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재유기』는 후쿠다 시게오의 위트와 유머를 담은 창조의 계보다.
후쿠다 시게오의 디자인은 ‘놀이’를 넘어서 사람과 사물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담은 ‘마음’이다.
재미있는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재미있는 상상이란 무엇인가?
디자인의 명쾌함이란 무엇인가?
후쿠다 시게오는 일본 디자인계에 지속적으로 ‘놀이’라는 영향을 미쳐 왔다.
그는 보는 시점을 이동시키거나 고정시킴으로써 보이지 않게 되는 것과 보이게 되는 것을 생각했다. 기발한 발상으로 기존 양식과 개념을 타파해 역전의 발상, 기존의 상식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다시 보고, 고쳐 생각하고, 그리고 스스로 뛰어들었다. 이것이 바로
후쿠다 시게오의 디자인 방법이다.
― 가타기시 쇼지
그가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에세이집 『후쿠다 시게오의 디자인 재유기』
이 책은 그의 위트와 유머를 담은 ‘놀이’ 정신이 넘쳐나는 창조의 계보로, 위대한 영감과 탁월한 식견을 우리에게 전해 준다.
『후쿠다 시게오의 디자인 재유기』는 후쿠다 시게오를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에게 중첩시켜, 반세기 이상에 걸친 선생의 삶과 작업을 정리한 것이다.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은 근두운을 타고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귓속에 넣어 둔 여의봉을 휘두르며 난적에 맞서 여러 난제를 풀어 왔다. 후쿠다 시게오는 타고난 재능으로 사람들의 인생을 풍요롭고 즐겁게 해 주면서 반세기 이상을 보내 왔다.
책은 이제까지 발표한 후쿠다 시게오의 저작물과 인터뷰, 그리고 신문, 잡지, PR 잡지 등 약 200점의 원고로 구성되어 있다. 후쿠다 시게오가 크리에이티브 인생에서 무엇을 표현하고, 무엇을 주장하고, 또 어떻게 평가되어 왔는지를 편집했다. 수록 작품은 포스터 118점, 입체 작품 88점, 흑백도록(사진 포함) 70점, 그리고 작은 일러스트레이션 194점으로, 되도록 많은 작품을 수록했다.
디자인에 ‘놀이’를 제창하다
전후 일본 디자인계를 활성화시키고 발전시키는 데 큰 공적을 세운 가메쿠라 유사쿠, 하야카와 요시오를 비롯해 다음 세대인 다나카 잇코, 나가이 가즈마사, 후쿠다 시게오, 요코 다다노리로 이어지는 개성 넘치는 디자이너들이 차례로 배출되었다. 그들은 독자적인 감성으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완성시켜 나가며, 그야말로 일본 그래픽 디자인의 황금시대를 구축했다.
이들 가운데 한결같이 ‘놀이’를 주장해 온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후쿠다 시게오다. “경제 활동은 물론 사람이 살아가는 데 ‘놀이’가 빠지면 오래가지 못한다.” 후쿠다 시게오는 ‘놀이’를 쉽게 설명한다. ‘놀이’의 중요성과 함께 그는 “놀이는 문화다.”라고 주장하고, ‘놀이’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나라 문화의 질이 결정된다고 말한다.
후쿠다 시게오는 디자인에 ‘놀이’라는 생명을 불어넣었다. 어린이에게 줄 장난감이 없을 때에는 손수 동화책을 그려 제작하고, 옥외사인을 만들고, 포스터를 비롯한 그래픽 디자인이나 책을 만들기도 했으며, 때로는 작은 오브제부터 기념비까지 다양한 입체 조형물을 제작했다. 또한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놀이’를 실천하기도 했다. 이렇게 후쿠다 시게오가 제창하고 실현해 온 ‘놀이’가 있는 작품과 ‘놀이’가 있는 행사는 이른바 디자인밭의 ‘이삭줍기’다. 다른 디자이너, 화가, 조각가, 예술가가 보지 못하고 흘려버린, 혹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놀이’라는 이삭을 확고한 신념으로 한결같이 주워 온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이삭줍기’가 건강하고 즐거운 생활을 위한 감성으로 평가되고 있다.
밀어서 안 되면 당겨라
‘밀어서 안 되면 당겨 보라.’ 후쿠다 시게오는 그것을 실천한다. 즉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밀기를 멈추고 당겨 본다. 지극히 당연한 발상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왠지 쉽게 되지는 않는다. 그것이 우리들이다. 당겨도 안 되면 위아래로, 좌우로, 차례차례 발상의 전환을 해 가는 디자이너가 바로 후쿠다 시게오다. 그는 너무 흔해서 간과해 버리기 쉬운 일상을 곰곰이 들여다보고 아무도 열어 보지 못한 문을 연다.
후쿠다 시게오는 세상 속의 재미난 것, 웃긴 것, 트릭이나 유머, 착각, 착시,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처럼,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디자인을 한다. 지루한 시간에, 공간에, 일상에, 사회에, 사람에게, 그리고 그 자신에게, 계속해서 도전해 간다.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과 생각을 내놓는다.
서유기와 재유기
선척적인 나그네 후쿠다 시게오. 그는 세계 각국의 초대를 받는다. 70대 후반에 접어들어서도 매년 열 번 이상 해외 출장을 갔다. 매일 동분서주 속에서 얼마 안 되는 시간을 쪼개어 포스터와 입체를 제작하고 원고도 쓴다. 지금까지 혼자 제작한 포스터는 3,000점이 넘는다. 후쿠다 시게오의 행보를 되돌아보니 현대에 존재하는 손오공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에서 그를 부르면, 근두운인 제트기를 타고 여의봉인 디자인(포스터와 입체)으로 세계를 감동시킨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창작 활동도 손오공의 ‘지혜’와 ‘재주’로 이해하면 퍼즐을 맞추어 가듯 재미가 있다. 후쿠다 시게오의 작품에는 기쁨, 즐거움, 장난기, 유머가 넘친다.
[별책 소개]
후쿠다 시게오를 기억하며 Honoring Fukuda Shigeo
세계 유수의 디자이너들과 교류해 온 후쿠다 시게오. 본 별책에는 후쿠다 시게오와 친분이 있는 한국의 몇몇 디자이너들이 그와의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 그들의 ‘마음’을 담았다. 그들에게 후쿠다 시게오는 친구이자 동료이며 선생과도 같다. 『후쿠다 시게오의 디자인 재유기』 한국어판을 기념하여 특별히 엮은 별책에서는 재기발랄한 작품 뒤에 감춰져 있는 ‘인간’ 후쿠다 시게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구성]
후쿠다 시게오의 트릭 넘치는 시각 세계 권명광 - 상명대학교 석좌교수
사제의 연을 맺으며 백금남 - 성균관대학교 디자인과 교수
‘복밭’.선생. 안상수 - 시각디자이너,.홍익대학교.디자인학부.교수.
선생님은 디자인계의 큰 스승입니다 원유홍 - 상명대학교 디자인대학 시각디자인전공 교수
당신이 보내 준 따뜻한 우정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장동련 -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후쿠다 시게오를 추억하다 김경균 - 한국예술종합대학 교수, ACA 총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