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외롭지만 따뜻한 수프로도 행복해지니까

한은형 · Essay
2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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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식탁 앞에서 무슨 일을 할까. 이 책에서 바로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자신이 가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기도 하고, 오래전에 거쳐 갔던 여행지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 상상을 풀어내는 방법 역시 매력적이다. 소설가 한은형 특유의 묘사력이 빛을 발한다. 한은형 소설가가 미식가라는 사실은 그의 전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맛있는 식사 한 끼를 위해서라면 먼 곳으로 떠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정 여행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은 놓치지 않고 반드시 챙긴다. 한은형에게는 미식가가 지녀야 할 덕목, 꼼꼼함과 부지런함이 있다. 음식의 맛을 문장으로 재현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방송에서 음식의 맛을 묘사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 사람의 표정을 클로즈업하는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한은형은 자신이 느낀 맛을 묘사하는 일을 아주 근사하게 해낸다. 마치 처음부터 맛이 단어로, 문장으로 존재했다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취향의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다. 싫은 일이 가득한 세상에서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발견하는 기쁨을, 이 책을 통해 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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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프롤로그 참새의 혀 1부 인생은 한 조각의 케이크 샌드위치 고르기 하와이의 해변에서 계란밥의 세계 크레이프 타임 나태한 요리의 미덕 우메소면과 상대성 이론 주사기 햄버거집 치마와 망토 음식의 기쁨과 슬픔 스프와 담배 크루아상의 시간 깨 있는 인생 2부 마녀의 식탁에 흐르는 것들 피와 술 섬약한 루겔러흐 우아한 여자의 오리 우동 정신분석과 토마토 파스타 신비의 파다포도 경상도식 뭇국 나폴리와 나폴리탄 야생 아스파라거스 스토킹? 송어에서는 정말로 수박 향이 나는가 스타벅스에 간다는 것 3부 찻집에 모인 술꾼들에게 활활 타는 화주와 터프한 북극의 잼 아시시의 살라미 겨울에 냉면을 먹는다는 것 부엉이 맥주에서 고양이 맥주로 감자칩의 세계 꿀과 술과 시 정겨운 맛이 나는 막걸리 나의 길티 플레저 만둣국은 왜 따뜻한가 겨울밤의 무알코올 맥주 맹물 야채국, 그리고 4부 겨울이 지겨운 어른아이라면 복어 말고 복 달걀 프라이 혹은 달걀지단 달밤의 체조와 간짜장 반질반질거리지 않는 콩나무 검정 장갑과 코코아 하이라이스와 태교 음악 이상적인 스키야키 마멀레이드와 토끼굴 랄라랄라 빵 PB&J 귤 냄새

Description

“음식 앞에서 동심으로 돌아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다” “한 번도 되어본 적이 없는 아이”가 되는 방법 우리가 어렸을 때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누군가는 활발한 아이였을 수도 있고, 또다른 누군가는 조용한 아이였을 수도 있다. 내가 어떤 아이였느냐에 따라 유년기의 색채는 변하기 마련이다. 유년은 이미 지나가버렸고, 지나간 시절로 돌아가기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그러나 한은형은 음식 앞에서라면 자신이 “한번도 되어본 적 없는 아이”가 될 수 있노라 말한다. “음식을 상상하면 ‘동심’이 생겨나는 것을 느낀다. 한 번도 되어본 적이 없는 아이가 되는 기분… 이 기분이 이렇게나 좋을 줄 몰랐다.”_프롤로그 중에서 한은형은 음식을 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음식을 먹으며 다른 세계를 상상한다.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바쁜데 상상을 하며 본 적 없는 세계로 건너간다니. 이는 저자가 ‘한은형’이기에, ‘소설가’ 한은형이기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잃어버린 유년을 찾아내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 수 있다. “내게 음식을 상상한다는 것은 이 세계를 상상한다는 것이다. 이제 알겠다. 상상이란 나를 움직여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다.”_프롤로그 중에서 나에게 ‘첫’음식은 무엇이었나.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자. 내가 왜 그 음식을 먹겠노라 말했는지에 대해서도. 한은형은 자신이 어렸을 때 누군가를 모방해서 음식을 먹은 적이 있다고 말한다. 모방한 그 사람은 “소설에서 나오는 인물”이었다고도. 그를 흉내 내어 여태껏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을 주문하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이 선명해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이야기한다. 근사한 말이다. 소설가란 그런 것이다. 자신이 처음 주문한 음식을 떠올리면서,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을 생각하게 되는 이라면 소설가의 기질을 갖춘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내가 최초로 누군가를 따라해본 것은 ‘간짜장 시키기’였다. 짜장이 아닌 간짜장을 시키는 것. 중국집에서 주문을 할 때, 가족들이 짜장면과 짬뽕과 볶음밥 중에서 고를 때 짜장면이 아닌 간짜장을 선택하는 거다. ‘나는 간짜장’이라고 말하면서 묘한 우월감과 자부심을 느끼곤 했다. 창피하지만 부인할 수 없다. 내가 모방한 그 누군가는 소설에서 나오는 인물이었다.”_171쪽 소설가가 식탁 앞에서 하는 일, 음식을 먹으며 펼치는 상상 소설가는 식탁 앞에서 무슨 일을 할까. 이 책에서 바로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자신이 가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기도 하고, 오래전에 거쳐 갔던 여행지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 상상을 풀어내는 방법 역시 매력적이다. 소설가 한은형 특유의 묘사력이 빛을 발한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걷는다. 플립플롭을 신고서 어슬렁어슬렁. 캠핑카를 개조한 하늘색 ㅍ푸드트럭이 보인다. 저쪽에서 반바지만 입은 남자아이들이 서핑보드를 끼고서 달려온다. 발자국 위에 물방울이 떨어진다. 바다에는 전신 수영복을 입은 열여섯 살쯤 됐을 여자아이가 파도를 타고 있다. 머리는 포니테일이다. 바람을 휘젓는 포니테일은 말갈기처럼 보이고, 그는 아테네 여신만큼이나 위풍당당하다”_18쪽 한 편의 잘 짜인 소설을 읽는 것처럼 머릿속에 한은형이 만들어낸 풍경이 그려진다. 상큼하면서도 맵고 싸한 한은형의 문장이 입안에서 춤춘다. 미식가이자 취향 전문가인 한은형이 보여주는 세계 한은형 소설가가 미식가라는 사실은 그의 전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맛있는 식사 한 끼를 위해서라면 먼 곳으로 떠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정 여행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은 놓치지 않고 반드시 챙긴다. 한은형에게는 미식가가 지녀야 할 덕목, 꼼꼼함과 부지런함이 있다. “외국에 갈 때마다 내가 최선을 다해 가져오려고 애썼던 것이 바로 이 돼지고기 가공육이다. 흔히 ‘소시송’이라고 부르는, 말려서 만든 드라이한 소시지. 육포보다는 촉촉한 질감에, 결과 결 사이에 하얀 지방이 점점이 박혀 있고, 소금과 후추, 펜넬 씨드 등으로 절여 콤콤 구수한 풍미로 가득한, 게다가 짠맛이 덜하고, 썰어서 바로 먹을 수 있으며, 와인 안주로도 좋고, 청포도와 기가막히게 어울린다.”_120쪽 “나는 아시시에 머물기로 한 날을 헤아려 살라미를 샀다. 아시시에 있는 동안, 아침이면 살라미와 요거트와 에스프레소로 아침을 먹을 생각으로 벌떡 일어났다. 살라미욕이 차오를 때면, 아시시에서의 향락을 복기한다. 혀 위에 펼쳐지던, 그 짜릿한 오후를 말이다.”_122쪽 음식의 맛을 문장으로 재현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방송에서 음식의 맛을 묘사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 사람의 표정을 클로즈업하는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한은형은 자신이 느낀 맛을 묘사하는 일을 아주 근사하게 해낸다. 마치 처음부터 맛이 단어로, 문장으로 존재했다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은 당연하게도 취향의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다. 싫은 일이 가득한 세상에서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발견하는 기쁨을, 이 책을 통해 알아갈 수 있다. “아침 겸 점심으로 샌드위치만한 게 없다. 가지와 토마로, 양파, 주키니 호박 같은 야채를 구워서 잔뜩 넣고 발사믹 소스를 흥건하게 뿌린 샌드위치를 좋아한다. 빵은 바싹 구운 파니니여야 할 것이다. 버터를 바른 빵 위에 살짝 씨겨자를 덮어준다면 더 좋다. 처음에는 나이프와 포크로 음전하게 먹는다. 그러다 참지 못하는 순간이 온다. 와인색 소스를 입과 손에 묻히며 먹게 되는.”_14쪽 “사실, ‘계란’보다는 ‘달걀’을 좋아한다. 그래서 왜 계란밥이라고 하지 달걀밥이라고는 하지 않는 걸까하고 생각해왔다. 날계란보다 날달걀이 더 맛있게 느껴지지 않나요? 그리고 또 저는 날계란파보다는 날달걀파가 되고 싶습니다.”_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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