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네어 보이즈 클럽'은 LA 일대에서 거대한 폰지 사기를 꾸민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다. 태런 에저튼과 안셀 엘고트는 마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조나 힐의 관계로 묘사되며, 우정과 비즈니스로 이어진 이 둘이 베벌리힐즈라는 상류사회에 합류하려는 계획을 펼치는 이 영화는 화이트 칼라 범죄물이다. 모든 범죄물이 그렇긴 하지만, 이런 류의 범죄일수록 계획과 진행에 대한 설명을 관객에게 잘 해줘야 범죄물로서의 오락성이 발휘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바로 그 기본적 단계에서 실패해버리고 만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패인은 바로 이야기를 설명하는 과정에 있다. 두 주인공의 계획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시행할 것이며, 현실은 어떻고, 그래서 어떻게 대응했는가. 이 모든 점에서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호하게 대답해버린다. 그 결과 범죄물이 관객에게 선사해야할 긴장감, 스릴, 쾌감, 그 어느 것도 주지 못하게 된다. 관객을 신나게 해줘야하는데, 무엇에 신나야 하는지를 안 알려주기 때문이다.
캐릭터도 전반적으로 좀 처참하다. 안셀 엘고트의 캐릭터는 욕심을 부리다가 타락한 자로 이해할 수는 있고, 태런 에저튼은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매력의 소유자로 속을 쉽게 알 수 없는 자로 설정된다. 두 배우들의 연기 덕에 주인공들만큼은 대충 따라갈 수 있었으나, 딱히 매력적인 캐릭터들도 아니고 배우들의 연기 면에서는 정말 잘한다라기 보단 애를 많이 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연기를 제일 잘한건 역시나 (그리고 안타깝게도) 케빈 스페이시였다. 그 외의 캐릭터들은 모두 그냥저냥했다. 엠마 로버츠와의 러브 라인에 대한 묘사는 정말 소홀하기 그지없었고 BBC의 나머지 멤버들은 아무로 조연이라고 한들, 기본적으로 누가 누구인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았다.
극 중에 거의 클리셰와도 같은 대사가 있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온거지?" 그 대사가 딱 영화를 보는 나의 생각이었다. 대체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이해가 안 됐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로 영화의 재미가 완전히 무력화됐다. 게다가 자막도 정말 개판이라 아마 자막에 많이 의존하는 관객들에겐 더 혼란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