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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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문, 위기의 시대에 묻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13가지 근본 정책 《책문, 이 시대가 묻는다》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세상을 향한 출사표지만, 단순한 출사표로만 읽히지 않는다. 그건 바로 이 책에서 제시하는 선비들의 대책들이 우리 시대가 해결해야 할 불통과 모순의 사회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원칙 있는 해법으로까지 읽힐 수 있다는 데에 이 책의 남다른 문제의식이 있다. 《책문, 이 시대가 묻는다》는 사실 2004년에 출판돼 그해의 주목할 만한 인문서로 선정되는 등 당시의 인문출판시장의 한 획을 그은 의미 있는 저작물이었다. 그런데 왜 1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저자는 이 책을 다시 출판하게 되었는가? 그건 바로 지금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불통과 무원칙이 횡행하는, 역사발전의 퇴행으로 치닫는 작금의 한국 사회에 대한 지식인의 책무와 올바른 역사방향을 제시하고 싶은 저자의 오랜 고뇌의 흔적에 다름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의 시대를 맞고 있다. 국민은 언제 자기 앞에 닥칠 지도 모를 미증유의 위험에 전전긍긍하며 자기 앞의 생을 챙기기도 벅차다. 메르스의 음험한 공기가 전국을 흉흉하게 떠돌아다니고, ‘세월호 참사’라는 초현실적인 재앙으로 304명의 아까운 생명이 바다 속에 수장돼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지도자가 없다. 국가의 최고책임자는 ‘절반의 국민만을 위한 지도자’이기를 갈망하고, 국가는 소수의 지배엘리트와 재벌만의 이익을 위해 작동한다. 우리 사회는 현재 신자유주의 이념이 경제를 지배하고, 소수 지배 엘리트가 권력을 독점하고 국정을 농단함으로써 국가는 소수의 대기업과 기득 권력집단이 이익을 확대재생산하는 마당이 되고 말았다. 정치의 공공성은 실종되었고, 경제의 정의는 공공연히 무시당하고 외면당하고 있다. 정치인은 시민이 지쳐서 나가떨어질 때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저열함과 저속함, 후안무치를 되풀이한다. 권력을 유지하고 물려주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도의도 상식도 저버린다. 우리의 정치는 아예 명분을 내세우려고 하지 않는다. 술이 익어서 부글부글 끓는 데도 거르지 않고 그대로 두면 흘러넘친다. 민심은 속으로 끓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에 ‘책문의 정신’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공자가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알면 스승 노릇 할 수 있다 하였으니 조선시대의 옛것인 책문을 어떻게 오늘날 새로운 의미와 가치로 읽어낼 수 있을까? 조선시대의 책문을 읽어보면 책제나 대책이나 어쩌면 그렇게 오늘날의 현안과 문제의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는지 실로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그러니 공자의 온고이지신이라는 설교는 여전히 우리에게 천둥 같은 울림을 울리고 있다 공자 당시 노나라의 실권자인 계강자季康子가 공자에게 정치를 물었다. 공자가 대답하였다. “정政이란 정正입니다.” 정치란 바로잡는 행위이다. 정치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의 이익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분쟁을 공정하게 판결하고, 권리를 공정하게 보장하는 행위이다. 기울어진 것을 바로 세우고, 치우친 것을 바로 잡고, 부정한 것을 바르게 하고, 휜 것을 반듯하게 하고, 편중된 것을 고르게 나누는 일이다. 책문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그리고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2. 『책문, 이 시대가 묻는다』는 어떤 책인가? 시대를 초월하는 애민·애국을 위한 13개의 물음과 대책! 500년 전, 조선의 선비들이 왕의 물음에 답했던 13가지 대책들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어떻게 보면 국가의 운영이나 인재 등용, 국정 농단에 대한 근본해법은 지금보다 훨씬 더 원칙적이고 간담을 서늘케 하는 대책들로 왕을 곤혹스럽게 까지 하고 있다. 책에서는 법의 폐단을 고치는 방법에서부터 공약을 끝까지 지키는 정치에 대해서, 외교관의 자질과 올바른 교육 방향, 국가 위기 타개책에서 지도자의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실로 작금의 한국 정치와 사회의 난맥상을 해결할 만한 효과 있고 유효적절한 대책들이 선비들의 대책을 통해 가감 없이 제시되고 있다. 때로는 왕의 입장에서 잘한 것을 잘했고, 잘못한 것은 지적하는 그들의 원칙 있는 융통성을 대하며 지금 우리나라에서 행해지고 있는 ‘국민을 위한 정치’와 ‘미래를 내다보는 국정 운영’이 얼마나 원칙 없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국정일 수밖에 없는지를 상징적으로 비교해보게 된다. 조선의 르네상스라 할 만한 세종 시대에 진정한 법치주의 구현을 위해 여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성상문과 신숙주의 대책과 인재 등용의 원칙에 대한 강희맹의 시의적절한 대책 등은 왜 세종조가 언로가 살아있는 민의의 시대였는지를 짐작케 한다. 또한 이상 정치의 실현을 묻는 중종의 책문에 ‘참된 마음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행정이 실효를 거두고 기강이 선다’는 조광조의 대책은 도학주의자의 면모를 십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밖에도 나라의 근심이 어디에 있냐는 광해군의 책문에 ‘왕, 당신이 근심의 원인이라’고 일갈하는 임숙영의 태도에서 결결한 선비의 자취를 제대로 느끼게 된다. 저자의 역사의식이 돋보이는 재미와 의미를 꿰뚫는 선비의 휴먼스토리, ‘책문 속으로’ 이 책이 단순히 5명의 왕(세종, 중종, 명종, 선조, 광해군)의 책문에 대한 16명의 선비들의 대책으로만 엮어졌다면 그 딱딱하고 음울한 과거의 현장밖에는 독자들은 느낄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이처럼 심각하고 팽팽한 책문의 건조한 분위기에 ‘책문 속으로’라는 인간적인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책의 품격을 딱딱한 보고서에서 흥미롭고 의미심장한 역사인문교양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저자는 성삼문과 신숙주의 서로 다른 삶을 조명하며 ‘역사에서 신숙주는 과연 변절자로만 기록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고, 도학자 조광조의 어린 시절을 그리며, 자신을 사모하던 여인에게 회초리를 들이댄 야사나 갖바치와의 인연을 소개하며 인간 조광조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권벌을 소개하며 경북 봉화지역의 닭실마을을 통해 저자의 어린 시절 반촌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게도 하고, 명종조 사화의 흔적들을 되짚으며 명종이 왜 그토록 조직 개혁을 위해 애쓸 수밖에 없었는지 그 배경을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도 유가의 마스터 플랜으로서의 유교정치와 교육의 관계, 허약한 정치기반 때문에 재임 내내 편치 않은 국정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광해군의 인간적 면모를 들춰내며 과연 조선의 외교와 사대관계는 어떤 모습이었는지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독자들이 알기 쉽도록 특유의 역사관과 자전적 성장기를 절묘하게 엮어 재미와 의미를 관통하는 독특한 역사철학교양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현대인을 위한 미려하고 정확한 고증과 문장, 발로 찍은 책문 문화유산 자료들 이 책의 미덕은 뭐니 뭐니 해도 현대인들이 읽기 쉽고 알기 쉽게 재해석한 저자의 정확하고 유려한 고전 풀어쓰기이다. 저자는 기존에 출판했던 텍스트를 전면 수정과 재해석해 지나치게 많은 한문투 번역과 읽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쉼표의 남발을 없애 독자들이 물 흐르듯이 책을 읽으면서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문장 흐름에 역점을 두었다. 또한 각 장의 말미에 역주를 달아, 본문의 내용을 보다 자세하게 알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가급적 역사적 사료와 정확한 문헌 해석을 통해 해당 문맥의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역주 해설에 정성을 들였다. 또한 기존의 책에서 관련 고서 위주의 사진들을 대거 탈피해 선비들의 문화유적지를 직접 방문해 현존하는 사당과 향교, 문화유적 등을 사진에 담아 현장성을 살리도록 노력했다. 또한 결결한 도학자들의 선비정신을 엿보고자 그들이 남긴 글씨들도 사진자료로 제시하고자 했다. 3. 책문이란 무엇인가? 책문은 어떤 과거 시험인가? 이 책은 조선시대 고급공무원 선발 시험인 대과의 마지막 단계에서 출제한 시험과 답안의 한 유형인 책문 가운데에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