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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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밝은 문학평론가 김용희의 첫 번째 장편소설! 명랑, 유쾌, 발칙한 소녀들의 달콤쌉싸름한 성장과 사랑 그리고 그에 따른 진통 이야기 소녀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과 여자가 된다는 것은 다르다! 근대시민사회의 적자라는 태생적인 조건에서 자유롭지 못한 소설 장르에서 성장소설은 시민사회의 성숙과 교양의 확대라는 공공적 이익이 요구되면서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창작되었다. 영미문학은 물론이고 근대 독일문학, 프랑스 문학에서 성장소설로 분류될 수 있는 작품들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널리 읽히는 고전으로 사랑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팀 보울러 같은 성장소설 전문작가가 등장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기까지 하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완득이』를 비롯해,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같은 성장소설로 분류될 수 있는 소설이 출간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문학평론가로서 활발한 현장비평 활동을 하고 있는 김용희가 소설가로서 처음 발표하는 『란제리 소녀시대』 역시 성장소설의 모범적인 전통을 따르고 있다. 주인공이 아직 주체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미성숙한 고등학생으로 설정되어 있고, 그가 주변의 인물과 사건이 직조해내는 세계의 다양한 사태들과 조우하면서 자신의 존재의 원리와 성격을 궁구한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그것을 ‘성장’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분명 성장소설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이 기존의 성장소설과 다른 것은, 성장소설의 관념적인 도식성과 계몽적 경직성을 과감히 폐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와 같은 차별성은 작가가 구사하는 솔직하면서도 도발적으로까지 보이는 내러티브의 힘에서 기인하는데, 작가는 성장하는 개인의 윤리 속에 남과 여, 폭력과 희생이라는 사회적 지배구조의 함의들을 섞어놓는다. 명민한 기억력으로 1970년대 후반 대구라는 도시의 분위기와 당대의 명료한 표징들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그 시대를 살았던 여고생들의 감수성과 문제의식, 그리고 그것을 억압한 시대적 분위기를 정밀하게 복원해내는 것이다. 그 결과 진지함과 재미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달콤쌉싸름한 매력적인 성장소설이 탄생한 것이다. 동어반복의 늪이 깊어지고 있는 한국소설의 풍토에서 출현한 아주 재미있고 발랄한 소설 『란제리 소녀시대』는 또한 이즈음 유행하는 칙릿계열의 소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젊은 여성들의 감성과 생리를 잘 짚어내는 데 성공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녀들은 1970년대 말에 고등학생을 보낸 작가 김용희 또래의 여고생들이다. 소설 속에서 작가는 자신이 살아온 시대에 대한 자의식을 여과 없이 과감하고 대범하게 투사한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설득력 있는 스토리 라인과 더불어 빠르고 재미있게 읽히는 서사구조를 만들어낸다. 주인공 이정희는 대구에서 완구공장을 하는 집안의 둘째딸이다. 그녀는 개성이 강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말 많고 탈 많은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을 통과해나간다. 공부와 시험에 치이고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끊임없이 ‘훈육과 통제’를 당하면서도 정희는 연애와 문학 같은 일탈을 시도한다. 남학생들과 영화를 보고 나오다가 선생님에게 걸리기도 하고 첫눈에 반한 선배 오빠 때문에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 심지어는 연애에 낙담하여 자살을 연구하기도 한다. 자칫 감상이나 과장의 오류에 빠지기 쉬운 이런 디테일한 시퀀스는 당대의 분위기와 시대 상황을 생생하고 치밀하게 복원하는 녹록찮은 묘사와 문장력에 의해 사실성을 획득한다. 이 소설이 가지는 상당 부분의 재미는 바로 이 사실성이 주는 통쾌함과 지나간 시간에 대한 환기력이다. 소녀 시절은 누구나 다 돌아가고 싶은 고향과 같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시절을 지나온 이들에게 바치는 진솔한 송가와 같은 이 소설. 작가는 소설을 통해 묻는다. 어떻게 그 시절을 잊겠는가. 아프고 따뜻했던 우리들의 심장과 우리들의 약속, 헤르만 헤세의 소설에 밑줄을 긋던 가장 순수하고 빛나는 시절의 사랑을…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