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장

김선오 · Poem
1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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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569권.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시어로 주목받아온 김선오 시의 두번째 시집. 부재하는 ‘너’를 통해 사랑의 영원성을 길어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시집에서 김선오는 타자를 향한 인식의 전환을 도모한다. 규정될 수 없는 존재들만이 비로소 실현할 수 있는, 일말의 차별과 위계조차 없는 관계를 이뤄낸다. ‘나’라는 틀을 벗어나야만 오롯이 결성할 수 있는 ‘우리’의 사랑으로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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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시인의 말 1부 하농 연습/무수한 놀이/세트장/돌과 입맞춤/범세계종/투어/질문들/침범, 노이즈, 산성/증거/청킹맨션/익사하지 않은 꿈/조용한 가게/풀의 밀폐/사랑을 위하여 2부 R을 제외한 해변의 전체/루시드 서머/농담과 명령/부드러운 반복/시퀀스/여름의 새/무한 구역/섬 짓기/비/커피나 마실까/십진법/너의 나라에서/한 글자 동물 3부 침묵의 푸가/세트장/복원/미동/나무에 기대어/목조 호텔/동전 없음/목측/석조 호텔/진화/핀/모빌/조립/벽의 편/가정용 피아노 4부 현대사 공부/가출/휴가/봄/전단지들/불러오기/말로/면식범/정물/생태계/레가토/껌 종이/열차 진행의 반대 방향으로 해설 나를 제외한 너의 전체 - 전승민

Description

“멀리서 네가 달려온다. 이곳으로 살아난다” 존재의 경계를 무화하는 시 투명한 결속으로 완성되는 사랑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시어로 주목받아온 김선오의 두번째 시집 『세트장』(문학과지성사, 2022)이 출간되었다. “사랑이 끝났다고 집요하게 말함으로써 오히려 사랑의 불가능을 파괴하려는 것 같다”(시인 황인찬)는 추천사와 함께 첫 시집 『나이트 사커』(아침달, 2020)로 문단에 등장한 이후 2년간 꾸준히 쓰고 다듬은 시 55편을 한데 묶었다. 부재하는 ‘너’를 통해 사랑의 영원성을 길어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시집에서 김선오는 타자를 향한 인식의 전환을 도모한다. “보는 이의 시선을 조금씩 배반하는 방식”(「돌과 입맞춤」)으로 ‘나’ 아닌 다른 존재의 위치에서 이 세계를 경험하고자 한다. 주체와 객체라는 이항대립적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모두가 “투명한 유령”(「농담과 명령」) 같은 상태로 동등하게 연결되기를 꿈꾼다. 그러므로 『세트장』은 규정될 수 없는 존재들만이 비로소 실현할 수 있는, 일말의 차별과 위계조차 없는 관계를 이뤄낸다. ‘나’라는 틀을 벗어나야만 오롯이 결성할 수 있는 ‘우리’의 사랑으로 충만하다. 김선오에게 사물은 하나의 장소 또는 물질이 된다. 그리하여 기존 세계에서는 주어 자리에 올 수 없던 명사들이 행위주체가 되어 살아난다. 주체와 객체의 위계를 거부하는 인식론의 지평 위에서 우리는 그들이 서로 접속하고 연결 해제되고, 또다시 연결되는 장면을 목격한다._전승민(문학평론가) “너는 설계된다. 꿈으로, 빈터로” 모두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세트장 『세트장』에서 ‘나’는 단일한 주체에 머무르지 않는다. 시적 대상의 입장으로 이 세계를 온전히 추체험하고자 한다. 여기서 대상의 범주는 인간에 한정되지 않고 사물까지 포괄한다. 물소리가 나를 흐르게 한다. 햇볕이 나를 하얗게 거두어들인다. 몸은 다 사라지고 나는 물이 되었구나. 물이 되었구나. 아무것도 아프지가 않다. ―「나무에 기대어」 부분 나무에 기대어 물소리를 듣던 ‘나’는 그 아름다운 리듬에 부지불식중 자아를 흘려보낸다. 햇볕에 증발되는 방식으로 물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시인이 그려내는 무아와 전이의 과정에서 고통이나 상실감은 조금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아무것도 아프지가 않다”). 그것은 마치 순리를 따르듯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렇다면 ‘나’가 물이 될 때 물은 무엇이 될까. 내 안에 방이 앉아 있다 방이 나를 어지른다 바다가 바다 밖으로 헤엄친다 ―「목조 호텔」 부분 주체가 대상이 될 때 대상은 주체가 된다. ‘나’가 방이 되면 방이 나를 어지를 수 있는 것처럼 “바다가 바다 밖으로 헤엄”치는 일도 가능해진다. 이처럼 『세트장』에서 ‘나’가 대상으로 접속해 들어가는 순간, 대상은 주체로서 자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느 날 창문이 날아와 돌을 깨뜨”(「복원」)리는 상황처럼 기존의 질서는 역전되고 모두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누군가는 우리를 안개라고 부릅니다” 서로를 훼손하지 않는 무규정의 사랑 그렇다면 모두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세계에서 시인이 이루고자 한 바는 무엇일까. 이 시집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전승민은 ‘나’와 대상의 구분이 무효화될 때 “논바이너리non-binary 주체가 현현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분법을 뒤흔들고 무화시키는 역능을 지닌 행위주체”들이 일말의 타자성도 훼손하지 않는 관계 맺기를 실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트장』에서 스스로를 무엇으로도 특정하지 않아 무엇과도 사랑할 수 있는 존재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모든 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밖으로 넘실대는 세상”을 비추지만 결코 “깨지지 않”는 형상으로서 언제까지나 서로를 빛나게 할 것이다(「농담과 명령」). 나를 기다리던 사람을 잃는다 그러나 그가 손을 들어 나를 부르고 여기라고 이쪽이라고 말하면 나는 금세 되찾는다 ―「전단지들」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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