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인간관계의 이면을 드러낸 심리학의 눈부신 성과, 가스등 이펙트!
가스등 이펙트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을 조종하려는 가해자와 그를 이상화하고 그의 관점을 받아들이는 피해자가 만들어내는 병리적 심리 현상을 뜻한다. 저자 로빈 스턴은 20여 년간 심리치료사로서, 또한 교육자 및 리더십 과정 강사로서 수많은 사례를 다루는 과정에서 이 현상에 주목하게 되었다. 다른 면에서는 지적이고 독립적인 사람들이 왜 파괴적인 인간관계에 매달려 헤어나지 못하는가?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을 형편없이 취급하지만 벗어날 수 없는 애인, 상사, 부모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침내 저자는 이러한 고통스러운 상황을 고전 영화 의 이름을 따 ‘가스등 이펙트(Gaslight Effect)’라고 명명하게 되었다.
잉그리드 버그먼이 열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가스등>에서 남편은 아내 폴라의 유산을 빼앗기 위해 그녀를 정신병자로 몰아간다. 그가 보석을 찾기 위해 다락방에 불을 켜면, 그 때문에 폴라의 방에 있는 가스등이 희미해지곤 하는데, 폴라가 아무 이유 없이 흐릿해지는 가스등에 대해 얘기하면, 그녀가 미쳤기 때문에 환각을 보는 것이라고 매도한다. 폴라는 혼란스럽고 겁에 질린 나머지 점차 히스테릭하게 행동하고, 남편이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실제로도 무기력하고 방향 감각이 없는 사람이 되어간다.
스캇 펙 박사의 베스트셀러,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도 지적했듯이, ‘희생’이나 ‘수동적 의존성’을 ‘참사랑’과 구별하며, 독립적인 사람만이 진정한 사랑을 하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보는 입장에는 수많은 심리학자들이 동의한다. 그러나 기존의 심리서들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건강한 인간관계란 무엇인지에 대한 원론적인 설명이나 다양한 상담 내용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면, 이 책은 인간관계의 숨겨진 역학관계를 낱낱이 해부하고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결 방법에 집중한다. 인간관계에서는 서로의 영향력이 불균등한 경우가 일반적이며, 사람들은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교묘한 방식으로 서로 조종하고 조종당한다. ‘사랑’이나 ‘인간관계’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을 갖는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쥔 것이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가스등 이펙트는 대체로 건전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도 누구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어 늘 생활 속에서 경험하며 극복해야 하는 종류의 문제인 것이다.
이렇듯 일상 속에서 숨 쉬듯 경험하는 가스등 이펙트를 스스로 파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저자는 도입 부분에서 대표적인 사례들을 소개한 후 자신이 가스등 이펙트의 영향을 받고 있는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인지 판단할 진단 방법부터 제시한다. 그리고 소개된 사례들의 원인 규명, 심화되는 양상, 해결책 모색에 이르기까지, 1장부터 8장까지 각 장의 내용과 맞물려 해당 인물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문제를 해결했는지 그들 자신의 육성과 저자의 분석을 통해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각 사례들의 전개 양상을 드라마처럼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내용에 쉽게 공감하게 만드는 한편, 직접 심리치료사의 친절한 상담을 받는 것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조종을 당하고 있는지 파악할 진단법(26p), 가해자의 유형에 따른 단계별 대처 법(41p, 144p, 214p), 언쟁을 피하면서 분노를 나타내는 표현(130p), 타인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6단계(251p), 타인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다섯 가지 의식의 전환(274p), 소모적인 말다툼에서 벗어나는 연습(303p), 상대방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관계를 지속하는 방법(349p),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감정용어집(370p)’,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줄 시각화 훈련(374p), 상대방과의 관계를 지속하는 게 좋을지 그만두는 게 좋을지 판단하는 방법(제7장) 등, 어느 곳을 펼치더라도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해법들로 가득하다.
2007년 5월 미국에서 출간된 이후, 이 책을 통해 큰 도움을 받았다는 독자들의 감사 편지가 쇄도하고 있다.
가스등 이펙트가 심화되는 3단계와 가해자의 세 가지 유형
물리적인 위협이나 실질적인 이해관계로 상대방을 조종하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 스스로의 선택(?)으로 상대방에게 종속되는 가스등 이펙트는 당사자는 물론, 주위 사람들도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흔히 가스등 이펙트는 피해자에게 무기력증이나 우울증의 형태로 나타난다. 피해자는 이유도 없이 불안해지고 매사에 흥미를 잃거나, 자신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과 끝없는 말다툼에 휘말리거나, 가해자의 관점에서 자신의 행동을 일일이 점검하게 된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정신적으로 예속되는 것은 자신이 유능하고 좋은 사람이며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그에게서 확인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스등 이펙트의 가해자는 대부분 부모, 애인, 배우자, 상사, 스승처럼 피해자가 사랑하고 신뢰하거나 최소한 자신을 평가할 만한 권위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예속이 심화되는 양상을 3단계로 정리했다.
1단계는 ‘불신’이 시작되는 시기로, 상대방과의 가벼운 말다툼이나 다른 갈등을 통해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상대방과 의견이 엇갈릴 때 발끈하며 설득하려 애쓴다면, 이미 가스등 이펙트가 시작된 것이다. 돈을 펑펑 쓴다는 배우자의 비난이나 스타일이 우스꽝스럽다는 어머니의 빈정거림, 자신의 업무 능력을 저평가하는 상사의 지적에 대해 반박하며 그들이 자신을 반드시 이해하게 만들려고 한다면, 그들의 영향력에 사로잡히기 쉽다.
1단계의 상태가 일상화되면 2단계에 이르게 된다. 아직 남아 있는 독자적인 사고와 감정을 방어하려 애쓰는 ‘자기 방어’의 단계로 상대방과, 또는 혼자 머릿속으로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끝없는 논쟁을 벌이며 기진맥진한다. 상대방과의 관계로 빚어진 문제들에 극도의 에너지를 쏟으며 이미 상대방의 관점이 머릿속에 침투한 상태다.
3단계는 ‘억압’의 단계로 상대방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지만, 그럴 수 있다는 희망마저 포기한다. 전반적으로 우울해지고 삶의 의욕을 상실한다. 상대방과 싸울 힘도 없어, 아예 무조건 맞춰주기도 한다. 저자는 이 단계를 ‘영혼을 파괴하는 시기’라고 일컫는다. 이 단계에 이르러 피해자는 상대방의 관점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비난할 근거로 삼는다. 그리고 자신이 전에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점차 잊어버리게 된다.
항상 이 3단계를 다 거치는 것은 아니다. 1단계나 2단계에서 관계를 정리하거나, 1단계와 2단계를 계속 반복하기도 한다.
저자는 가해자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소리를 지르며 피해자를 비난하는 가해자는 난폭한 유형으로 피해자는 그가 언제 감정을 폭발시킬지 몰라 항상 눈치를 살피며 전전긍긍한다. 폭력적인 남편이나 억압적인 상사를 예로 들 수 있다. 매력적인 유형은 연인에게서 볼 수 있는데, 불안정하고 예민한 성향은 이성에게 오히려 연민과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는 그의 자아도취적 성향을 낭만적인 사랑으로 오해하고, 그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서는 갖가지 해석과 추측을 달아 자신이 원하는 신비로운 이미지로 재창조한다. 선량한 유형은 부모나 단짝 친구, 충실한 배우자처럼 피해자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알아채기가 가장 어렵다. 그러나 그들은 사실 피해자를 위하기보다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애쓰는 것이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불평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비참해진다. 많은 가해자들이 난폭한 유형과 선량한 유형, 매력적인 유형을 오가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더욱 혼란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가스등 이펙트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현실에서는 서로의 힘이 균형을 이루는 동등한 인간관계를 찾는 것이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