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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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일가의 운명이 곧 나의 운명이라고 여겼다. 김일성의 충신이었던 아버지의 그늘 아래 남들보다 안락하다 여겼던 삶, 신적 존재인 김일성에게 충성하는 것이 의리이자 도덕인 삶, 그것이 평생의 운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유년 시절, 하루아침에 온 가족과 함께 사라지는 친구들을 보며, 이제껏 누리던 안락함이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곳의 삶은 힘의 높낮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도 안전하지 않았다. 덴마크-스웨덴-영국에서 맛본 한 스푼의 자유 권력이 가진 힘이 두려워 욕심도 내지 않았으나, 축복처럼 찾아온 첫 아이는 심하게 앓았다. 북한 최고의 의사부터 먼 지방 할머니의 신내림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병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아이를 살리자면 외국에 나가야 했다. 외교관인 남편과 함께 덴마크, 스웨덴, 영국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의료복지시스템을 체험한 후 북한의 반인민적 실체가 뼈아프게 다가왔다. 힘든 시기마다 우리 가족이 기댈 곳은 조국이 아닌 외국의 복지제도였다. 자유를 향한 갈망, 고민 그리고 선택 조국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고 믿고 싶었지만 조국이 아니라 독재자를 위한 노예의 삶이었다. 모두가 노예인 그 곳으로 되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에서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는 기적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그 기회를 놓친다면 아이들은 두고두고 부모를 원망할 것이다. 북한에 돌아가 다시 노예의 삶을 산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하지만 스스로 노예 계약을 파기하는 그 선택의 무게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고마운 대한한국 대한민국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믿음, 환대에 힘을 입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하고 있다. 자유라는 큰 선물은 많은 억제를 전제로 한다는 것을 한국에 와서 알았다. 많은 것을 개인에게 주는 대신 그 대가는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하다. 하지만 자유를 향한 저자의 꿈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 한다. 계속 꿈을 꿀 수 있는 사회, 노력만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