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불확실

오은경 · Poem
1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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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의 시 273권. 2017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오은경의 첫 시집으로 가만한 일상의 언어로 직조된 오은경의 시는 독자들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늘한 감각의 장으로 데려다 놓는다. 집, 산책길, 공원처럼 매일 지나치던 공간에 문득 “어제는 없던 풍선 몇 개”가 떠 있는 것처럼, 오은경의 시는 보편적인 일상의 흐름 속에 침투한 순간적인 감각들을 붙잡아 둔다. 이때 시인이 주목하는 것은 어떤 대상이 나를 떠나가는 순간의 장면과 그때 자신에게 스치는 감정이다. 대상이 떠나간 이유도, 떠나간 대상에 대한 이해도 모두 불확실한 상황에서 확실한 것은 생생한 감각과 감정뿐이다. 순간의 감각만을 담백하게 바라볼 때 거꾸로 많은 기억과 이야기들이 완성될 수 있음을 시집 『한 사람의 불확실』은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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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1부 너의 등 뒤로 미끄러지듯이 닫히는 문 매듭 13 다가가면 15 교통사고 16 철창 18 놀이터 20 테루테루보즈 22 비밀 엽서 24 테루테루보즈 26 밤눈 28 경험 30 서클 32 스노우볼 34 해바라기 37 2부 창문 바깥 늘 같은 시간 생일날 41 공터에서 43 불면 44 복도에서 46 하늘의 푸른빛 48 한 사람의 불확실 50 리모델링 52 지렁이 지키기 54 새로운 필름 56 나뭇잎 58 종점 60 코스모스 62 미경작지 64 시공 기사 66 낭떠러지 68 보푸라기 70 3부 산책을 하면 너희 집으로 갈 수가 있어 지진 75 영향력 77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80 난쟁이 82 눈사람 84 체인지 86 녹음실 88 꽃다발 90 아케이드 92 분열 94 그물망 96 보물함 98 프레임 100 4부 단 한 사람도 차에서 내리지 않는다 재차 105 갈등하는 사람 107 트럭 운전사 110 플라스틱 113 깨진 거울 114 골목에서 116 길 위에서 118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120 묶인 사람 122 앞마당 124 자각몽 126 날개들 128 부표 130 우리의 믿음이 만약 우리와 같다면 132 작품해설┃강보원(문학평론가)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135 추천의 글┃김언, 신해욱 166

Description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불확실할 때 홀로 선명해지는 순간의 감각들 이 시집은 희미하게 들려오는 그 고백들을 기억하듯이 기억하듯이 미리 써내려 간 유령 일기다. 그 흔한 비명이나 울음 한 점 없이도 아프게 아프게 들려오는 밤의 일기다. -김언(시인)┃추천의 글에서 반듯하게 탈구된 문장으로 오은경은 친밀한 세계의 낯섦을 서늘하게 펼쳐 보인다. 캔 음료를 따다가. 감쪽같이 사라질 신발을 미리 신다가. 케이크를 들고 친구네 집의 초인종을 누르다가. 한없이 맑은 스산함이 등골을 타고 오른다. -신해욱(시인)┃추천의 글에서 2017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오은경의 첫 시집 『한 사람의 불확실』이 민음의 시 273번 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가만한 일상의 언어로 직조된 오은경의 시는 독자들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늘한 감각의 장으로 데려다 놓는다. 집, 산책길, 공원처럼 매일 지나치던 공간에 문득 “어제는 없던 풍선 몇 개”가 떠 있는 것처럼, 오은경의 시는 보편적인 일상의 흐름 속에 침투한 순간적인 감각들을 붙잡아 둔다. 이때 시인이 주목하는 것은 어떤 대상이 나를 떠나가는 순간의 장면과 그때 자신에게 스치는 감정이다. 대상이 떠나간 이유도, 떠나간 대상에 대한 이해도 모두 불확실한 상황에서 확실한 것은 생생한 감각과 감정뿐이다. 순간의 감각만을 담백하게 바라볼 때 거꾸로 많은 기억과 이야기들이 완성될 수 있음을 시집 『한 사람의 불확실』은 이미 알고 있다. ■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침엽수 잎 사이에 걸려 있는 너의 배낭을 꺼내지 못했다. 각오했던 것보다 마음이 힘들었다. 늘 체력이 부족했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처음 산에서 마주쳤을 때 역시 너는 나보다 긴 시간을 헤매던 것 같았다. 목도리가 얼굴의 일부분인 것처럼 동여매여 있었다. ―「밤눈」에서 오은경 시의 화자는 대상이 떠나간 빈자리에 서서 그, 혹은 그것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시에 그 대상에 대한 정보는 없다. 오직 떠나는 행위와 그 행위가 화자에게 남긴 잔향들이 서술돼 있을 뿐이다. 길을 잃은 듯 산길을 배회하는 것은 화자인 ‘나’와 마찬가지인데 ‘너’는 먼저 가 버렸으며 함께 동행할 수 없다. 이때 “너는 나보다 긴 시간을 헤매던 것 같았다.”라는 화자의 짐작, “목도리가/ 얼굴의 일부분인 것처럼 동여매여 있었다.”라는 묘사를 통해 우리는 화자가 바라보고 있는 대상에 집중하는 대신, 대상의 빈자리에 서 있는 화자의 감각을 대리 체험한다. 화자는 애써 대상에게 가닿으려는 노력 없이 그저 피어오르는 감각들을 감지한다. 대상에 대한 정보가 희미하기에 그 대상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우리는 『한 사람의 불확실』의 화자가 머무는 자리에 함께 서서 불어오는 감각들을 느끼며, 저마다 먼저 떠나보낸 대상들을 대입해 볼 수 있다. ■ 보이는 것을 보인다고 말하기 식전 기도를 위해 눈 감아야 했지만 눈 감지 않아도 좋을 만큼 집 안은 어두웠다 어떻게 해야 기분이 나아지는지 나로서는 알지 못했다 알고 싶지도 알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생일날」에서 『한 사람의 불확실』을 통해 우리가 화자의 감각을 추체험할 수 있는 것은, 화자가 자신의 느낌을 전하는 데 거리낌이 없기 때문이다. 작품 해설을 쓴 강보원 문학평론가의 문장처럼 오은경 시의 화자는 “보이는 것을 보인다고 말하며 느껴지는 것을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는 시종 담담하다. 마음을 다치게 할 법한 감정을 느낀 뒤에도 기분이 나아지게 할 방법을 모를 뿐만 아니라 “알고 싶지도 알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그 태도 덕분에 우리는 화자가 겪었을 경험의 깊이와는 무관하게 객관적인 시선으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건조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그 태도는 대상도, 감정도 왜곡하는 법이 없다. 보이는 것을 보인다고 말하기에 가장 정확하다. 그리하여 오은경의 시집 『한 사람의 불확실』은 무형의 출발선이 된다. 우리는 화자가 담담한 태도로 완성한 시편들을 시작점 삼아 각자의 감각과 감정으로, 저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던 대상들로 기억을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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