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하고 싶은 여자들

이소진 · Social Science
2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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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 이후 20대 여성들의 급증하는 자살률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의 20대 여성 자살률은 전년 대비 25.5% 증가라는 심각한 수치를 나타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급증한 여성 자살률은 한국사회의 어떤 문제를 함의하는가? 이미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비극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는 한국에서 청년층의 자살률 증가, 그중에서도 계속해서 증가하는 2030 청년여성들의 자살률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사회학 연구자 이소진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증발하고 싶다’고 말하는, 1년 이상 지속적인 자살생각에 시달리는 청년여성 19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무엇이 이들을 삶의 종료에 대한 생각으로 내몰아가는지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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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프롤로그 | 자살생각을 연구한다는 것에 대하여 1부 가족은 어떻게 청년여성을 옭아매는가 1장 가족위험: 계급재생산의 열망과 강압적 통제 2장 돌봄위험: 가부장적 가족이 착취하는 ‘딸’의 시간 2부 홀로서기를 가로막는 노동위험 3장 노동불안정: 미래 없는 노동 4장 노동시장의 성차별: 평등한 일터는 어디에 3부 청년여성이라는 존재론적 불안 5장 불공정: 그러나 ‘노력 부족’을 말하는 여성들 6장 자기혐오: 자책의 악순환이 이르는 곳 7장 불안, 우울, 자살생각: 생애 전반으로 확장되는 위험 에필로그 | 아주 조금만이 당신의 몫이다 부록 1 | 연구 방법에 대하여 부록 2 | 인터뷰 질문지 참고문헌

Description

“청년여성의 삶 전반에 대한 풍부한 면접을 토대로 이들이 가족과 노동시장에서 직면하는 차별과 폭력, 빈곤, 경쟁 풍토 등을 분석하면서 ‘사회적 질식’의 문제를 여성주의적으로 그려낸다. 젠더는 단순한 변수가 아니라 관점의 정치학임을 탁월하게 보여주는 책이 아닐 수 없다.” — 김주희, 여성학 연구자ㆍ덕성여대 교수(추천의 말에서) 증발하고 싶은 2030 여성들 무엇이 이들을 자살생각으로 몰아가는가? 계급과 젠더의 교차로에서 청년여성을 말하다 OECD 회원국 중 1위, 전 세계 4위, 한국의 비극적인 자살률 순위다(2020년 기준). 그중에서도 20대 여성 자살률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통계청의 ‘2022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살률도 동반 상승하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20~30대 여성들의 자살사망자 비중이 두드러진다는 특징이 있다. 2017년 이후, 증가하더라도 그 폭이 크지 않고, 전체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는 남성 자살률에 비해 여성 자살률은 2020년 급등을 보이는 등 계속해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살 사망자를 기준으로 보면 남성이 여성의 2.2배라는 점 때문에 여성 자살률 문제의 심각성이 가려지기 쉽지만, 남성 대비 1.8배 높은 여성의 자살시도율(2021년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보고서)과 소폭이나마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2030 여성들의 자살률은 분명 한국사회의 어떤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사회학 연구자 이소진은 바로 이러한 상황, 즉 청년여성들의 자살률이 증가하는 데 문제의식을 두고 1년 이상 자살생각을 하고 있는 청년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저자의 관점은 다음과 같은 말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나는 한국에서 1990년대생 여성의 자살률이 급격하게 증가한 까닭이 우리세대가 처한 현실에 기인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 책은 자살생각의 원인을 우울증으로 한정 지어 해석하지 않을 것이다.”(15쪽) 그의 말마따나 이 책은 자살시도나 우울증 등 ‘개인’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보다는 청년여성들이 가정에서, 노동현장에서, 사회에서 마주하는 억압과 차별에 주목한다. 자신 역시 청년여성이자 과거에 자살생각을 했던 이로서 가감 없이 그러한 경험과 입장을 드러내는 저자는 책 전반에서 ‘우리’를 호명한다. 비중산층-여성이라는, 계급과 젠더의 교차로에 선 청년여성들이 맞닥뜨리는 ‘생애위험’을 가족위험, 돌봄위험, 노동위험으로 분석해내며 이러한 위험들이 청년여성의 존재론적 불안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드러내는 이 책은 자살과 자살생각의 주요 원인을 개개인의 사정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전면화한다. 가족위험과 돌봄위험, 가족은 어떻게 청년여성을 옭아매는가 오늘날 여성은 자유로운 개인으로 인식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가족관계에서,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과 위치를 보자면 여전히 많은 이가 과도한 의무를 부여받으며 억압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나 ‘딸’에게 강요되는 성별규범과, 부모 및 형제자매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도록 요청되는 상황은 결코 낯선 일이 아닐 것이다. 청년여성들의 자살서사에서도 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성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부모로부터의 비난, 특히 아버지와의 갈등이 주를 이뤘다. 성과중심주의에 사로잡힌 부모로 인해 괴로운 성장기를 보낸 것은 물론이고, 그러한 관심과 통제가 성인이 된 청년여성들의 노동성과에 대한 압박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저자는 계급재생산/계급상승에 대한 부모의 열망으로 분석한다. “제가 갈 때마다 아빠가 저한테 너 그렇게 계속 싸가지 없게 굴면 너한테 말 안 하고 우리 어디 뭐 이사 가가지고 한적한 데서 살 거라고 계속 그런 얘기 하시고. 그냥 그렇게 말씀하세요. [싸가지 없이 군다는 게 뭐에요?] 자기 말 안 듣고 계속 그렇게 니 멋대로 살고 부모가 뭐라고 하든지 어디서 개가 짖네 싶게 그런 표정 하고 앉아 있는다고 저한테 맨날 그렇게 말씀하세요. (……) 예전에는 저한테 계속 공무원 하라고 하셨고. 요즘에는 공인중개사 따라고 그러시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 그러니까 진로 얘기를 하는 거를 자기 뜻대로 안 따라준다고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하세요. [후략] (명신)” (32~33쪽)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을 오로지 학력자본을 획득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 것으로 제시하는 가정에서 이를 성취하지 못한 자녀를 향해 부모의 비난이 쏟아진다. 저자는 이러한 부모의 불안을 구성하는 사회적 배경에 한국의 발전주의 역사가 자리한다고 말하며, 부모세대의 외환위기 트라우마 및 복지제도가 부재하다시피한 한국사회의 제도적 영향으로 설명한다. 가정에서 이뤄지는 강압적 통제 한편, 가정 안에서 폭력을 경험한 청년여성들도 적지 않았다. “부모에 의해 행해지는 폭력은 물리적 폭행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그 영향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종료되지 않고 이어지며 참여자들의 현재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진행형”(44쪽)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많은 청년여성이 가정에서 겪은 폭력 및 억압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흔히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으로 범주화되는 이러한 경험을 ‘강압적 통제’의 측면에서 접근하며,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육체적 상흔들을 가부장적 권력에 의한 통제의 기술로 정의한다. 다시 말해, 남성 생계부양자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한 아버지가 사회적으로 손상된 지위를 가정 내에서 재구축하는 수단으로 강압적 통제를 행한다고 본 것이다. 식사를 할 때 물을 마시지 못하게 한 열음의 아버지, 먼저 전화를 끊었다는 이유로 자신을 ‘무시한다’며 화를 내는 지원의 아버지, 이따금씩 알 수 없는 이유로 폭력을 휘두른 정서의 아버지, 장난을 치다 넘어지자 뺨을 내려친 재림의 아버지, 유행하는 신발을 샀다는 이유로 때린 세라의 아버지 등 여러 사례에서 드러나는 아버지의 폭력은 가정 내에서 ‘훈육’으로 정당화되고 있었다. 통제는 차별과 편애로 나타나기도 한다. 일부 청년여성들에게 강압적 통제는 다른 형제자매, 특히 아들에 대한 편애로 경험되었다. 경제적 지원은 물론이고 아들의 욕구를 최우선으로 두는 것, 자신에게만 가해지는 체중 및 귀가시간 통제 등 미세하게 이뤄지는 차별 속에서 청년여성들은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가부장적 가족이 착취하는 ‘딸’의 시간 이처럼 가정에서 통제에 시달리는 것과 동시에, 청년여성들은 한편으로 돌봄노동의 의무를 강요당한다.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가사노동을 ‘딸’에게만 요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가족 중 누군가 아프기라도 하면, 취업을 준비하는 여성의 시간은 ‘당연하게’ 가족돌봄의 시간으로 배치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조부모의 간병이 필요한 상황에서 똑같이 취업을 준비 중인 남자 형제들에게는 별다른 역할이 요구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취업 준비생이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이기 때문에 돌봄을 전담하게 된다는 것을 드러낸다. 홀로 할머니의 간병을 도맡아야 했던 재림의 사례는 가부장적 가족 안에서 ‘딸’의 시간이 어떻게 착취되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본가에 들어와서도 똑같았어요. 제가 계속 거의 스물네 시간 계속 붙어 있었는데, 근데 이제 본가에 들어오면서 더 힘들었던 게, 당연히 집에 있으면서 간병을 하는데도 집에 있으니까 집안일까지 하게 되는 거에요. (……) 간병을 할 때도, 뭐 배달을 시켜 먹거나 할 때도 식탁 세팅부터 배달 음식을 까고 한 모든 것들이 저의 몫이 되는 거에요. 당연히 저한테 시키고…… 뭔가…… 그런 사소한 것들이 당연히 간병을 하면 힘들 거를 이해를 해주고 그런 것들은 좀 했으면 좋겠는데 아예 아무것도 안 하니까. (재림)” (65쪽) 이러한 상황은 조부모 간병이 종료된다고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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