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lon4.5광화문에 홀로 세워진 이순신 동상 옆에 내 동상 하나 세우고 너 동상 하나 세우고, 이사람 저사람 동상을 세우자. 그리고 맑은 하늘에 비가 오는지도 모르는 그런날에 한두방울 내리는 빗방울을 같이 맞자 외롭지 않게. 그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나의 작은 바람, 소망이다Like97Comment0
천수경4.0많은 것에 대한 이해력이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며 살다가 내가 특별히 열등한 영역이 있다는 것을 어느 날 깨달았다. 잘 알던 사람과 모르는 사이가 되는 데에, 그런 사건을 이해하는 데에 심하게 무능해서 남들보다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어떤 사람과 남이 된 후에 삶이 낯설어져서. 멀미를 느껴서. 울면서 토하고 싶어서. 멀미란, 감각의 격차에서 오는 것이라던데 앎과 모름의 격차가 내 속을 울렁이게 만든 거였을까. 우리가 나눈 숱한 순간들을 내가 낱낱이 알고 있는데, 그것들을 전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낯선 학교에 전학 간 상태의 불쾌감처럼 나를 괴롭히던 그 감각은 잠잠해졌다가도 불시에 내부 출혈을 일으킨다. 문득 내 앞에 나타난 어떤 지식이 오래 전 우리 대화의 일부였기에. 그 대화의 결말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은 언제고 다시 찾아오기에. 이를테면 피곤한 어느 저녁, 정성일의 GV가 한 시간이 넘어가던 때에, 내가 왜 차마 나가지 못하고 있나, 내 충성심은 어디를 향한 것인가 의문이 들 무렵, 정성일이 사랑을 이야기했을 때. 그가 말하는 사랑의 이론이 네가 설파했던 것과 똑같다는 걸 깨달았을 때. 집어 든 백팩을 내려놓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 영화를 봤기 때문은 아니고, 그날은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썩 좋은 어른이지 않나 생각하면서 너에게 속으로 말을 걸었다. 대화를 나눈 지가 오래되어 우리가 이젠 생판 남이라서, 나도 모르게 존댓말이 흘러나오더라. 저는 꽤 괜찮은 어른이 되었습니다. 추운 날 빠르게 걸으면서, 내 하얀 입김을 담배 연기처럼 불어내면서. 저도 이런 사람이 될 줄 몰랐습니다. 중요한 보고를 올리듯. 되뇌었다. 보고 싶다는 느낌이 얼마나 시각을 훌쩍 넘어선 감각인지, 그러니까 내 눈동자가 갈망하는 소리나 촉감, 세상에서 사라진 마음 따위를 얼마나 전부 포함하는 것인지 생각했다. 그렇게 혼자 편지를 띄워 보낼 때는 삶이 나를 보호해준다고 느끼는데도. 곧이어 나 홀로 어딘가로 굴러떨어지는 느낌이 밀려온다. 어김없이.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에 나는 또 혼자 추락하는 기분으로 텅 빈 버스의 내부를 바라보았다. 저녁의 대중교통 풍경 속에서 자유낙하를 하는 기분이 이번엔 너무 익숙해서 멀미가 났다. 처음 보는 화면을 내가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그 격차 때문에 속이 울렁거렸다. 엔딩크레딧이 끝나기 전에 황급히 극장을 나왔다. 용맹한 사람이 된 줄 알았는데, 그런 나날들이었는데. 한 편의 영화로 나는 다시금 모든 게 두려워졌다. 이 영화를 보고 그저 흡족한 채로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사람과는 아무런 대화도 나누고 싶지 않다.Like87Comment2
GORMAMMU4.0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지 이게 그 때 그 노래라도 그렇지 달랑 한 곡 들었을 뿐인데도 그 많고 많았던 밤들이 한꺼번에 생각나다니 - 장기하의 "그 때 그 노래" 중.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 관계도, 장소도, 사람도. 우리가 단지 할 수 있는 것은 변해가는 것들일지라도,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포착하는 것.Like73Comment0
이동진 평론가
3.0
티베트어로 ‘인간’이 ‘걷는 존재’를 뜻한다는 사실을 거듭 떠올렸다.
어흥
3.5
낱말 하나도 이리 엮여있거늘, 내가 어찌 너를 하나의 시절로 읽겠는가.
pilon
4.5
광화문에 홀로 세워진 이순신 동상 옆에 내 동상 하나 세우고 너 동상 하나 세우고, 이사람 저사람 동상을 세우자. 그리고 맑은 하늘에 비가 오는지도 모르는 그런날에 한두방울 내리는 빗방울을 같이 맞자 외롭지 않게. 그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나의 작은 바람, 소망이다
천수경
4.0
많은 것에 대한 이해력이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며 살다가 내가 특별히 열등한 영역이 있다는 것을 어느 날 깨달았다. 잘 알던 사람과 모르는 사이가 되는 데에, 그런 사건을 이해하는 데에 심하게 무능해서 남들보다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어떤 사람과 남이 된 후에 삶이 낯설어져서. 멀미를 느껴서. 울면서 토하고 싶어서. 멀미란, 감각의 격차에서 오는 것이라던데 앎과 모름의 격차가 내 속을 울렁이게 만든 거였을까. 우리가 나눈 숱한 순간들을 내가 낱낱이 알고 있는데, 그것들을 전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낯선 학교에 전학 간 상태의 불쾌감처럼 나를 괴롭히던 그 감각은 잠잠해졌다가도 불시에 내부 출혈을 일으킨다. 문득 내 앞에 나타난 어떤 지식이 오래 전 우리 대화의 일부였기에. 그 대화의 결말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은 언제고 다시 찾아오기에. 이를테면 피곤한 어느 저녁, 정성일의 GV가 한 시간이 넘어가던 때에, 내가 왜 차마 나가지 못하고 있나, 내 충성심은 어디를 향한 것인가 의문이 들 무렵, 정성일이 사랑을 이야기했을 때. 그가 말하는 사랑의 이론이 네가 설파했던 것과 똑같다는 걸 깨달았을 때. 집어 든 백팩을 내려놓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 영화를 봤기 때문은 아니고, 그날은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썩 좋은 어른이지 않나 생각하면서 너에게 속으로 말을 걸었다. 대화를 나눈 지가 오래되어 우리가 이젠 생판 남이라서, 나도 모르게 존댓말이 흘러나오더라. 저는 꽤 괜찮은 어른이 되었습니다. 추운 날 빠르게 걸으면서, 내 하얀 입김을 담배 연기처럼 불어내면서. 저도 이런 사람이 될 줄 몰랐습니다. 중요한 보고를 올리듯. 되뇌었다. 보고 싶다는 느낌이 얼마나 시각을 훌쩍 넘어선 감각인지, 그러니까 내 눈동자가 갈망하는 소리나 촉감, 세상에서 사라진 마음 따위를 얼마나 전부 포함하는 것인지 생각했다. 그렇게 혼자 편지를 띄워 보낼 때는 삶이 나를 보호해준다고 느끼는데도. 곧이어 나 홀로 어딘가로 굴러떨어지는 느낌이 밀려온다. 어김없이.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에 나는 또 혼자 추락하는 기분으로 텅 빈 버스의 내부를 바라보았다. 저녁의 대중교통 풍경 속에서 자유낙하를 하는 기분이 이번엔 너무 익숙해서 멀미가 났다. 처음 보는 화면을 내가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그 격차 때문에 속이 울렁거렸다. 엔딩크레딧이 끝나기 전에 황급히 극장을 나왔다. 용맹한 사람이 된 줄 알았는데, 그런 나날들이었는데. 한 편의 영화로 나는 다시금 모든 게 두려워졌다. 이 영화를 보고 그저 흡족한 채로 극장을 나설 수 있는 사람과는 아무런 대화도 나누고 싶지 않다.
창민
3.5
열두시에서 열두시. 늘 제자리 같아도 항상 조금씩 달라.
GORMAMMU
4.0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지 이게 그 때 그 노래라도 그렇지 달랑 한 곡 들었을 뿐인데도 그 많고 많았던 밤들이 한꺼번에 생각나다니 - 장기하의 "그 때 그 노래" 중.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 관계도, 장소도, 사람도. 우리가 단지 할 수 있는 것은 변해가는 것들일지라도,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포착하는 것.
무비신
4.0
시공간은 언젠가 변하기에 머무르거나 떠나는 인연들, 인생들.
Dh
3.0
변하지 않는 것/ 변하는 것/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 #덕분에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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