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할 뻔했다

구광렬 · Poem
1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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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426권. 1980년대 멕시코에서 중남미 문학을 전공하고 그곳에서 스페인어로 시를 발표하며 멕시코 문협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한 울산대학교 스페인어과 구광렬 교수의 한국어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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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시인의 말 제1부 瞬 슬쁨/인중의 길이/A와 B/P의 자취방은 바다 같았다/Topoema 4/뜰채/야옹/고별 무대/강문수내과 가는 길/문득,/송광사 가는 길/풀무질과 어머니/피난길/어머니 전상서/걸레 제2부 廻 天地創造/脈搏篇/커피를 타다가/반귀머거리/4시 10분/Y에게/개성만두집/6월의 이별/화장터 매점 김 씨/황혼/고요/아말피 레스토랑에서/기차가 산다/파타고니아에선/탱고의 기원/아니, 바라던 자세가 아니었나/까만 올리브/테킬라Tequila/죽음을 기다리는 즐거움/케찰코아틀 제3부間 間22/間23/間24/間25/間26/間27/間28/間29/間30/間31/間32/間33/間34/間35/間36/間37/間38/間39 /間40/間41/間42/間43/間44 해설|자아해체의 심연을 건너는 미학적 모험·염무웅

Description

슬픔도 기쁨도 아닌, 아니 슬프기도 기쁘기도 한 어느 이방인의 삶과 노래 슬+쁨, 공간의 ‘차이’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사이’ 1980년대 멕시코에서 중남미 문학을 전공하고 그곳에서 스페인어로 시를 발표하며 멕시코 문협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한 울산대학교 스페인어과 구광렬 교수의 한국어 시집 『슬프다 할 뻔했다』(문학과지성 시인선 426)가 출간되었다. 구광렬 시인의 목소리에는 야생의 활력, 강렬한 원시적 힘이 작동한다. 이러한 그의 문학을 밀고 나가는 동력으로서의 역동적 세계관은 단순하지 않은 복합적 진화 과정을 담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침입자들의 학살과 약탈에도 불구하고 원주민과 백인 사이에 다양한 인종적 문화적 혼합이 이루어진 라틴 아메리카는 원주민 자신의 고유한 혈통과 문화도 상당 부분 원형대로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흑인노예와 아시아이주민 후예들의 또 다른 요소를 품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야말로 백인침략사의 살아 있는 박물관이자 다문화사회의 움직이는 전시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혼종적 세계에서 청춘의 방황기를 보낸 시인의 세계에는 멕시코의 황홀한 음악?리듬이 흐른다. 흥겨운 가락과 감미로운 속삭임에 마취되듯 감정이입이 되는 매력적인 시들이다. 반면 유년의 가족사에 얽힌 빈궁의 기억과 한국 근현대사 현장의 목소리는 시의 리듬과 비유법이 품바나 육자배기 같은 우리네 토착적 민속적 전통예술에 뿌리를 두고 있음이 느껴진다. 이것은 항상 시인이 자신의 근거와 현재적 배경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음을 알게 한다. 또 그의 시에는 두 개의 음성이 교차되거나 여러 층위의 시간대가 공존하는데, 이런 것들이 시인에게 문제적인 것은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의 이동이 거의 언제나 단절 또는 도약을 동반하는 것이어서 그때마다 그가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에 부딪쳤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새 한 마리 날자 숲의 밑자락 굳기 시작한다 나무들과 난 거친 파피루스 속 풍경이 되어 원근을 잃어간다 그림 속에 갇히기 싫은 새는 푸드득 날갯짓하지만 다리와 꽁지가 그림 속에 갇힌다 반 이상 그림이 돼버린 산 그림자, 산들바람에도 팔랑인다 그림 밖 새의 몸통에서 떨어지는 깃털은 그림 속 치켜든 내 얼굴을 간질이다 옷자락 무늬가 되기도, 하지만 부피 없이 가라앉는다 난 무량한 점으로 이루어진 선, 기력을 다해 몸의 끝점을 그림 밖으로 밀쳐보지만 빠져나가는 건 해 질 녘 연기 같은 내 그림자뿐 믿을 건 기도밖에 없으나 기도는 내 몸의 지도를 더듬을 때만 역사하는 것이니 부피 없는 두 손을 모을 순 없고 흐르는 구름 아래 정지된 숲, 몸통의 반이 그림 밖으로 돌출된 새, 까악까악 슬피 노래하다 기쁨으로 우는, 막 빠져나가버린 내 그림자 반 장 ─「슬쁨」 전문 間, 깨진 거울/조각난 자아가 꿈꾸는 너머의 세계 시인에게 멕시코는 깊이 빠져들수록 더 낯설어지는 땅이었다. 그러나 교수가 되어 돌아온 고국은 전쟁의 폐허도 산업화로 발버둥치던 곳도 아닌 새로운 신세계였다. 그리하여 다시 그는 이방인으로 변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여전히 원초적 체험의 세계와 라틴 리듬 속의 황홀한 도취 사이에 기억으로 남아 있는 자신의 존재 근거인 어머니를 비롯한 가난한 시절은 건너기 힘든 심연이다. 끊임없이 또 다른 방향의 재적응 훈련을 요하는 과정에서 시인에게 ‘정체성의 혼란’ ‘자아해체의 위협’은 최대의 화두일 수밖에 없다. “깨진 거울” 같은 ‘조각난 자아’와 ‘시간적 단층’의 표현은 자아의 분열 또는 다중적 정체성의 혼돈을 미묘한 초현실주의적 구도 속에 형상화한 것이다. 그리하여 병존하는 감각, 복합의 감정이 초현실적 기발한 발상으로 전환되며, 시인이 찾는 새로운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거울 속 살점과 거울 밖 살점이 그리워한다 거울 밖 왼쪽 눈이 70년, 광교 낙지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일 때 거울 안 오른 쪽 눈은 80년, 멕시코시티 소나 로사 한국정에서 냉면을 먹는다 ─「間41」 부분 조각가가 아닌 A, 못 그린 다리 부분을 점토로 만들어 다리 부분이라 예상되는 캔버스 하단에다 붙인다 닥종이 작가가 아닌 A, 꼬리를 닥종이로 만들어 꼬리 부분이라 예상되는 캔버스 가장자리에다 잇는다 행위 예술가가 아닌 A, 중절모를 벗어던진 뒤 토끼 가면을 쓰곤 늑대 머리 부분 앞에서 바들바들 떠는 시늉을 한다 ─「間31」 부분 우리는 구광렬의 문학적 열정에 신뢰를 가지면 가질수록 「슬쁨」 같은 작품이나 연작시 「間」에서 그가 진정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묻게 된다. 왜냐하면 이들 작품에서는 단순히 정체성의 혼돈 또는 자아의 분열이라는 수사적 설명으로는 모자란 심각한 정신적 위기상황의 문제화가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지 한 개인의 심리적 위기에만 관련된 사안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소외와 분열에 신음하는 현대문명 전체의 위기와도 무관치 않으리라 믿어지는데, 위기에 대한 그의 전신적(全身的) 도전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_염무웅(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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