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근심, 걱정, 후회, 스트레스……
과연 인간은 존재론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가능한가?
이를 증명하고자 직접 염소의 삶으로 뛰어든 한 남자의 리얼 분투기!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실험적 디자이너 토머스 트웨이츠,
‘염소가 된 인간GoatMan’ 프로젝트로 2016년 이그노벨상을 거머쥐다!
“놀랍도록 기상천외하지만 초지일관 디자인의 야생 영역을 찾아 떠나는 한 남자의 여정을 사려 깊게 성찰한 책!” _앤서니 던(영국을 대표하는 던앤래비 디자이너)
“전에는 염소가 된다는 생각을 결코 해본 적이 없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부터는 도무지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_딘 버넷(신경과학자이자 <가디언> 기고가)
발표하는 프로젝트마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영국 디자이너 토머스 트웨이츠의 신작, ≪염소가 된 인간≫이 책세상에서 출간되었다. 인간이지만 염소의 영혼과 마음, 신체를 (얼추) 갖추고서 알프스 산맥에서 풀을 뜯으며 살아가는 염소 떼의 삶으로 뛰어든 이 황당무계한 이야기는, 놀랍게도 실화다. 이 실화의 주인공 토머스 트웨이츠는 런던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생물학을 공부하고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엘리트다. 성공이 보장된 듯한 미래 앞에서 그는 왜 갑자기 염소가 되기로 결심한 것일까?
영국 왕립예술대학 졸업전시회 작품으로 ‘토스터 프로젝트’ 를 선보여 주목을 받은 그는 각종 전시회 참가와 TV 출연, 해외 북 투어까지 소화하면서 후속작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쏠리던 이때, 돌연히 슬럼프에 빠지고 만다. 근심, 걱정, 스트레스에 짓눌린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던 어느 날,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떠올린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의 삶으로부터 잠시 휴가를 떠나보겠다는 결심을 한다, 염소가 되어! (애초에는 코끼리가 되려 했으나 실현 불가능함을 깨닫고 염소로 변경.)
다행히 이 황당무계한 계획에 런던의 생명과학연구소 웰컴 트러스트가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결정하고, 그는 바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염소의 영혼을 알기 위해 덴마크 주술사를 만나는가 하면 염소의 마음과 몸을 탐구하고자 동물행동학자, 신경과학자 등을 만나 다양한 실험에 임한다. 그리고 수의사와 의수족 제작자 등을 만나 염소의 외골격(인공 다리, 헬멧, 흉부 보호대, 엄마가 만들어준 방수 코트, 뜯은 풀을 소화시킬 인공 반추위까지 갖춘)을 만들어 장착한 다음, 알프스 산맥을 누비는 염소 떼의 삶으로 뛰어들기에 이른다. 그리고 애초의 계획, 네발로 기어 알프스 산을 넘는 대장정에 나선다. 과연 이 실험은 성공할 것인가?
≪염소가 된 인간≫은 그의 무모하지만 진지한 질문, “인간은 존재론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가능한가”를 온몸으로 부딪혀 탐구한 리얼 실존 보고서다. 이 기상천외한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금 되짚어보면서, 수많은 난관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토머스 트웨이츠의 유쾌하고도 탁월한 도전에 감동하게 된다. 그는 이 책으로 2016년 이그노벨상 생물학상을 거머쥐었고, 현재 세계 주요 염소 목장에서 초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염소가 되어 인간의 조건을 되묻는,
한없이 엉뚱하면서 지극히 실존적인 이야기
푸르디푸른 벌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염소(또는 코끼리), 주인이 챙겨주는 사료를 받아먹으며 태평하게 조는 애완견이나 애완캣 등을 보노라면, 누구나 한번쯤 그들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나 근심, 걱정, 후회 등 인간만의 고질적 병폐라 여겨지는 것들에 짓눌려 스트레스로 가득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동물이 되어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직접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토머스 트웨이츠가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만한 엉뚱한 생각을 실제로 구현, 물상화하여 통념과 관습으로 가득한 세상의 새로운 의미, 특별한 가치를 재발견해주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시도는 무모한 실험이라 정의되기도 하고 엉뚱한 모험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그 시도 자체로 지극히 실존적인 탐구 보고서가 된다. 그의 이름을 처음 알린 ‘토스터 프로젝트’가 그랬고, 후속작 ‘염소가 된 인간’이 그렇다. 그는 사물 또는 동물에 눈높이를 맞추고, 맨몸으로 토스터라는 사물, 염소라는 동물의 핵심에 진입하려 노력한다. 그들 삶의 조건을 편견 없이 탐사함으로써 자연스레 지구상에 존재하는 두 발 동물, 인간의 조건을 되묻는다. 염소가 되어 알프스를 넘었다는 사실 자체가 위대한 것이 아니라, 이런 모험적인 시도들을 통해 그가 가장 실존적인 인간의 상태를 보여준다는 데 진한 감동이 있다.
몇 미터쯤 더 사력을 다해봤지만 의미 없는 짓임을 알고 있었다. 염소 떼의 음매 소리가 귓전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고, 이제 난 높은 산 위에 남은 유일한, 외로운 염소였다. 허친슨 교수와 히스 박사, 제프의 모든 걱정들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아파왔다. 나는 어쩌면 750미터 동안은 진짜 염소들과 간신히 엇비슷했다……아니 1킬로미터라고 해두자. 썩 훌륭하진 않았지만, 빠르게 총총거리며 움직이는 흥분한 염소들 틈에서 1킬로미터를 한 팔로 푸시업 하며 전진해보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친애하는 독자들이여, 난 여러분들이 나를 비난할 입장은 못 된다고 생각한다. 내 말이 방어적으로 들린다면, 글쎄, 그건 내가 워낙 낙심했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무리의 일원이 되어 이동하고 있다는 데 환희를 느꼈지만 그 순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가버렸다. 주위에서 염소를 한 마리도 볼 수 없게 되자 나는 대단히 염소 같지 않은 짓을 했다. 바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이 상황에 대한 사색에 들어간 것이었다.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은 분명했다. 나는 그저 천천히 겨울철 목초지를 향해서 산을 내려가야 할 것이다. 총총거리는 염소들과 보조를 맞추려고 애쓰지 않고 천천히 걸어서 움직인다는 생각에 나는 조금 안도감을 느꼈다. 나는 느리지만 꾸준히 움직여 호수 옆에 있는 길을 따라 몇 킬로미터쯤 걸어간 뒤 긴 흙댐을 건넜고, 아래쪽 계곡을 향해 있는 길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_<5장 염소의 삶>에서
눈 쌓인 알프스 정상에서 깨달은
단순한 삶의 기쁨
주술사의 힘을 빌려 염소의 영혼을 탐구하고, 동물행동학자와 신경학자의 도움을 받아 염소의 마음과 몸을 연구한 그는, 결국 인체를 이용하되 염소와 가장 유사한 형태의 외골격을 갖추고 겨울이 되기 전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 염소 목장을 방문하다. 여기서 사흘간 풀을 뜯고 이동하고 또 풀을 뜯는 염소 떼의 삶을 경험하면서, 특별히 그를 애정하는 18번 염소도 만나게 되고, 염소 무리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계’에 대한 고민도 품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염소에게 동류로 받아들여진다.
이 광경을 직접 목격한 목장주는 이 ‘미친’ 프로젝트를 감행하는 그의 진의를 물은 뒤, 사소하지만 놀라운 진리를 전해준다. 근심, 걱정, 후회 등 인간의 특질로 이해되는 것들이 실은 자연에서 멀어진, 복잡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병폐라는 걸 말이다.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만 챙겨 인간 세계와 생활 세계의 복잡다단함에서 벗어나 염소처럼 단순한 삶을 따를 때, 어디서나 자유로운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토머스 트웨이츠는 한결 가뿐한 마음이 되어 네발로 알프스 등정길에 오른다. 마침내 빙하 꼭대기,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경계에 선 그는 환상처럼 한 남자를 만나 고백한다. “어떤 사람은 새가 되는 꿈을 꾸죠. 저는 염소가 되는 꿈을 꾼답니다.”
우리가 산꼭대기에 있는 농장에 돌아오자 리타가 농가의 저녁 식사에 우리를 초대했다.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농가 안은 아주 아늑하고 기분 좋은 곳이었다. 우리는 리타가 큰 냄비에 끓인 염소 스튜를 빵과 염소 치즈를 곁들여 먹었다. 나는 동족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