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나는 커터cutter다. 몸을 칼로 베기 시작한 것은 그해 여름이었다. 얇게 생긴 피 웅덩이를 젖은 수건으로 닦아냈을 때 마법처럼 떠오르는 글자들을 보며 내 몸을 손질하는 재미를 사랑했다. 메스꺼운 같은 단어를 보면서 말이다. 알코올을 적신 솜뭉치로 톡톡 두드리면, 피가 흐르는 선 위로 성기게 붙어 있는 조각들이 보인다. 건방진. 고등학교에 다니던 마지막 해에는 골치 아픈 조흔이 생겨 후에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때로는 급한 손놀림에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는데, 음부cunt는 할 수 없다can‘t가 되고, 음경cock은 등back이 되었으며, 음핵clit은 황당하게도 고양이cat가 되었던 데다가, l과 i가 양 옆으로 균형 잡힌 대문자 A가 되어 있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내 몸에 새긴 단어는 처음 그 짓을 시작하고 나서 16년 후의 것이었다. 사라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