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25년 차 택배기사의 유머와 여유, 그리고 삶의 지혜 이 책을 읽은 사람은 택배를 보낼 때마다 마음이 촉촉해질 수밖에 없다! “그림자 같던 세계에 불을 밝히는 책이다. 분통이 터지다가도 마음 가득 따스해지고, 깔깔 웃다가 기어이 눈물도 난다.” _김하나 작가 “조금 더 다정한 사람,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보다도 타인의 삶과 노동에 대해 몰라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이 책을 읽자.” _김민섭 작가 1998년 3월 3일 일을 시작한 25년 차 택배기사와 그의 딸이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택배산업은 1992년 시작되었다.) 제목을 보고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 하고 의문이 들다가도, 저자가 택배기사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느낌표 가득 호응하게 되는 책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이다. 통신판매업의 성장과 더불어 덩치를 키운 우리나라 택배 시장은 코로나19로 비대면 배송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30년이 흐르는 동안, 택배는 이제 아주 흔한 일상이 됐다. 동요 <택배 아저씨>의 “띵동 벨소리가 울려 퍼지면 아빤 줄 알았는데 택배 아저씨♪”라는 노랫말처럼. 여러분도 오늘, 오늘이 아니라면 내일, 택배를 받을 테니까. 우리 사이에는 택배를 둘러싼 사연들이 잔뜩이라 무슨 얘기든 공감할 수 있고, 이해도 할 수 있을 테지. 그래서 지금 여러분이 이 책을 결제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일 내가 이 책을 배송하게 될 수도 있고. (7쪽, 기사님의 여는 말) 갑과 을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은, 한 사람의 이야기 좋은 것은 그와 함께 온다 “내가 갑인데 왜 택배기사가 갑 노릇을 하죠?” 나는 고객에게 말했다. “고객님. 배송기사와 고객님은 갑과 을이 아니라 상생관계죠. 고객님이 원하시는 상품을 택배기사가 배송하지 않으면 결국 받지 못하시는 것인데 어떻게 갑과 을이라고 말씀하십니까?” (116쪽, 요즘 같은 시대에 남의 집 귀한 자식에게) 미디어에서 택배기사는 주로 ‘과로사’, ‘보호받지 못하는 개인사업자’ 등과 연관되어 다뤄지지만, 이 책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의 택배기사는 그에 앞서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숙련된 직업인이다. 갑과 을의 시선에 갇히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의 여유, 그래서 가능한 유머는 독자의 낡은 사고방식을 깨고, 독자를 푸근하게 안는다. 이런 상상을 해 볼 수도 있겠다.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을 쓴 사람이 오늘 나에게 택배를 전달한 바로 그 기사님일지도 모른다고. 그 상상만으로 일상은 조금 달라진다. 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잠깐 미소를 지을 수도 있다. 그 작은 것들의 효용을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의 택배기사다. 이 책에서 그는 300여 곳을 배송해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듣지 못한 하루와, 자신이 올 시간에 맞춰 저녁상을 차려 놓고 기다린 고객님에 관해 썼다. 이 책은 우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직접 말하지 않는다. 그냥 보여 준다. 운전도 좀 하고, 말도 좀 하고, 인생도 좀 살았다 숙련된 직업인, 자기 인생의 철학자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은 2019년 동명의 독립출판물로 먼저 나왔다. 36개의 글이 56개로 늘고, 새롭게 그림이 그려져 지금의 책이 됐다. 30대 직장인인 ‘큰딸’은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아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기로 마음먹는다. 그제서야 옆에 있는 아빠가 보였다. 문을 닫고 나에게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는 그들과 달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자리에서, 어떻게든 소임을 다하는 사람. 그리고 생각했다. 문 앞에 두고 전달하지 못한 아빠의 마음. 이런 것을 기록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남겨야 하나. (266쪽, 큰딸의 닫는 말) 몇 권이나 되는 아빠의 수첩을 사이에 두고 아빠와 딸이 써 내려간 글에는 신기하게도, 그 자리에 없는 사람들도 듣고 싶어 할 말들이 담겨 있다. 이를테면,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고 묻는 사람이 듣고 싶어 할 말. 피지컬도 스피릿도 필요 없다. 그저 지금 계속하고 있다면 잘하고 있는 것이고, 그게 계속 쌓이면 오래할 가능성이 생길 테지. 그렇게 모든 것은 따라오는 것일 듯하다. (85쪽, 따라온 친구) ‘저 사람이 나보다 잘난 게 뭔데?’ 하고 화가 난 사람은 어쩌면 이런 말이 듣고 싶은 건지 모른다. 다른 이가 가진 것과 내가 가진 어떤 것을 비교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너무 큰 관심을 갖지 말고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집중하는 것으로 두려움을 극복해 보길. 그러지 못한다면 그저 지질한 것이고 구린 것이다. (67쪽, 다른 동료) 직업은 종종 사람을 지운다. 스스로가 밥벌이를 위해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상대방 또한 그렇다는 걸 자주 잊는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물건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당연하지만, 어떻게 하루 만에 그 모든 일이 가능한지는 모른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지 헤아릴 수 있다면, 세상이 좀 덜 팍팍하지 않을까? 자기 일을 그르치고 싶은 사람은 없듯, 배송이 잘못되길 바라는 택배기사도 없다는 걸 헤아릴 수 있다면. 택배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택배기사…… 우리는 셋 중 하나다. 그리고 여기, 모두가 기다리는 이야기가 있다. 박수 칠 때 떠나면 좋겠지만 일을 계속할 수 있어서 박수 칠 기운이 난다. 남이 쳐 주는 박수보다 중요한 문제다. 일이 주는 기쁨과 슬픔만큼 삶을 깨닫게 하는 것이 있을까. (262쪽, 기사님의 닫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