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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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에서 빌렘 플루서까지 사진 담론의 지형을 그리는 지도 이 책은 사진 담론의 지형을 탐험한 저자가 자신이 걸었던 사색의 길을 지도로 그려 독자들에게 건넨다. 이 지도는 크게 네 개의 별자리를 맴돌며 저마다 고유한 빛으로 반짝이는 사진 철학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그 첫 번째인 1부 ‘사진의 코드’는 사진을 찍거나 사진을 바라보는 과정에 내재된 관습들(코드)의 윤곽을 보여준다. 사진을 찍고 바라보는 과정에서 작동하는 코드화의 문제를 짚어보는 것이다. 특히 취미사진과 보도사진, 여행사진, 가족사진 등 일상과 밀접한 사진들로 이야기를 시작해 흔히 어렵게 생각하는 사진 철학과 이론이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또한 사진 안에 담기는 소재나 표현 방법뿐만 아니라 카메라에서 구현되는 원근법적인 바라보기 역시 관습, 즉 코드에 길들여진 방식임을 밝힌다. 사진과 원근법의 관계를 설명한 여러 연구자들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한편, 코드화의 문제를 다뤘던 20세기 후반의 구조주의 연구자들과 포스트모더니즘 연구자들을 소개하면서 1부를 정리한다. 2부 ‘사진이라는 매체’에서 저자는 어떤 특정한 장면이 아니라 하나의 매체로서 사진의 특성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즉 단순히 장면을 찍고 바라보는 일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서 근본적으로 ‘사진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앞서 문제를 제기한 코드화에 관한 답을 찾자면 거리를 두고 사진의 매체적 성격을 점검해 보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매체 자체에 관한 관심을 촉발시킨 모더니즘의 사유 과정을 살피는 한편, 모더니스트들이 던진 사진 ‘고유의’ 속성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20세기 전반 사진을 크게 변화시키는 동력이었음을 설명한다. 그리고 20세기 후반에 매체 개념이 다른 차원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주며, 언어와 사진을 포함해 매체의 변화가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벤야민, 손택, 플루서 등 여러 철학자들의 통찰을 통해 살펴본다. 다음으로 3부 ‘사진에서 주체의 문제’에서는 예술에서 ‘작가’와 ‘독자’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했고, 그 안에서 주체의 개념 또한 어떻게 변모했는지 추적한다. 인간중심주의를 바탕에 둔 낭만주의 문학을 거쳐 모더니즘 예술에서 ‘작가’, ‘영감’, ‘창조성’ 등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살펴보고, 1960년대로 넘어와 ‘저자의 죽음’이 선포되면서 독자의 역할이 중요하게 떠오르는 과정을 조망한다. 특히 저자는 아카이브를 문제 삼는 작업들을 통해서 사진 감상에서 독자의 역할이 커졌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러한 흐름을 거슬러 1980년대 이후 예술사진을 옹호하는 형식주의 담론에서 관객과 맥락보다 사진 내부에서 의미와 가치를 다시 찾으려 했던 시도들도 함께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주체에 관한 사유들을 전반적으로 다시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마지막으로 4부 ‘사진적인 것’에서는 사진의 지표(index) 담론을 주요하게 다룬다. 1970년대 후반부터 여러 연구자들이 ‘사진이란 무엇인가?’ 묻고, 그 답을 사진 기호의 지표성에서 찾는 과정과 맥락을 촘촘하게 짚어본다. 이를 위해 본질을 부정하고, 실존과 현상, 상황을 탐구하는 포스트모더니즘 계열 연구자들이 찰스 샌더스 퍼스의 기호 구분 위에서 사진의 지표성이 도상 기호의 동일시, 상징 기호의 코드화에 저항할 수 있는 속성으로 여겼던 과정을 되밟아간다. 그리고 실재의 조각인 사진 이미지가 보다 큰 기호 작용 안에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 담론을 통해 예술이 실재를 다룰 수 있고, 현실의 문제에 실천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는 사진을 바라보는 독자의 역할과 책임에 관해서, 또 디지털 이후의 사진에 관해서도 생각할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