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현재의 ‘노동자의 시대’에는 존경의 대상이 다시 바뀌었다. 존경받고 존중받기 위해서는 노동자이어야만 한다. (중략) 직업을 가지고 전문적인 일을 하며 기술이나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만약 엔지니어나 과학자, 컴퓨터의 전문가, 관리자, 특수기술자, 의사, 변호사, 비서 등이 아니라면, 또는 9시부터 5시, 아니면 더 긴 시간이라면 좋겠지만 여하튼 일정 시간 일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증명할 수 없게 되었다.
다음과 같은 질문에도 대답을 할 수 없다. ‘어떤 분이신가요?’. 현재의 ‘노동자의 시대’에는 자신의 정체를 결정하는 것은 자신의 직업이다.
‘상인의 시대’의 노동자처럼 상승하는 정신 카스트의 멤버는 현재에는 존경도 받지 못하고 중시되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만약 명상에 빠져있다면 노동자 카스트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현실도피’로 간주된다. 교회나 시나고그의 목사나 승려, 또는 랍비로서 일하고 있지 않은 독립된 정신적 구도자는 ‘기인奇人’으로 취급된다. 동물보호의 운동가는 ‘광신적인 테러리스트’, ‘올바른 행동’을 추구하는 활동가는 ‘비현실적인 이상주의자’, 페미니스트나 그 밖의 권리를 주장하는 활동가는 ‘브래지어를 태워버리는 남성혐오주의자’인 ‘레즈비언’, 채식주의자나 에스페란토주의자는 ‘기괴한’, ‘지나치게 호기심 많은’ 사람으로 취급된다. 마리화나나 하시시를 피우면 ‘범죄자’, 정신성지향의 예술가나 작가, 뮤지션은 만약 저명하다면 ‘엔터테이너’라 불리지만 그렇지 못하면 ‘비현실적인 몽상가’이다. 자기희생보다 ‘자기’를 소중히 하는 사람은 ‘나르시시스트’, 그리고 일상적인 직업을 회피하는 사람들은 ‘게으름뱅이’, ‘기생충’이라 불린다(이러한 딱지가 적절한 경우도 많지만 타인의 행동을 밖에서 보는 것만으로 누가 이러한 판단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핵심은 남에게 존경을 받으며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정신 카스트의 사람들은 노동자worker를 흉내를 내 노동자 행세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잘 나타내는 예는 정신성 지향의 사람들이 ‘워크work’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단어를 글자로 쓸 경우에는 대문자로 시작되는 ‘Work’라고 쓴다. 정신 카스트의 사람들은 광범위한 심리적, 신체적, 정신적 테라피나 훈련을 하고 있는데 이 경우도 ‘Work’를 사용한다.
‘Body Work’, ‘Growth Work’, ‘Inner Work’, ‘Work on Oneself’, 또는 단순하게 ‘The Work’ 등이다.
‘노동자의 시대’ 이전의 일이 중시되지 않았던 100년 전과는 달리, 이 말은 상당한 권위가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워크’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그것에 가치가 있는 지 없는 지와는 상관없이 왠지 진지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는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자유주의적인 정신 카스트가 과학기술이나 컴퓨터 관련의 용어-이것도 노동자 카스트의 세계관에서는 매우 권위가 있다-를 사용하는 것도 흉내 내기 도구 목록 중에서 매우 효과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용어로는 ‘프로세스’, ‘프로그램된’, ‘퀀텀(비약적인)’이 있다.
정신적 전도사가 자신의 기술이나 숙련도, 전문성, 과학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모방의 예이다. 요가의 지도자, 테라피스트, 무도武道의 사범, 인도의 구루, ‘올바른 행동’을 제창하는 활동가도 형태는 다양하지만 자신의 숙련도나 전문성을 내세울 것이다. ‘검은띠’, ‘명인’, ‘이러이러한 자격의 소유자’ 등의 권위의 증거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