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조개껍질

폴 발레리 · Humanities
3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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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009 건축가에 관한 역설 017 코로에 대하여 051 마네의 승리 065 편재성의 정복 071 박물관의 문제 079 댄스의 철학 103 베르트 모리조에 대해 115 인간과 조개껍질 153 신체에 대한 소박한 고찰 171 드가 댄스 데생 315 해제 319 옮긴이 후기

Description

‘행위’로서의 창작에 대한 자각 발레리의 예술론은 감상하거나 음미하기 위한 미학이라기보다는 우선 작품의 ‘생산’ 혹은 ‘제작’과 관련된 미학이라는 것을 그 특색으로 한다. 이처럼 자연의 미적 관조의 반성보다는 작품 생산이라는 행위에 대한 자각을 주로 목적으로 삼는 입장은 그리하여 종래의 미학에서 보듯이 감수성의 탐구라기보다는 오히려 작품을 만드는 데 우리의 행위가 어떻게 개입하는가를 밝히는 것을 본령으로 하게 된다. 이 미학에 따르면 작품의 감상이란 것도, 생산(제작)의 자각을 철저히 하는 것을 매개로 삼아서만 비로소 구체적인 자각에 도달할 수 있는 그런 것이다. 과학이면서 동시에 예술인 작품 이 책은 발레리가 19세 때 쓴 “건축가에 관한 역설”에서부터 만년의 예술가 초상의 걸작 “드가 댄스 데생”까지 그가 쓴 예술론의 대표작 10편을 모은 것이다. 이 글들을 통해 발레리는 예술은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예술을 이해하는 데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그는 완성된 작품 그 자체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작품에 의해 시사되는 것, 작품의 생산에 관한 성찰에 보다 많은 흥미를 느낀다. 이러한 작품의 생산에 대한 자각은 작품의 생산 행위에 그 외부에서나 혹은 그 후에 더해지는 외적 부가물이 아니다. 이것은 다음과 같이 말해도 좋을 것이다. 작품의 형성에 참여하는 계기들의 매개적인 통일을 성찰의 시선 아래 조정하고, 보다 많이 목적에 적합한 통일로 이것을 높이려고 욕망하는 경우에, 여러 계기를 현실성의 통일 아래에서 한 번 해체시킨 다음 이것을 다시 성찰을 통해 잠재적인 어떤 것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그리하여 이 보다 일반화된 어떤 관념들의 계열을 변환시킴을 통해서 그 전환의 매개의 역할을 철저히 달성하게 되는, 그러한 절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이 관념의 계열의 변환은 창작자 자신이 의식하든, 아니든 간에 관계없이 일종의 언어적 활동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발레리가 “그림에서 담화의 기회를 빼앗아버린다면, 얼마 후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도 그 의미와 목적을 잃어버릴 것이다”(“코로에 대하여”)라고 한 것도 바로 이런 점을 말한 것이다. 지성의 반성이 생산 행위의 추상적 변환을 통한 일반화로서 성립하는 반면에 생산(제작)의 행위는 지성의 반성, 논리의 추상을 매개로 해서 자각적으로 수행된다. 이를 통해 지성과 의지, 반성과 행위가 상호 전환이 가능한 방식으로 통일되는 것이다. 발레리가 “작품은 그 발생의 단계에 있어서 과학과 예술의 구별은 무의미하다”고 한 것도 이를 가리킨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실리적인 세계를 넘어선 ‘관념의 댄스’ “코로에 대하여”는 코로를 출발점으로 하면서, 곳곳에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섞어가면서, 발레리 자신이 관심을 갖는 예술에 관한 여러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노래하는’ 작품, 데생을 할 때의 손과 눈의 연계, 감각의 신비성 등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마네의 승리”는 1932년 개최된 마네 탄생 백주년 기념행사의 카탈로그의 서문으로 쓴 글이다. 그리 긴 문장은 아니지만 마네의 재능의 특질이나 위대함이 놀랄 만큼 잘 전달되는 글이다. 마네가 없었다면 결코 한 곳에 모이는 일이 없었을 것인, 전혀 개성이 다른 화가나 작가들의 모습을 배치한다는, 공상적인 ‘우의화’를 우리들로 하여금 상상하게 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마네를 경애하는 사람들이 다양했던 것처럼, 마네의 다양함과 편력을, 보들레르의 성장 환경과 비평성과의 유사성에서 설명할 때, 우리는 동시에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발레리 비평의 견본이라고 해도 좋은 글이다. “댄스의 철학”에서 발레리는 무용(댄스)은 원인이나 목적이 명확한 실리적인 세계에서의 행동과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개진한다. 그는 “영혼과 무용”, “드가 댄스 데생”에서도 이 생각을 표명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스스로를 ‘춤을 출 수 없는 남자’로 인정한 그가 관객을 앞에 두고 활기 넘치는 어조로 일종의 ‘관념의 무용’을 행하고 있다는 점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발레리에 따르면, 경제원칙에 지배되지 않으면서, 신체나 정신이 기꺼이 행하는 행동은 모두 일종의 ‘무용(댄스)’인 것이다. “인간과 조개껍질”은 자신의 사유를 백지상태에 놓고, 도대체 누가 이 조개껍질을 만들었을까 라는 대단히 소박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발레리는 상식과 억측을 배제하고 여러 다양한 각도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간다. 이러한 ‘의심의 기교’가 전개됨에 따라 ‘만드는 것(제작하는 것)’에 관한 보다 폭넓고 깊은 문제들이 떠오르게 된다. 껍질의 바깥쪽을 여러 의장을 사용해 견고하게 하면서 동시에 그 안쪽을 쾌적하게 거주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고, 나아가서는 그렇게 완성된 껍질을 끊임없이 이동시키면서 삶을 지탱하는 연체동물에게서, 발레리는 비유클리드 시공연속체의 비유로서 아인슈타인이 사용한 ‘기준연체동물’에 필적하는 움직임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가 이 연체동물에게 ‘만드는 사람(제작하는 사람)’의 이상형을 투영하고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드가 댄스 데생”은 1933년 ‘앙리 루아르 전시회’ 카탈로그의 서문으로 그 일부가 처음 발표되었고 이후 1936년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다. 발레리가 이른바 ‘초상화portrait’ 장르의 달인임을 입증해주는 글이면서 예술가에 관한 그의 글 중에서도 단연 최고봉으로 꼽힌다. 드가가 작품이 “최종적인 단계에 들어갔다는 것을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는 대목에서는 작품의 완성을 쉽게 용인하지 않으려는 드가의 ‘고집’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창조 행위의 무한성’에 대한 발레리의 깊은 동경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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