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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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의 도쿄 미식 기행. 주인공인 독신주의자 이노가시라 고로는 도쿄와 오사카의 소박하고 오래된 18곳 식당을 혼자 돌아다니며 일본 고유의 음식 맛을 즐긴다. 대부분 음식만화와는 달리, 기상천외한 레시피나 작위적인 줄거리 전개가 절제된 이 작품에서 작가는 진정한 미식이란 삶이 녹아 있는 단순하고 깊은맛을 즐기는 데 있음을 은근히 역설한다. 고독한 미식가 증보판 발행 이 책이 발행된 지 10년 만인 2007년, 다니구치 지로는 <주간 SPA!>에 ‘고독한 미식가’의 신작을 발표했다. 새롭게 선보이는 이 증보판에는 특별 에피소드(병원의 가자미 조림)가 수록되어 있다. 주인공이 부상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게 되지만, 그 왕성한 식욕과 함께 병원밥을 기다리는 다소 코믹한 에피소드가 추가된 것.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주인공 이노가시라의 내면을 엿볼 수 있어 더욱 반갑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증보판에는 3자대담이 추가로 수록되어 있는데, 《고독한 미식가》 발행 10년에 맞춰, 이 책의 작가인 다니구치 지로, 원작자인 구스미 마사유키, 그리고 《고독한 미식가》의 왕팬이라고 자처하는 여류 작가 가와카미 히로미가 함께 얘기를 나누었다. 《고독한 미식가》의 구상에서부터 주인공 캐릭터의 변화 등 이 만화를 주제로 나눈 세 사람의 대담이 무척 흥미롭다. 독신과 미식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는 외국에서 잡화를 수입하는 무역업자. 이 책을 끝까지 읽은 독자도 그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다. 알게 된 것이 있다면, 그가 ‘자유로운 영혼’이고, ‘삶이 무거워지는 것’이 싫어서 결혼도 하지 않고, 매장도 운영하지 않는 단순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뿐. 그러나 ‘먹는 것’에 대해서만은 유별난 집착을 보인다.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도쿄 곳곳에 숨어 있는 아담하고 정겨운 맛집들을 찾아 헤매고, 원하는 음식을 먹고 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낀다. 그는 사치스럽고 값비싼 고급 레스토랑을 찾아다니거나, 소문난 식당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는 ‘바보짓’을 하지 않는다. 그에게 미식이란 복잡하고, 요란하고, 희귀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음식을 먹고, 그들에게 보편적인 것이 그에게는 독특한 것으로 남는, 그 깊고 오래된 맛을 기억에 새기고 그 기억을 더듬는 행위이다. 그에게는 사랑도 미식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책에는 주인공의 극적인 사랑이야기가 전개되지 않는다. 단지, 몇 가지 단서를 통해 그가 어느 유명한 일본 여배우와 사랑에 빠졌으나 안타깝게도 프랑스 파리에서 이별로 끝났다거나, 대학시절 사랑했던 여인이 자신의 친구와 결혼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서글픈 과거사를 막연하게 짐작할 뿐이다. 짐작건대, 호화스러운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기를 꺼리듯, 그는 유명 여배우와의 사랑을 견딜 수 없었고, 소문난 식당 앞에서 줄을 서듯이 한 여자를 두고 친구와 갈등을 벌일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그의 독신은 그가 생각하는 미식처럼 단순하고도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 고독한 선택이다. 이 만화의 스토리를 제공한 원작자 구스미 마사유키는 책의 후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마도 그에게는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위안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혼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누구에게도 신경 쓰지 않고, 무언가 결핍된 상태에 있는 자신의 육체적·정신적 허기를 메워갈 때, 그는 언제나 자유를 느꼈을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 고독하게 혼자 무언가를 먹을 때, 나는 이노가시라 고로가 자유로웠다고 믿는다. 그는 그 순간 자유로웠다. 마음대로 행동하고, 시간이나 사회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게 허기를 채움으로써, 현대의 원시인으로 변하여 왜곡되었던 자신을 치유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