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생존과 적응, 성장과 정체성 사이
휘청거리는 자아를 돌보는 우아한 탐색
퀴어, 혼혈, 넌바이너리, 과학 저널리스트가
장르를 재창조한 매혹적이고도 도발적인 데뷔작
중국계 미국인 작가 사브리나 임블러의 데뷔작이자, “과학책과 회고록 사이에서 두 장르 모두를 아름답게 재창조”(뉴욕타임스 최고의 책)했다는 극찬을 받은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 열 가지 바다 생물로 본 삶(How Far the Light Reaches)』이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사브리나 임블러는 과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왔고, 이 책의 출간으로 에드 용, 사이 몽고메리, 메가 마줌다르 등 유수의 기성 작가들이 한목소리로 “놀라운 작가가 등장했다” “세대를 대표하는 재능을 지녔다” “기적적이고 초월적이다”라며 극찬했다.
저자는 《뉴욕타임스》《애틀랜틱》《캐터펄트》 등 다양한 매체에 에세이와 르포를 발표했다. 백인 남성 중심의 과학 및 환경보호 분야에서 활동하며 기존의 연구, 서사와는 차별화된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다. 퀴어, 혼혈, 넌바이너리로서의 정체성과, 이민자 가정의 배경을 지니고 바닷속 생명의 신비를 탐구하며, 다층적 시선으로 자연과 인간을 연결한다. 사브리나 임블러는 이 책에서 특히 적대적이거나 외딴 환경에 사는 열 가지 바다 생물(금붕어, 문어, 철갑상어, 향유고래, 설인게, 왕털갯지렁이, 나비고기, 살파, 갑오징어, 불사해파리)을 중심에 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엮는다.
해양생물들을 하나씩 소개하고 묘사하며, 가족, 공동체, 돌봄의 급진적인 모델을 발견한다. 해양생물은 우리가 가늠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지만, 그것은 인간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낼 뿐이다. 심해의 설인게(yeti crab)는 수심 2000미터에 작용하는 약 200기압이 넘는 압력에도 짓눌리지 않는다. 영원히 어둠에 잠겨 빛이 스미지 않는, 바다의 90퍼센트를 차지하는 무광층의 지대에서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
저자는 말한다. “그렇게 깊고 차가운 물속에 그렇게 풍요로운 생명이 있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100쪽) 태양으로부터 수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심해의 바위에 빽빽하게 붙어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연구한 끝에, 과학자들은 세균을 비롯한 여러 미생물이 ‘분출공의 화학에너지[저자의 표현으로는, 지구 내부의 열과 화학]’를 흡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이 사실에 적잖이 혼란스러워했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었던 ‘태양광을 이용한 직간접적 에너지 생산’이라는 과학의 통념과 ‘생명이 어디서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관한 핵심 개념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다.
사브리나 임블러는 “풀과 삼나무가 햇빛을 영양분으로 바꾸도록 진화했듯이 심해 세균은 유독한 기체의 에너지를 자신만의 영양분으로 바꾸도록 진화했다”(101쪽)라고 말하며, “생명은 늘 새롭게 시작할 장소를 찾아낸다”라는 발견을 공유한다. 저자의 깨달음은, 위기에 처한 공동체는 늘 서로를 찾아내고 “어둠 속에서 함께 반짝거릴 방법을 새롭게 발명할 것”(112쪽)이라는 성찰로 나아간다.
과학적 기록과 자기 고백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이 책은, 당신만의 빛을 발견하는 여정을 선사할 것이다. 혹은 우리 각자가 지닌 어둠과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변형)을 발견할 수 있는 단초를 찾게 할 수도 있다. 레이철 E. 그로스(『버자이너』 저자)가 말했듯, 이 책은 분명 “촉수로 당신을 움켜쥐고 새로운 깊이로 끌어당길 것이다. 이 책을 읽고서 변화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2022 《타임》 《피플》 선정 최고의 논픽션
2022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도서상(과학기술 부문) 수상작
2022 《반스앤노블》 《셸프어웨어니스》 《와이어드》 선정 최고의 책
《뉴욕타임스》《사이언스》《뉴요커》《워싱턴포스트》《사이언티픽아메리칸》 주요 매체 극찬
바다는 모든 신비 속에서 퀴어스럽다
나는 털투성이, 퀴어 인간, 만지면 따듯하고 부드러운 존재
어떻게 내가 계속 살아갈 수 있는지 상상하고 싶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함께 반짝거릴 방법을 새롭게 발명할 것이다
사브리나 임블러의 눈은 인간의 관점으로 극히 가혹한 환경에 사는 해양생물들에 머무르며, 인간과 비인간의 특성을 중첩한다. 심해의 한 어미 문어[그라넬레도네 보레오파키피카(Graneledone boreopacifica)]는 일생 동안 단 한 번 주어지는 번식의 기회에서 후손의 생존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4년 반을 굶는가 하면(2장 「어머니와 굶는 문어」), 이론적으로 생명 활동이 불가능한 장소에서 도도하게 살아가는 생물도 있다. 그중 설인게는 생명에 대한 개념을 바꾼 대표적인 동물이다.(5장 「순수한 삶」) 비교적 최근까지도 과학자들은 모든 생명이 직간접적으로 태양광에 의존한다고 생각했다. 식물이 광합성으로 당을 만들고, 다른 모든 생물은 식물을 직접 먹거나 식물을 먹는 생물을 먹음으로써 생명을 유지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설인게는 햇빛이 전혀 닿지 않는 무광층인 심해에서 지구 내부에서 뿜는 열기와 에너지만을 먹고 지낸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생명의 존재에 대한 과학의 개념을 다시 쓰는 순간이었다.
몸이 투명해 언뜻 해파리처럼 보이는 살파(salp)는 여러 마리가 사슬처럼 모여 한 개체를 이루는 동물이다.(8장 「우리는 떼 짓는다」) 자아 개념이 복수로만 존재하는 살파에게 개체의 정체성이란 모호하다. 살파는 필요에 따라 군체 생활과 단독 생활을 오가며 산다. 이따금 바람과 지구의 자전으로 식물성플랑크톤이 폭증하면 이를 먹이로 하는 살파 수십억 마리가 자신을 복제해 바다를 뒤덮기도 한다. 엄지만 한 살파 무리가 무려 10만 제곱킬로미터 면적을 점령할 정도로 불어난다.
저자는 인간에게 익숙한 논리로 설명하기 어려운 비인간의 생태를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그리고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자기 서사와 고백으로 나아간다. 문어를 바라보며 나아간 ‘신체성’의 고백이 그렇고 “나는 시스젠더 남성이 아닌 사람과 데이트하면서부터 퀴어의 몸들을 즐기게 되었고, 우리가 이처럼 무한히 창의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빚어낸다는 사실을 즐기게 되었다. …… 아마도 나는 언제나 내 몸과, 내 몸이 바라는 바와, 내가 내 몸에게 바라는 바와 타협하면서 살아갈 것이다.”(52쪽), 설인게를 바라보며 나아간 ‘공동체’에 관한 성찰이 그렇다. “인정하건대 내가 애착을 느끼는 부분은 그런 장소의 미스터리, 미스터리가 그런 장소를 성스럽게 만든다는 점, 그리고 애초에 우리가 이해할 운명이 아닌 그 불가능하고 일렁거리는 삶의 방식이다”.(112쪽) 살파와 다이크 행진을 겹쳐 본 다음 고백은 어떠한가? “우리 몸들이 광장의 돌바닥을 가로질러 흘러들고, 우리는 우리 중 몇몇이―용감한 사람, 감상적인 사람, 특별히 세균에 내성이 있는 사람이―뜨거운 열광을 식히기 위해서 상의를 벗고 분수에 뛰어드는 모습을 구경한다. 그곳에서, 물속에서 우리는 서로 물을 튕기고, 키스하고, 끌어안는다. 우리의 부드러운 부분이란 부분은 죄다 흔들면서 마지막으로 하나의 떼로서 함께 약동한 뒤 조금씩 나뉘어서 각자의 길로 흘러간다.”(175쪽)
신체는 어떤 방향으로든
변형되고 성장하는 존재
우리는 더 야생적이고, 더 장엄하며, 더 풍요로운 가능성을 찾아낼 것이다
“갯민숭달팽이는 머리처럼 보이는 돌기를 댕강 떨어뜨리고, 게는 집게발을 희생하며, 도마뱀붙이는 잘린 채로도 꿈틀거리는 꼬리를 떨어뜨려서 자신이 탈출하는 동안 미끼가 되게 한다. 뱀은 죽은 척하고, 나비는 잎으로 가장하며, 문어는 먹물을 뿜는다. 이런 적응은 놀랍고 그래서 우리는 이런 동물을 특별하다고 여기지만 그래도 만약 포식자의 끝없는 위협이 없었다면 애초에 이런 적응이 필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135쪽)
자연계의 생존 전략과 인간의 정체성 형성 사이의 놀라운 유사성을 저자는 예리한 관찰로 포착해 낸다. 해양생물과 함께 자신의 정체성과 가능성을 돌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