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그물

최정례 · Poem
1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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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451권. 1990년 『현대시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30년, 백석문학상 수상 작가 최정례 시인의 신작 시집이다. 등단 30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시집이기도 한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공간과 시간의 혼돈 속에서 시적인 물음들을 물으며 자기 갈 길을 가는 시들, 이곳을 말하면서 동시에 저곳을 말하는 알레고리의 시들을 선보인다. 정밀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 구체적인 언어와 냉철한 직관력으로 일상의 다채로운 풍경들을 담아낸 산문시의 새로운 경지와 묘미를 보여주는 이 시집에서 우리는 “어떠한 위기와 시련에도 손상되지 않는 인간의 신비”(김인환, 추천사)를 읽을 수 있다. 30년간 활달한 상상력과 고유의 어법으로 독자적인 시 세계를 구축해왔음에도 끊임없이 시적 모험을 실천하며 갱신의 의지를 다져온 시인의 고투가 역력히 드러나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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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제1부 공중제비 각자도생의 길 빛그물 입자들의 스타카토 웁살라의 개 첫눈이라구요 이불 장수 내일은 결혼식 남의 소 빌려 쓰기 긴 손잡이 달린 앵무는 조류다 토끼도 없는데 애완용 인간 매미 제2부 소라 아니고 달팽이 삼단어법으로 개미와 한강 다리 4분의 3쯤의 능선에서 구멍 들여다보기 다른 사람들의 것 나의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 같은 월면 보행 젖은 바퀴 소리 모래와 뼛가루 국 기다란 그것 제3부 겨자소스의 색깔 과하마라는 말처럼 창에 널린 이불 방 안에 코끼리 어디가 세상의 끝인지 오늘은 오락가락 시작법 물리 시간 밖에서 입김 자리 여름을 지나는 열세가지 새소리 쓰나미 냄비는 왜? 제4부 접시란 무엇입니까 발자국은 리듬, 리듬은 혼 안개와 개 안개의 표현 줄거리를 말해봐 우박 물고기 얼굴 반짝반짝 작은 별 홈런은 사라진다 올드 타운 뒷모습의 시 원격조종 고슴도치에게 시 읽어주기 참깨순 1mg의 진통제 해설|신형철 시인의 말

Description

“강물이 영원의 몸이라면 반짝임은 그 영원의 입자들 아직 삶이 있는 나는 반짝임을 바라보며 서 있다” 심층의 감각으로 미지의 세계를 기록하는 시인 최정례 빈빈(彬彬)의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시력 30년의 역작 1990년 『현대시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30년, 백석문학상 수상 작가 최정례 시인의 신작 시집 『빛그물』이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오장환문학상 수상작 『개천은 용의 홈타운』(창비 2015)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일곱번째 시집이다. 등단 30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시집이기도 한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공간과 시간의 혼돈 속에서 시적인 물음들을 물으며 자기 갈 길을 가는 시들, 이곳을 말하면서 동시에 저곳을 말하는 알레고리의 시들”(시인의 말)을 선보인다. 정밀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 구체적인 언어와 냉철한 직관력으로 일상의 다채로운 풍경들을 담아낸 산문시의 새로운 경지와 묘미를 보여주는 이 시집에서 우리는 “어떠한 위기와 시련에도 손상되지 않는 인간의 신비”(김인환, 추천사)를 읽을 수 있다. 30년간 활달한 상상력과 고유의 어법으로 독자적인 시 세계를 구축해왔음에도 끊임없이 시적 모험을 실천하며 갱신의 의지를 다져온 시인의 고투가 역력히 드러나는 시집이다. 원리로 환원할 수 없는 사랑의 빛과 그림자 오래도록 바래지 않을 빛그물로 빚어낸 우연의 순간 최정례의 시는 매혹적이다. 별것 아닌 것에서 시작해 끝내 한편의 아름다운 시가 되는 경이로움이 있다. “이념도 아니고 사상도 아닌/우리의 생활”(「창에 널린 이불」)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삶의 비밀스러운 면모를 포착해내는 데 최정례만큼 능숙한 시인은 없는 듯하다. 나무에 올라간 염소를 보면서 그들이 먹기 위해서거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올라가기 위해 그냥/올라가서는/내려오지 못해/매달려 있는 것”(「삼단어법으로」)이라고 보는 독특한 시선과 “개미 한마리가 한강 다리를 지나가면 다리가 휘겠니, 안 휘겠니?”라고 물으면서 “거의 무에 가까운 무게지만 무게는 무게”(「개미와 한강 다리」)라는 기발한 발상이 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해설에서 “이런 것이 바로 최정례다움의 일면”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시인은 저마다 “각자도생의 길을 가야 하는”(「각자도생의 길」) 고독한 삶에서 ‘시적인 것이란 무엇일까’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한다. 산문과 시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최정례의 시를 읽다보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공간의 유연한 흐름 속으로 빨려드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 현실과 비현실, 의식과 무의식의 혼잡한 틈새를 넘나드는 ‘밑도 끝도 없는’ 두가지 이상의 이야기가 홀린 듯 따라가게 만드는 산문시의 구조 속에서 촘촘하게 얽혀 있다. 시인이 보여주는 대로 세계 속에는 많은 것이 얽혀 있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뒤섞이는 “인간과 인간 사이” “가치와 가치 사이”(신형철, 해설)의 무수한 얽힘을 시인은 ‘빛그물’로 엮어 “내가 모르는 나, 나라는 허상이/복제, 복제되고 있”(「우박」)는 초현실 같은 순간들을 시적인 순간으로 끌어올린다. “어둠을 통과해 더 큰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이 세계를 말하는 동시에 “그곳으로 영혼이 조용히 앞질러”(「웁살라의 개」) 가는 딴 세상을 보여주면서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조차 “전혀 모르겠”(「젖은 바퀴 소리」)으나 “뭔가 가슴 찢는 게”(「매미」) 있는 삶과 존재의 이면을 섬세하게 파고든다. 이수명 시인은 앞 시집(『개천은 용의 홈타운』) 추천사에서 최정례의 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멀리 나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시집은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시인은 “산문으로 된 이야기 속에 시적인 것을 어떻게 밀어넣을 수 있을까의 실험, 아직 끝낼 수는 없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극약 처분의 낭떠러지를/기어올라야 하는”(「1㎎의 진통제」)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새로운 시 쓰기에 대한 시인의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익숙하게 굳어버린 생각을 바꾸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우리를 눈뜨게 하는 ‘산문시를 향한’ 시인의 탐험은 그렇게 계속될 것이다. “밀려오는 구름의 내일을 내다보며”(「첫눈이라구요」) “울컥 쏟아질 것 같”(「긴 손잡이 달린」)은 심정으로 “병원 무균실에서 교정을 본다”는 시인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을 울린다. 최정례 시인과의 짧은 인터뷰 (질의: 편집자) ―시집 『개천은 용의 홈타운』(창비 2015) 이후 5년 만의 신작입니다. 등단 30주년이기도 하시고요. 간단히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등단 30주년이라니! 저 스스로가 오히려 놀랐습니다. 시는 썼지만 한 일도 없이 세월이 갔네요. ―현재 투병 생활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를 쓰는 생활이나 일상은 어떻게 변하셨는지요. 병원 들락거린 지 6개월이 됐는데 처음엔 통증 피하느라 정신없다가, 이제는 먹는 것과 자는 것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한식구가 되어 뒤늦게 학교에 들어온 것 같아요. 그동안 전혀 몰랐던 사람들과 다양하게 만나게 되고 그들이 다 자기 생명의 벼랑에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배울 것이 많아요. 사과 한쪽도 나눠 먹고 서로 아픈 것을 위로하며 지내니 이젠 병원이 집이고 학교 같아요. ―'산문시'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인상적인 시집입니다. 선생님께 산문시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제 이전 시집에 대하여 “이건 산문이지 시가 아니다”라고 말한 사람이 있었어요. 물론 그 사람의 시에 관한 관점은 다소 편협했고 생각 없는 발언이기는 했지만, 전통적인 시 형식으로는 복잡다단한 우리의 현대 생활을 담아낼 수 없다는 게 분명해요, 산문시가 무엇인지 작품으로는 아직 대답이 끝나지 않았고, 그래서 미국식 산문시집을 번역해보기도 했고요. 형식적인 파괴 혹은 형식적인 발견을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제 자신을 좀더 들들 볶으면서 대답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시집에서 특별히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와 이유를 부탁드립니다. 표제시인 「빛그물」에 애착이 가서 발표 후에도 여러번 수정했습니다. 시작 동기는 정치적 사회적 부자유에 대한 반발이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회적 정치적 주장이나 제안이 유치하게 느껴지면서 다 같이 아름다운 골짜기로 가 쓰러지는 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역사가 우리를 그리로 휩쓸고 가겠지요. 그전에 이미 사람들 각자의 생각 속에서는 어떤 자각이 들어서게 될 것이고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계획은 늘 ‘시를 잘 쓰자’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자’이지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늘어날수록 시를 잘 쓰는 게 가능한 것인지 어렵기만 해요. 시를 통해서건 그 무엇을 통해서건 사람을 사랑하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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