 모두가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경향으로, 자기중심주의와 교만이 움트는 발원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디폴트세팅을 벗어던지는 것이 지식이나 지성을 통해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물을 지성화하거나 추상화하여 ‘나’의 내면에만 몰두하는 식자층들의 습속을 본뜨기보다는, 같은 물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처럼 다른 물고기들이 나와 함께 숨 쉬고 있다는 것과 그들이 같이 숨 쉬는 물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예컨대 대형마트 계산대 앞의 지칠 대로 지쳐 보이는 점원의 지루하고 반복되는 삶을 헤아림으로써, 계산대 앞에 줄 선 자기만 피로하다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다른 사람도 다 사연이 있음을 인정하는 온정과 공감을 실천함으로써, 지옥 같은 일상이 더불어 사는 공간으로 상승한다. 판에 박힌 일상에 얽매여 “죽은 사람같이” 살아가는 하루하루와 결별하고, ‘깨어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영혼 없이 물신과 습관에 끌려 다니는 삶이 아니라, 연민과 성찰로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 그들과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 책의 부제처럼, ‘깨어 있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이자 교육의 진정한 가치이며,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의 의미이다. 그럼으로써 너무나 가까이 있기에 깨닫지 못하는 현실을, ‘물’을, 삶을 똑바로 응시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디폴트세팅에서 벗어나기 위한 ‘싸움’이며, 평생을 걸어야 할 ‘과업’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직하지만 단호한 음성으로 말한다. “이른바 ‘진짜 세상’은 여러분이 디폴트세팅을 바탕으로 사는 것을 말리지 않을 것입니다. 남성과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진짜 세상’은 공포와 경멸, 좌절과 갈망 그리고 자기숭배를 연료로 쓰면서 잘 굴러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의 문화도 이런 경향을 동력화해 엄청난 부와 편의 그리고 개인적 자유를 산출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 진실로 중요한 자유는 집중하고 자각하고 있는 상태, 자제심과 노력, 그리고 타인에 대하여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들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능력을 수반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매일매일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사소하고 하찮은 대단치 않은 방법으로 말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입니다.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본문 123~130쪽 중에서) 격식에 매이지 않는 유머, 날카로운 지성, 현실과 맞닿은 철학 그리고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특유의 천재성으로 가득한 이 책은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겪어야 하는 도전을 제시하는 한편, 읽을 때마다 우리를 새삼 깨우치게 하는 조언을 제공해준다. 가까운 곳에 늘 소장하고 싶은 메시지이다. 이 책은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을 위해 쓰여졌지만, 이미 사회에 나와 ‘반은 죽은 상태’로 살고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근본적인 비상약 같은 책이다. 평생을 싸워야 할 자기중심적 사고에 환한 빛을 쏘여주는 책이다. [저자소개]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David Foster Wallace, 1962~2008)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20세기 후반 가장 영향력 있고 창조적인 작가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고(故)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1962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일리노이에서 자랐다. 애머스트 대학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했고, 애리조나 대학에서 문예창작 석사학위(MFA in Creative Writing)를 받았다. 일리노이 주립대학과 퍼모나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쳤다. 1987년 첫 장편소설 《시스템의 빗자루(Brooms of the System)》를 발표하며 비평계의 주목을 끌었다. 33세이던 1996년에는 방대한 분량의 두 번째 장편소설 《한없는 웃음거리(Infinite Jest)》를 발표하였고,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큰 호평을 얻으며 일약 현대의 거장 반열에 올랐다. 《한없는 웃음거리》는 북미가 하나의 국가로 통합된 가상의 가까운 미래에서 한 테니스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펼쳐지며, 약물 중독자들을 위한 재활시설, 아동 학대, 광고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퀘벡 분리주의 등 다채로운 소재를 통해 오늘날 미국 문화의 자화상을 예리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아이러니하고 유머러스한 언어, 300여 개에 달하는 방대한 각주와 미주 등 포스트모던한 작법은 종종 토머스 핀천과 윌리엄 개디스에 비견되었으며,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미국 문학의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알리는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한 평자는 이 작품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1,079쪽에 달하는 이 소설의 어느 부분에서도 군더더기를 찾을 수 없다. 직선적인 서사나 판에 박힌 스토리텔링도 전혀 없다. 월리스가 보여주는 끊임없는 창조성은 한 페이지 페이지마다, 한 문단 문단마다, 한 문장 문장마다 더할 나위 없이 눈부시게 빛난다”(Ted Gioia). 《한없는 웃음거리》는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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