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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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의 책 소개 작가 노석미가 통과해나가는 40대의 이름, ‘매우 초록’!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이나 다 유니크하고 아름답다. 화가 노석미의 신작 산문집을 펴냅니다. 『매우 초록』이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본연인 그림에서뿐 아니라 글에 있어서도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온 그가 2008년부터 2019년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려온 그림과 더불어 살아온 그 ‘살이’를 허심탄회하게 기록한 이야기입니다. 시기적으로 보자면 근 10년 세월이 담겼으니 작가의 말마따나 “어쩌면 나의 40대에 대한 이야기, 그간 에피소드의 나열, 모음집이라고 할 수”있을 것입니다. 한 개인의 인생 어느 부분을 묶어내는 일에 있어서 누구든 그럴싸한 사연 하나 없겠나 하실 수도 있겠으나 그 마땅함 가운데 이러한 작가의 태도야말로 오늘날 우리에게 책의 유용함을 설명할 수 있는 본보기가 아닐까 하고 조금 더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어린 시절 어느 때부터 지속적으로 나, 또는 나의 주변에 대해서 쓰거나 그려왔다. 그것이 직업이 되었다. 보고 느끼고 쓰고 그렸다. 앞으로도 큰 변화가 없다면 계속 그렇게 살겠지. 거창하게 작가정신 이런 말 품고 살지 않지만 이렇게 사는 사람이 작가라고 불릴 수 있다면 나는 작가일 것이다.” 네. 보고 느끼고 쓰고 그리는 삶. 이런 일상의 반복에 있어서의 꾸준함이라는 태도. 작가 노석미는 매일같이 그 뼈대를 곧추세우고 매일같이 그 뼈대에 붙은 살을 근육으로 단련시키고자 마음을 쓰듯 몸을 쓰는 작가입니다. 이 책은 그 과정의 아주 솔직하고도 담백한 어떤 일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농부들이 농사달력을 구비해놓고 텃밭일지를 수시로 써나가듯 말입니다. 일찍이 사람에 기대지 아니하고 자연에 의존하는 현명함을 든든한 뒷배로 삼은 채 작가는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인생이라는 혼돈에 이런 이름의 부표 하나를 던집니다. ‘very green', 살짝 삼삼하게 무심한 듯 삼박하게 우리말로 ‘매우 초록’이라 풀이를 한 작가의 의도에서 묘하게 의도치 아니하게 ‘매움’의 향을 맡습니다. 매우가 깊어지면 매워지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묘한 뉘앙스를 가진 말의 번짐 가운데 그 뒤에 붙은 컬러가 초록이라는 데서 무릎을 치게도 됩니다. 자연 그대로의 초록, 본성 그대로의 초록은 언제나 시작이며 언제나 끝을 상징하는 색감이기도 한 연유입니다. 40대는 우리에게 어떤 나이대인가. 40대의 끄트머리에서 제 살아온 근 십년을 소회하는 작가의 이 책에서 우리 눈이 일단 호강을 하는 데는 화가로서 그가 그려온 많은 그림들이 심심치 않게 소개되는 즐거움이 무릇 커서이기도 할 것입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눈을 더 크게 뜨게 하는 그의 그림들로 그의 성실성에 다시 한번 탄복을 하게도 만듭니다. 그의 그림은 단순하지만 그의 그림이 주는 메시지는 크디큽니다. 그는 보이고자 하는 것만 그리고 말하고자 하는 것만 씁니다. 더는 빼고 더할 것 없는 그 간결함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큼직하다고 느껴집니다. 보는 순간 흡수되고 보는 순간 새겨지고 보는 순간이라는 그 찰나 속에 우리로 하여금 그가 아닌 나를 보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는데 이 과정이야말로 독서의 순기능을 상징적으로 함축적으로 모아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해서입니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책을 이해하는 데 있어 힌트가 되어주는 부의 제목를 한번 나열해보면 1부 ‘땅과 집’을 필두로 2부 ‘정원과 밭’, 3부 ‘동물을 만나는 일’, 4부 ‘사람을 만나는 일’, 5부 ‘집과 길’로 읽히는데 이때의 키워드들이 이 책을 정확하게 통과하게 하는 이정표임을 쉽사리 알게도 됩니다. 인생의 절반을 살아왔고 다시 그만큼의 절반을 살아갈 준비를 하는 과정이 예 담겼구나. 서울을 떠나 양평이라는 땅을 찾고 그 땅에 새 집이면서 내 집을 짓는 과정 속에 만나게 된 정원, 밭, 동물들, 사람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잇게 하는 길. 이 기록의 소중함은 매순간 제 몸이라는 땀으로 정직하게 생을 흡수함과 동시에 발산하는 과정을 투명하리만치 선명하게 그려내고 써내는 작가의 의지가 가장 앞에 있는 이유에서 찾아지기도 할 것입니다. 가볍게 툭툭 내뱉는 것 같아도 그 뱉음에는 사유의 관조가 녹아 있어 깊습니다. 그 깊음의 컬러를 초록이라 할 때 우리가 왜 들판을 산을 빈 칠판을 왜 오래 쳐다볼 수 있는가 생각하게 합니다. 작가 노석미는 글에 있어서든 그림에 있어서든 기교와는 다른 지점의 멋으로 무장이 되어 있습니다. 그중 으뜸은 자기만의 개성을 알아채고 그것에만 치중하고 집중한 에너지의 순정이 큰 역할을 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요약할 수 있는 키워드로 ‘사귐’을 가져와봅니다. 서로 얼굴을 익히고 가까이 지내는 일의 사귐. 자연과 사귀게 하는 책, 사람과 사귀게 하는 책, 동물과 사귀게 하는 책, 그렇게 나 자신과 사귀게 하는 책. ‘매우 초록’은 어쩌면 그 사귐이 통한다 하였을 때 유레카 하며 알아먹고 내뱉는 우리만의 암호 우리만의 구호일 수도 있겠습니다. 생은 사가 있어 내내 초록이기도 할 것입니다. 노석미 작가의 이 책이 세대를 막론하고 귀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그 경계를 자유자재로 오가고 있어서이기도 할 겁니다. 부디 여러분의 내일이, 여러분의 매일이 매우 초록, 그러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