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방대한 분량의 짐멜의 대표작인 『돈의 철학』에 이르는 지름길!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 1858~1918)의 대표작은 1900년에 출간된 『돈의 철학』(Philosophie des Geldes)이다. 하지만 방대한 분량에,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기에는 난해한 내용 또한 범접하기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그에 접근할 수 있는 지름길 역할을 하는 안내서도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이번에 출간된 『돈이란 무엇인가』로 짐멜이 『돈의 철학』을 집필하기 위한 예비 연구로 수행한 일곱 편의 글을 싣고 있다. 이 일곱 편의 글은 그의 얼굴과도 같은 대작으로 통합되면서 그것의 밑거름이 되고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예비 연구들이 아무런 변화도 없이 그대로 『돈의 철학』에 편입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들이 『돈의 철학』의 예비 연구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양자 사이에 상당 부분이 겹친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차이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원래 예비 연구에 있던 문장이나 구절이 빠진 경우가 있는가 하면, 역으로 원래 예비 연구에 없던 문장이나 구절이 추가된 경우도 있으며 문장에서 특정한 부분을 넣거나 뺀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변형과 추가 등 확실히 이 일곱 편의 글은 대작 『돈의 철학』에 직간접적으로 연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일찍이 짐멜과 동시대이었던 독일 역사학파 경제학의 거두 구스타프 폰 슈몰러(Gustav von Schmoller, 1838~1917)는 짐멜의 『돈의 철학』에 대해 “진지하고 기지가 넘치며 우리의 문화적 삶 전체를 새로이 조명하는 지극히 흥미로운 사고로 충만한 책”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매우 읽기 어려운 책”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는 『돈의 철학』이 매우 방대한 저작으로서 단순히 돈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돈을 축으로 근대경제에 대한 모든 것을 한데 모아 배열했고, 돈을 기점으로 인류 역사를 종횡으로 누볐으며, 돈과 개인, 사회 및 문화 간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심층적으로 논구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돈의 철학』은 철학과 미학 그리고 다양한 경험과학이 결합된 메타과학적 저작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돈의 철학』에 대해 이 책에 번역된 일곱 편의 글은 좋은 요약본 또는 안내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근현대 문화와 생활양식에 대한 돈의 의미와 기능 ― 그 일곱 편의 탐색! 「돈의 심리학에 대하여」에서는 단순히 수단, 아니 수단 중의 수단에 불과한 돈이 최종 목적이 되고 절대적인 가치가 되며 또한 돈이 우리 시대의 신이 되는 현상이 논의의 주된 주제가 되고 있다. 짐멜은 이러한 심리적 변형 과정 또는 목적론적 전도 과정을 금전욕, 인색, 낭비, 둔감함 등에서 추적한다. 「현대 문화에서의 돈」에서는 돈이 근(현)대의 정신적ㆍ사회적 문화를 담지하고 이 문화에 의해 담지되는 과정을 논하고 있다. 짐멜에 따르면, 돈은 영원한 발전, 운동 및 불안정이라는 근대적 세계상의 일부분인 동시에 이 세계상의 상징이자 거울이다. 이 글에서 짐멜은 「돈의 심리학에 대하여」에서와 마찬가지로 돈에 의한 심리학적 변형 과정 또는 목적론적 전도 현상을 또한 다루고 있다. 「삶의 속도에 대한 돈의 의미」에서는, 화폐량의 변화가 경제적ㆍ심리적 과정의 진행에 영향을 끼침으로써 삶의 속도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이 그리고 화폐 거래의 결과로 삶의 내용들의 집중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논증된다. 「남녀 관계에서의 돈의 역할 : 『돈의 철학』의 한 단편」에서는 매매혼, 신부 지참금, 매춘, 금전 결혼 등의 현상을 가지고 돈이 여성의 인격과 품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논의하고 있다. 「『돈의 철학』의 한 단편(‘돈과 개인의 자유’의 장에서)」에서는 소유와 자유의 관계를 주제로 하고 있다. 짐멜에 따르면 소유는 인간의 적극적인 행위로서 사물에 자아를 각인함으로써 인격을 확장하며, 그 결과 개인의 자유를 확대한다. 소유로서의 자유는 무엇보다도 돈에 의해 가장 확실하고 광범위하게 달성될 수 있음을 이 글은 보여주고 있다. 「『돈의 철학』의 한 단편」은 ‘돈의 실제 가치’의 결론 부분으로서, 돈이 스스로가 가치가 되어야만 가치를 대표하고 측정할 수 있다는 도그마를 논박한다. 짐멜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돈의 실체 가치는 기능 가치로 대체되어가는데, 그 기능은 거래의 용이성, 가치의 안정성, 가치의 이동과 집적 등으로 나타난다. 또한 경제 영역이 확장되면 확장될수록 돈의 실체 가치가 기능 가치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은 더욱더 커진다. 마지막으로 「인색, 낭비 그리고 빈곤에 대하여」에서는 한편으로 인색과 낭비를 통해서 돈이 단순한 매개물의 성격을 넘어서 독립적인 이해관심의 대상으로 고양되는 과정, 즉 돈이 수단에서 최종 목적, 절대적 가치로 고양되는 과정을 논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 역으로 빈곤이 절대적 가치로 승화되는 과정을 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