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훈남5.0출소 후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 그렸을 호텔 창밖의 야경. 그리고 마시는 위스키 한 잔의 풍미. 그런다고 그녀의 꼬여버린 인생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호텔 내부는 어둡기 짝이 없으며 창밖은 흐릿하여 잘 보이지 않는다. 황홀스러워야 하는 그녀의 위시리스트가 너무나도 초라해보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애써 합리화해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밤마다 위시리스트를 써요. 서울 중심 호텔 방을 잡고 창밖을 보며 위스키 한 잔 하는 거.” “그 위스키는 내가 선물하지.” “됐어요. 여기 나가면 다 잊을 거지만, 당신이 나한테 한 짓 만큼은 절대 용서 못 해요.” 정윤선(임지연)의 캐릭터는 근래 보았던 한국영화 중에서도 가장 존재감 있고 인간적인 인물로 그려져있다. 어떤 인물과 붙어도 그 상승효과가 어마무시하며 하수영(전도연)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인물로, 머리로는 뒤통수 칠 궁리만 하고 있지만 몸으로는 그녀를 동경하는 본능대로 움직인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사실 이 인물이 내뱉는 대사들은 전부 수영을 적대시하고는 있지만 그 말에는 상대를 배려한다거나 서운함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어쩌면 인생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영화적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쓰레기구나, 너.” “언니가 그런 말할 처지는 아니지 않아요?” “언니는 어디까지 각오하고 있어요?” “난 딱 요만큼만 언니 편이에요.” “넌 하수영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거야?” “에브리띵.” 사랑하는 여자를 끝내 쏘지 못 하는 악당 돈을 다발로 받고도 한 장만 빼가는 상인 정말 혼자서 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여인 그녀의 조촐한 식사를 기다려주는 윤선 정마담 대신 머리를 박아주려던 조사장 결국 겁이 나서 직접 찾아가지 않은 본부장 아무런 살생도 저지르지 않은 리볼버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 주인공 이 영화는 명작이다. 이 감독은 명장이다. <무뢰한> 때부터 뼈저리게 느꼈다. 진짜 보잘 것 없는 남자의 자존심. 신형사는 분명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차였다는 슬픔 하나로 하수영을 끈질기게 괴롭힌 바 있다. 또 다른 명목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그것이 자신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을 것. 그에 비해 여자주인공 수영과 윤선은 자존심을 부리지 않는다. 피가 섞인 양주를 원샷하는가 하면 머리를 박으라는 상사의 말에 정말 머리를 박을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지시를 신 형사에게 했다면, 과연 했을까? 더군다나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그렇게 한다는 건 죽기보다 싫었을 것이다. 내 말은 그러니까, 남자의 자존심이라는 건, 찌질하게 복수를 하기도 하고, 멋있어 보이려고 온갖 센 척은 다 해보기도 하지만, 결국 끝내 사랑하는 여인을 향해 총을 쏘지 않은 자신이 대견스럽다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무릎은 꿇으면서도 사과 한 마디는 하지 못 하는, 초라하다가도 멋스러운 아이러니의 자존심. 이 영화엔 이런 것도 담겨져 있다. “나한테 이렇게밖에 못 해요?” [이 영화의 명장면] 1. 쇄골, 다리 비교적 무미건조하게 느슨해져 있던 영화의 숨통을 단번에 조여버리던 장면. 그녀가 얼마나 약속을 중요시 여기는지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며 생각보다 초라한 호텔 안 자신의 모습을 보고 교도소 안에서의 서글픔이 폭발하기 직전의 상태였을 것이다. 또, 그 약속은 철저히 윤리적인 범주 안에서 유효한 것이었고 분노하는 시점 역시 불법적인 행동을 권유받을 때이다. “그거 갖다 팔아요. 직접 해도 좋고.” 2. 엔딩 밤새고 바닷바람 맞으며 빈속에 소주 한 잔 하는 그 맛.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는 가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는가 하면 드디어 그렇게나 좇던 목표를 이룬 것에 대한 후련함으로 속을 다치는 것조차 염려하지 않게 된다. 그녀는 좋아하는 사람을 잃고,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의 마음을 받아주지도 않았을 뿐더러, 연이어 꿈꿨던 행복이 무너지는 순간 앞에 초연하게 되었다. 마지막 그녀의 표정에게서 미소는 당최 찾아볼 수 없다. 리볼버를 들기 전까지는 이 돈을 어떻게 쓸지, 집에서는 무엇을 할지 몇 번이고는 머릿속으로 떠올렸을 텐데 말이다. 수영은 자신이 마시고 있는 소주의 맛을 기억하지 못 할 테다 관객들조차 감히 그 맛을 가늠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파도 소리 들으며 무표정인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내 깊숙한 마음에 울림이 느껴진다. 난 이런 영화, 열 번이고 볼 것이고, 백 번이고 좋아할 것이다.Like122Comment3
석미인4.0자신이 빚은 캐릭터에게 비참한 삶을 주거나, 죽이거나 이지선다의 벙어리장갑을 벗지 못하던 감독이 처음으로 여러 갈래의 손가락을 내민 느낌이었다. 그가 시대의 공정 혹은 어떤 윤리관과 화해했는지 알지 못한다. 지금껏 격발과 돈 가방이 든 영화에서 총알과 돈이 정확한 목적지로 가는 영화가 있었던가. 나는 이 역시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와 뜻 모를 악수를 나눈 기분이었다. 만약 정말 그랬다면 나는 남은 한 손마저 그 위를 덮었을 것이다. 고마워서. 비극을 물려내서. 한국 느와르의 적자로서 그 마지막 기수로서 지워내고 다시 먼 길을 가야하는 사람이기에.Like110Comment3
park3.5무뢰한 st에 헤어질 결심 감성 한 스푼. 누군가에겐 미장센, 다른 이에겐 후까시. 한편으로는 건조함, 다른 편으로는 루즈함. 결국 뭘 바라고 상영관에 입장하는가의 문제.Like105Comment0
이동진 평론가
3.0
받아야 할 돈이 범죄영화의 클리셰나 맥거핀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약속인 이야기를 대하는 신선함.
성유
3.5
"아니 너는 하수영이 도대체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거야?" "에브리띵." 그냥 전도연을 향한 감독의 러브레터잖아
재원
3.0
부탁할 땐 간절하더니 들어주면 뻔뻔해지는 것들한테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 그러다 반드시 큰코다치는 날이 있을 거라고.
신상훈남
5.0
출소 후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 그렸을 호텔 창밖의 야경. 그리고 마시는 위스키 한 잔의 풍미. 그런다고 그녀의 꼬여버린 인생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호텔 내부는 어둡기 짝이 없으며 창밖은 흐릿하여 잘 보이지 않는다. 황홀스러워야 하는 그녀의 위시리스트가 너무나도 초라해보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애써 합리화해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밤마다 위시리스트를 써요. 서울 중심 호텔 방을 잡고 창밖을 보며 위스키 한 잔 하는 거.” “그 위스키는 내가 선물하지.” “됐어요. 여기 나가면 다 잊을 거지만, 당신이 나한테 한 짓 만큼은 절대 용서 못 해요.” 정윤선(임지연)의 캐릭터는 근래 보았던 한국영화 중에서도 가장 존재감 있고 인간적인 인물로 그려져있다. 어떤 인물과 붙어도 그 상승효과가 어마무시하며 하수영(전도연)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인물로, 머리로는 뒤통수 칠 궁리만 하고 있지만 몸으로는 그녀를 동경하는 본능대로 움직인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사실 이 인물이 내뱉는 대사들은 전부 수영을 적대시하고는 있지만 그 말에는 상대를 배려한다거나 서운함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어쩌면 인생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영화적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쓰레기구나, 너.” “언니가 그런 말할 처지는 아니지 않아요?” “언니는 어디까지 각오하고 있어요?” “난 딱 요만큼만 언니 편이에요.” “넌 하수영 어디가 그렇게 좋은 거야?” “에브리띵.” 사랑하는 여자를 끝내 쏘지 못 하는 악당 돈을 다발로 받고도 한 장만 빼가는 상인 정말 혼자서 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여인 그녀의 조촐한 식사를 기다려주는 윤선 정마담 대신 머리를 박아주려던 조사장 결국 겁이 나서 직접 찾아가지 않은 본부장 아무런 살생도 저지르지 않은 리볼버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 주인공 이 영화는 명작이다. 이 감독은 명장이다. <무뢰한> 때부터 뼈저리게 느꼈다. 진짜 보잘 것 없는 남자의 자존심. 신형사는 분명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차였다는 슬픔 하나로 하수영을 끈질기게 괴롭힌 바 있다. 또 다른 명목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그것이 자신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을 것. 그에 비해 여자주인공 수영과 윤선은 자존심을 부리지 않는다. 피가 섞인 양주를 원샷하는가 하면 머리를 박으라는 상사의 말에 정말 머리를 박을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지시를 신 형사에게 했다면, 과연 했을까? 더군다나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그렇게 한다는 건 죽기보다 싫었을 것이다. 내 말은 그러니까, 남자의 자존심이라는 건, 찌질하게 복수를 하기도 하고, 멋있어 보이려고 온갖 센 척은 다 해보기도 하지만, 결국 끝내 사랑하는 여인을 향해 총을 쏘지 않은 자신이 대견스럽다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무릎은 꿇으면서도 사과 한 마디는 하지 못 하는, 초라하다가도 멋스러운 아이러니의 자존심. 이 영화엔 이런 것도 담겨져 있다. “나한테 이렇게밖에 못 해요?” [이 영화의 명장면] 1. 쇄골, 다리 비교적 무미건조하게 느슨해져 있던 영화의 숨통을 단번에 조여버리던 장면. 그녀가 얼마나 약속을 중요시 여기는지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며 생각보다 초라한 호텔 안 자신의 모습을 보고 교도소 안에서의 서글픔이 폭발하기 직전의 상태였을 것이다. 또, 그 약속은 철저히 윤리적인 범주 안에서 유효한 것이었고 분노하는 시점 역시 불법적인 행동을 권유받을 때이다. “그거 갖다 팔아요. 직접 해도 좋고.” 2. 엔딩 밤새고 바닷바람 맞으며 빈속에 소주 한 잔 하는 그 맛.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는 가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는가 하면 드디어 그렇게나 좇던 목표를 이룬 것에 대한 후련함으로 속을 다치는 것조차 염려하지 않게 된다. 그녀는 좋아하는 사람을 잃고,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의 마음을 받아주지도 않았을 뿐더러, 연이어 꿈꿨던 행복이 무너지는 순간 앞에 초연하게 되었다. 마지막 그녀의 표정에게서 미소는 당최 찾아볼 수 없다. 리볼버를 들기 전까지는 이 돈을 어떻게 쓸지, 집에서는 무엇을 할지 몇 번이고는 머릿속으로 떠올렸을 텐데 말이다. 수영은 자신이 마시고 있는 소주의 맛을 기억하지 못 할 테다 관객들조차 감히 그 맛을 가늠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파도 소리 들으며 무표정인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내 깊숙한 마음에 울림이 느껴진다. 난 이런 영화, 열 번이고 볼 것이고, 백 번이고 좋아할 것이다.
석미인
4.0
자신이 빚은 캐릭터에게 비참한 삶을 주거나, 죽이거나 이지선다의 벙어리장갑을 벗지 못하던 감독이 처음으로 여러 갈래의 손가락을 내민 느낌이었다. 그가 시대의 공정 혹은 어떤 윤리관과 화해했는지 알지 못한다. 지금껏 격발과 돈 가방이 든 영화에서 총알과 돈이 정확한 목적지로 가는 영화가 있었던가. 나는 이 역시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와 뜻 모를 악수를 나눈 기분이었다. 만약 정말 그랬다면 나는 남은 한 손마저 그 위를 덮었을 것이다. 고마워서. 비극을 물려내서. 한국 느와르의 적자로서 그 마지막 기수로서 지워내고 다시 먼 길을 가야하는 사람이기에.
park
3.5
무뢰한 st에 헤어질 결심 감성 한 스푼. 누군가에겐 미장센, 다른 이에겐 후까시. 한편으로는 건조함, 다른 편으로는 루즈함. 결국 뭘 바라고 상영관에 입장하는가의 문제.
Dh
2.5
연기는 나름 맛있는데 영화는 그만큼 맛있는지는.. #약속을 지키자 👌 #CGV
Fridaythe13th
3.0
꿋꿋이 걸어가는 전도연 주위로 모두가 재롱잔치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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