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마음껏 섹-스 이야기를 해보자” 개성 넘치는 섹스토이숍들이 펼쳐내는 유쾌한 성 문화와 좌충우돌 사업 여정 성을 둘러싼 금기와 억압, 편견을 벗어던지고 자신만의 섹스를 찾아나선, 담대한 모든 이들의 이야기 오랜 기간 남성이 주도해왔으며 페미니즘의 상극으로 여겨진 성산업의 중력장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은 담대한 여성들이 있었다. 작고 하찮은 틈새시장으로 치부된 여성지향적 성산업을 업계의 표준으로 정착시킨 1970년대 미국의 섹스 포지티브 페미니스트 소매업자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여성은 성적 욕망이나 쾌락을 추구해서도, 섹스에 대해 말해서도 안 된다는 억압적이고 성차별적인 정언명령들이 지배했던 1960~1970년대, 이들은 섹슈얼리티를 탐구할 수 있는 장소로서 기존의 남성 중심적 성인용품점과 사뭇 다른 형태의 섹스토이숍을 발명했다. 이러한 시도는 자본주의(상업)와 페미니즘(사상)이 절묘히 교차하는 독보적인 소매 모델을 탄생시켰다. 말하자면 그곳에서 여성들은 쾌락 향상에 도움이 되는 여러 물건들을 살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전문성을 지닌 직원들과 소통하며 성 지식을 얻고 자신의 성적 지향 및 섹슈얼리티를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섹스토이숍 창업자와 직원은 여성의 섹스를 억압하는 성 담론이 제공해주지 않는 안전하고도 해방적인 성 지식을 고객에게 전파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 몇몇 섹스토이숍들은 ‘백인 중산층 여성’이 중심이 되는 페미니즘의 한계를 갱신하며 퀴어 페미니즘적 지향을 과감히 드러내기도 했다. 놀랍게도 저자는 가게를 창업하고 제품 개발에까지 뛰어든 용감한 페미니스트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섹스토이숍 내부로 직접 뛰어들었고, 일정 기간 판매 직원으로 일하며 이 책을 썼다. 풍부한 문화기술지이자 현장연구서로서, 창업자, 제조자, 홍보 담당자 등 다양한 직렬에 있는 업계 종사자들과 나눈 80여 차례 이상의 인터뷰를 생생히 담아낸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페미니즘이라는 사상‧사회운동을 자본주의적 시장에서 판매할 때 발생하는 난점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그 모순을 몸소 경험한 이들이며, 지금도 계속해서 페미니즘과 자신의 관계를 조정해나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섹스 포지티비티란 결코 성적인 것은 모든 사람이 대가 없이,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섹스 포지티비티는 페미니스트 소매업자가 구체적인 사안 속에서 자신의 사업체, 직원, 그리고 고객에게 최선이라고 판단하는 결정을 내리고자 할 때 계속해서 협상해야 하는 성적인 신념 체계다. 이처럼 저자는 섹스토이숍에 얽힌 첨예한 문제들을 꼼꼼히 검토함으로써 페미니즘 자체에 대한 밀도 높은 성찰로 나아간다. 젠더, 성적 지향, 섹슈얼리티, 인종, 계급, 장애 등의 요인을 교차적으로 사유하는 데 섹스토이만큼 흥미로운 사례는 없을 것이다. 섹스토이(숍)에 관심 있는 이들, 성교육과 성상담 등 성을 다루는 이들, 페미니즘에 기반한 활동이나 사업을 구상 중인 이들은 물론 페미니즘을 일상에서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모든 이가 보면 좋을 책이다. 1세대 섹스 포지티브 페미니스트 기업들을 찾아서: 섹스 포지티브 철학과 자위산업 저자 린 코멜라는 여성지향적 성산업 시장의 영향력이 커진 최근의 경향을 지적하며, 여성 소비자가 성·쾌락과 관련한 방면에서 새로운 경제적·문화적 지위를 획득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2009년 인디애나대학교 연구진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50퍼센트의 여성이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으며, 그 가운데 80퍼센트는 파트너와 함께한 섹스에서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을 의식하기라도 한 듯, 콘돔 제조사는 바이브레이터 상품 라인을 개발하여 여성 소비자에게 어필했고, 남성 고객을 겨냥했던 기존의 성인용품점들도 밝고 환한 인테리어로 매장을 리모델링하고 고객서비스를 개편하는 등 노골적으로 여성 친화적인 전략을 폈다. 이 책의 주인공은 1970년대에 미국에서 활동했던 페미니스트 섹스토이숍 창업자들이다. 1974년 뉴욕에서 미국 최초로 여성의 쾌락과 건강에 중점을 둔 기업 이브스가든을 창업한 델 윌리엄스, 그리고 197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섹스토이 소매점 굿바이브레이션스를 개업한 조아니 블랭크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여성 주도 성산업 및 섹스토이 시장을 밑바닥에서부터 개척한 선구적인 기업인이자, 성적 쾌락과 섹슈얼리티를 추구하는 섹스 포지티브한sex-positive 삶의 방식이 여성의 역량을 크게 향상시킨다고 믿었던 담대한 페미니스트이기도 했다. 1990년대 초반 굿바이브레이션스를 방문한 적이 있는 저자는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이 “완전히 새로운 성적 상상과 가능성의 세계로 들어갈 자격을 부여받은 것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섹스 포지티브 철학은 강도 높은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특히 포르노그래피와 성애물에 반대하는 안티포르노그래피 페미니스트들은 섹슈얼리티의 폭력성과 남성 욕망을 문제로 거론하며 반대 주장을 펼쳤다. 안티포르노그래피 진영과 섹스 포지티비티 진영의 대립으로 거칠게 요약할 수 있는 ‘성전쟁sex war’은 1970년대 중반~1980년대 초반 최고조에 달한다. 포르노그래피, BDSM, 부치-펨 관계, 그리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성적 표현을 둘러싼 격렬한 논쟁은 많은 페미니스트를 양극으로 갈라놓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섹스 포지티브 페미니스트들은 그 혼란스러운 문화 논쟁의 한가운데 있었다. 그들은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쏟아진 염려와 거부의 메시지에 저항”했다. “사회적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섹슈얼리티를 경유한 위협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것에 굴복한 채 절망하지 않았”고, 대신 “성적 영역에서 소외되고 배제되었던 사람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동시에 그런 사람들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한 노력이 깃든 장소 중 하나인, 여성을 비롯한 성적 소수자들을 위한 미국 각지의 섹스토이숍이 바로 이 책의 주 무대”이다. 미국 최초의 페미니스트 섹스토이숍 탄생기: 성에 채워진 족쇄를 풀다 1960년대는 (자유시장을 통한) 성혁명이 본격화된 시기로, ‘가정 이데올로기’에 뿌리를 둔 당대의 성 관념에 도전하는 담론들이 들끓었다. 또한 1960년 미국 식품의약청이 경구피임약을 승인하면서 피임약이 여성이 자기 삶의 통제권을 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구로 자리 잡기도 했다. 여성이 성산업의 새로운 소비 계층으로 부상한 것이다. 여성들은 남성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이루면서 성적 독립성을 키워갔으나, 전통적인 젠더 역할을 거부하고 성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성해방적 메시지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여성은 성적 욕망과 쾌락에 대해 자유롭게 토로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2물결 페미니스트들은 게이‧레즈비언 해방운동에 탄력을 받아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해를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이들은 섹스를 의무로 여기도록 여성을 교육해온 가부장적 현상에 도전하며 ‘여성 오르가슴의 정치학’을 주제로 글을 썼고, 각종 섹슈얼리티 의식 함양 모임을 조직했다. 1973년 10월 6일 전미여성기구의 주최로 시작된 여성 섹슈얼리티 컨퍼런스 역시 그런 섹스 포지티브 운동의 일환이었다. 컨퍼런스에서는 “여성 노인의 섹슈얼리티, 레즈비어니즘, 인종과 섹슈얼리티, 성적 환상, 비非모노가미 등 다양한 주제로 40개 이상의 워크숍이 진행되었고 남성을 위한 워크숍 시리즈도 따로 있었다”. 이 대규모 행사는 ‘성적 존재인 동시에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한 최초의 컨퍼런스였다. 컨퍼런스의 말하기 대회에서 여러 여성들은 바이브레이터부터 시작해 개방 결혼, 바이섹슈얼리티, 아동 성학대 경험, 이성애의 권력 역학 등 다양한 주제에 걸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