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
부활한 걸리버, 허풍으로 세상에 도전하다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은 출간 당시 18세기를 뒤흔든 책이다. 이성적인 사고방식으로는, 기발하지만 황당한 허풍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듯하다. 현대에서도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기발함이 그 시대 사람들로서는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책은 쇄를 거듭하며 팔려 나갔다. 이 책은 독일의 이야기인데도 영국에서 먼저 출간되어 화제가 되었고, 곧이어 독일에서도 출간이 되면서 두 나라를 휩쓸었다.
돈키호테 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걸리버처럼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모험을 하는 뮌히하우젠의 이야기는 커다란 흥미를 제공한다. 여러 명의 저자들이 본래의 이야기를 바꾸고 수정하여 책을 내고, 영화로도 여러 차례 제작되었을 정도이다. 그만큼 이 책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한 수많은 이야기로 또다시 뻗어나갈 수 있는 전형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책이 현대에서도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빠르고 복잡하게 흘러가는 세상을 그저 좇아가다가 보면 부족한 것, 틀린 것, 부당한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뮌히하우젠 남작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맞서고 거짓과 과장을 일삼는 사람들을 비난했다. 그 방식은 과격하거나 폭력적이지 않다. 허풍으로 여유롭게 이야기를 풀었을 뿐이다. 이 책이 주는 것은 물론 독자들이 취하는 만큼이겠지만 흔히 두툼하면서 모범적인 형태와 내용을 담고 있는 책들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편집자 리뷰
숨통을 뻥 터주는 카타르시스, 뮌히하우젠 남작의 이야기
최고의 말솜씨와 허풍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날린 허풍선이 남작은 1720년 독일의 어느 지방에서 태어난 실존 인물이다. 귀족 출신이자 뛰어난 사냥꾼이면서, 러시아군에 가담하여 전투에 참전한 장교이기도 한 뮌히하우젠 남작은 화자로 등장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인물이다.
도무지 결말을 예측할 수 없고 믿을 수조차 없는 허풍을 뮌히하우젠 남작은 시종일관 점잖고 진지한 어조로, 그것도 진실임을 재차 강조하면서 들려준다. 늑대 입속으로 주먹을 넣고 장갑 벗기듯이 훌렁 뒤집어 붙잡은 이야기나 여우 이마에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내고 채찍을 휘갈겨 여우 가죽을 온전히 얻어내는 법 등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기발한 발상에 연신 놀라워하며 이야기로 몰입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이야기가 진짜라고 그 누구도 믿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처럼 보이는 말들이 진짜로 둔갑하여 속고 속이는 세상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겸손하게 풀어가는 뮌히하우젠 남작을 통해 우리는 그 이면의 진실에 더욱 가깝게 다가가게 된다. 더욱이 ‘근세 발라드의 아버지’라는 별칭답게 뷔르거만의 활기 넘치고 생생한 문체로 읽게 되니 즐거움까지 배가 된다.
혹시 반복되는 매일이 지겹다고, 오늘이 꼭 어제 같다고 투덜대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각박하고 무미건조한 현실 속에서 발상의 전환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논리와 이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이 이야기가 숨통을 뻥 터주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줄 것이다.
내용
이 책에 나오는 신기한 이야기들은 뮌히하우젠 남작이 ‘친구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면서 직접 들려주곤 했던’ 것으로, 그는 통상적인 사냥 체험담과 과장된 재담들을 훨씬 뛰어넘는 이야기 솜씨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내용은 크게 2부로 나뉘는데, 1부에서 뮌히하우젠 남작은 자신의 재능과 용맹함, 침착함을 발휘하여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 베이컨으로 오리 잡기, 꿀을 바른 손수레 손잡이에 갇힌 곰, 반으로 잘린 말의 반쪽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이야기 등 각양각색의 기발한 에피소드들이 죽 이어진다.
또한 2부에서는 사냥꾼이자 군인으로서 세계를 누비고 다니며 시대를 초월하여 동화의 주인공이 된다. 전설적인 신비의 세계뿐 아니라 달과 지하세계까지 유랑하며 놀라운 일들에 관해 보고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뮌히하우젠은 자신의 선조들도 끌어들이며 영국의 셰익스피어, 엘리자베스 여왕을 거론한다. 그 외에도 바다 세계를 통해 허풍 활극에 풍요로움을 더해준다. 그리하여 2부에서는 점점 더 ‘상상의 항해’로 빠져들게 되었으며, 이상향적이고 모험에 넘치는 이야기로 변모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