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

Park Bum-shin ·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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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의 연작소설. 작가는 불임의 시대를 살아가는 빈 것들의 존재를 이야기한다. 그 존재들은 텅 빈 방에 갇혀 있다. 그 방은 부단히 채워 나가지 않으면 안될 현대인의 삶인 동시에, 작가 자신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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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작가의 말 ― 내 몸속의 짐승이 보이는 것 별똥별 빈방 항아리야 항아리야 괜찮아, 정말 괜찮아 감자꽃 필 때 흰 건반 검은 건반 해설 ― 비어 있는 중심 (김미현)

Description

아이를 밸 수 없는 자들의 쓸쓸하고 참혹한 퍼포먼스 박범신 연작소설 『빈방』 2011년 새롭게 태어나다! “창조적인 생산력은 나날이 거세되고 불임의 사막은 시시각각 확장되는 세계에 살면서, 그 원죄로 부여받은 쓸쓸함엔 처방전이 없다. 우리들은 끝내 별 하나 품지 못하고 저 넓고 깊은 우주조차 무기물의, 커다란 투구로 여겨 머리에 쓰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절필 선언 이후 문단에 복귀한 박범신의 작품 활동이 다양해지고 작품 세계가 이전보다 더 깊어졌다고 말한다. 도회적인 감수성과 세련미를 추구하던 그가 인간 실존의 문제에 접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그는 『사람으로 아름답게 사는 일』 등의 수필집과 『산이 움직이고 물이 머문다』 등의 시집을 내는 등 창작의 영역을 소설에 국한시키지 않고 다시 태어난 청년작가답게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렇게 볼 때, 『빈방』은 제2의 생을 맞고 있는 박범신 문학의 결정체이자 앞으로의 문학적 행보와 그가 떠안은 실존적 과제들을 가늠케 하는 지표라 할 수 있다. 그 존재들은 텅 빈 방에 갇혀 있다. 그 방은 부단히 채워 나가지 않으면 안 될 쫓기는 현대인의 삶인 동시에, 창조에 대한 욕망과 예술의 생산 활동에 대한 거부에 몸부림치는 작가 자신의 삶이다. 빈 것들은 언제나 결핍에 목마르다. 누군가는 열심히 그 빈 삶을 채우기 위해 질주하고 누군가는 차라리 더 비워내기 위해 애쓴다. 결국 모든 것을 비워버리기 위해 용인의 ‘한터산방’에 은거했던 작가는 이렇게 말라붙은 자궁 속으로 다시 회귀한 셈이다. “비울 것인가, 아니면 채울 것인가?”라는 엄청난 실존 위기의 화두를 안고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들의 쓸쓸하고 참혹한 퍼포먼스 이제 40대 초반에 들어선 ‘나’는 화가로서의 야망도 접은 채 용인 읍으로 내려와 살고 있는 돈 많은 백수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내키면 그림을 그리고 심심하면 읍내의 증권회사에 나가 유동자산의 증감을 확인하며 가끔 여관에 들어가 창녀들의 노동을 즐긴다. 화가로서의 야망도 없지만 결혼에 대한 꿈도 사랑에 대한 믿음도 인생에 대한 어떤 기대도 없다. 그런 ‘나’와 달리 20대에 만나 줄곧 사귀어온 혜인은 패션디자이너로서의 거대한 야망을 갖고 있다. 나는 비어 있는 인간인 반면 그녀는 가득 차 있는 인간이다. 나는 잘 서지 않는 그것을 갖고 있지만 그녀는 우뚝 서 있는 거대한 검은 젖꼭지를 갖고 있다. 이제 혜인은 패션디자이너로서 세상을 향한 복수라는 거대한 야망을 좇아 돈 많은 예순네 살의 남자와 결혼하려고 한다. 「별똥별」 언제부터인가 ‘나’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기 시작한다. 기억을 더듬으니 혜인과 헤어지던 날, 벌거벗고 빗속에서 감자밭의 복합비료를 미친 듯이 떠내던 때부터다. 그날 이후 시선은 밤마다 집 안을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혹시나 혜인이 아닐까 하지만 그럴 리 없다. 혜인에게선 연락이 없다. 어차피 중심이 빈 나는 그 시선과 시선의 주인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선을 의식한 순간부터 나는 나를 연출하며 보여짐을 즐긴다. 그러나 우연히 달빛에 비친, 돌아가는 ‘그녀’의 실루엣을 보는 순간, 그녀가 쓴 챙이 긴 운동모자가 시간처럼 흘러가는 모습을 본 순간, 나는 그녀를 쫓아가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느낀다. 치밀한 연출을 하고 기다리던 나는 드디어 그녀의 뒤를 밟는다. 그녀는 캐디들이 살고 있는 고시원 건물로 들어가 마침내 모자를 벗고 머리를 풀어 내린다. 하얀 백발의 그녀, 온몸에 검버섯이 돋은 그녀……를 나는 본다. 내 몸의 중심을 향해 별똥별 하나가 떨어진다. 「빈방」 천변도로에 오일장이 서던 날, 자전거에서 내리며 헬멧을 벗은 이발소 주인을 보는 순간, 나는 큰 충격을 받는다. 힘차고 단호한 햇빛이 미끄러져 내리는 헬멧, 그 헬멧 같은 머리를 가진 남자. 그가 칼끝으로 고요하고도 재빠르게 원뿔형의 수박 한 덩이를 찍어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 남자에게서 단호한 중심을 느낀다. 그는 빈 젖을 빨고 자란 사람이다. 그가 사라진 지하 이발소 건물로 따라 들어선 나는 그곳에서 그 여자 오목렌즈를 만난다. 그녀의 팔뚝은 오목하고 여분에 불과한 나의 팔뚝은 볼록하다. 오목렌즈만으로 그녀는 나를 사로잡는다. 이후로 나는 지하 이발소의 단골이 된다. 결혼식을 앞둔 전날 밤, 불시에 혜인이 찾아온다. 그녀는 서로 처음 만나 하룻밤을 보냈던 추억의 장소로 가고 싶어 했지만, 밤새도록 헤매도 방갈로가 딸렸던 그 카페는 찾을 수가 없다. 나는 그녀를 지하 이발소로 데리고 가 주인 남자에게 건넨다. 아무런 의도도 없다. 오목렌즈의 서비스를 받는 사이 혜인의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그들이 어떤 중심을 향해 타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햇빛이 잘 들어오게 일부러 크게 틔웠던 창의 크기를 다시 줄인다. 「항아리야 항아리야」 나는 최근 늙은 여류작가를 주시하고 있다. 커다란 뿔테안경을 낀 여류작가는 항상 단정한 옷차림에 셔츠의 단추를 맨 위까지 채우고 있다. 여류작가가 나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고흐의 그림에 관해 이야기하면서부터이다. 그녀가 고흐의 해바라기를 가리켜 “둥글잖아요……”라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이 텅 빈 나의 중심을 계속 울렸다. 급기야 나는 초소형 카메라를 구입, 그녀 몰래 집 안으로 들어가 오디오 스피커에 숨겨놓고 그녀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나는 희한하고 감동적인 삽화를 목격한다. 화장실에서 여류작가가 “아가야……”를 부르며 울고 있는 것. 마침내 알몸에 머리를 풀어 헤친 여류작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는 장난감 말인 ‘호피티’를 타고 있다. 히히잉, 말 울음소리를 내며. 나는 돌아와 거실 바닥에 엎드려 내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항아리야, 항아리야”라고 외어본다. 눈물이 난다. 며칠 뒤 여류작가는 층계참에 목을 매어 에리다누스 강을 건넜다. 나는 그녀의 빈 집을 찾아가 마당의 대형 항아리 속으로 들어간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오리온좌를 쫓아 망원경을 들고 산을 헤매다 돌아온 나는 틈입자의 흔적을 느낀다. 미미한 흔적에 지나지 않았던 틈입자는 점차 담대해지고 침입자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어느 날 침입자의 기척을 느낀 나는 한달음에 산에서 내려와 철제 봉을 손에 쥔 채 쳐들어갔다가 깜짝 놀란다. 열두서너 살밖에 되지 않은 임산부가 아이를 낳으려는 참이다. 소녀의 애원을 뿌리치지 못하고 나는 아이 낳는 일을 돕는다. 고통을 참아내며 소녀는 연신 아이의 아빠로 생각되는 토니의 무릎 부상 이야기를 한다. 며칠 후 강신무가 살았지만 이제는 폐허가 된 집에 들렀다가 그곳에서 ‘나’의 집에서 훔친 것으로 생각되는 CD를 발견한다. 그 사진 속에 가수 토니가 있다. 소녀의 아이는 이틀 만에 죽었다고 한다. 「감자꽃 필 때」 논 사이 소로로 다니는 그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항상 체수보다 큰 지게를 짊어지고도 붕 떠서 유연하게 흐르듯이 걷는 그는 일흔아홉 살의 벙어리 농부이다. 그는 나의 말에 어, 어, 어, 환하게 웃으며 답한다. 6 · 25때 부인을 잃은 후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그와 달리 용암사 원행 스님은 활달한 보폭으로 거침없이 시멘트 길을 오르내린다. 일흔일곱의 노스님임에도 그 모습이 청년과도 같다. 최근 쓰러진 적이 있어 절을 지키는 보살님께 의지하여 살고 있지만 어쩐 일인지 보살님을 냉대한다. 나는 그 두 사람이 하나로 합일되는 환상을 본다. 어느 날, 그 어떤 직감에 의해 원행 스님의 위험을 느낀 나는 용암사로 달려간다. 그런데 임종을 맞이하려는 스님이 보살님도 못 들어오게 하고 죽을힘을 다해 문갑에서 꺼낸 것은 은행통장과 토지 문서이다. 그것들을 허리에 차고 나서야 비로소 숨을 거두는 스님……. 얼마 후 나는 또 뜻밖의 광경을 목격한다. 벙어리 노인이 죽은 아내의 사진을 놓고 생일 음식을 권하면서 “오,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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