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혜4.5몇 년 전 마음 속으로 집을 버렸다. 대학 졸업 후 부모님 댁에 있을 때도, 자취할 집을 구해도 '여긴 내 집이 아니다'라고 되뇌었다. 내게 집은 언제나 거기 있어줄 안식의 공간인데, 정들면 나가야 하는 건물은 집이 될 수 없었다. 근데 집이라는 공간이 너무 소중한 사람이라 집이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펐었더랬다. 아니, 요즘 2-30대 대부분이 집이 없다는데. 이제 집 없는 걸 디폴트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고 전통적인 가정들을 다 폐기하고 싶었지만. 그것들을 모두 폐기한다면 실존의 불안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제 나는 집을 내가 관계 맺었던 모든 것들의 합이라 정의하고 싶다. 그러면 내가 사랑했던 당신의 유머 속에서, 우리가 함께 보았던 별에서도, 아침 이슬 젖은 흙 냄새 속에서도 살았었다고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Like627Comment20
rendezvous5.0상실의 아픔을 마냥 봉합하기보다는 길을 따라가면서,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삶에 대한 생명력을 찾는 여정! 현재 이러한 시기에 위로와 마음의 평안, 그리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매우 시의적절한 영화였다. 영화가 많이 잔잔하지만 생각할 거리를 또한 많이 던져준다. 첫 번째로 주목할 점은 바로 집의 의미이다. 여기서 단순히 물리적인 의미가 아닌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펀에게 집이란 남편과 함께한 삶이 담겨있는 공간이며 마음의 휴식을 갖는 안식처였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석고산업이 망하면서 회사와 도시는 없어지고 남편과는 사별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불안정과 아픔 속에서 펀은 밴 하나를 몰면서 유랑민이 된다. 그러한 여정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사연들, 다양한 가치관을 알게 되면서 펀은 한 걸음 내딛는 용기와 수용을 얻는다. 여기서 두 번째 포인트는 바로 이별의 의미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소중한 존재들과 이별하기 마련이다. 펀 또한 남편, 직장, 집을 잃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과의 추억을 붙잡고 견디고 있을 뿐 유랑을 하지만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유랑 속에서 영원한 작별이란것은 없음을 깨닫고 예전 집과 관련된 것들을 모두 처분하고 진정한 자신의 삶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 이러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위안을 받았다. 클로이 자오의 다큐같은 연출이 너무 좋았다. 실제 노매드들의 모습을 담아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잔잔하면서도 자연의 풍경과 몇몇 대사들에서 오는 큰 울림이 조화로웠다.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이제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녀 자체를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너무 좋았고 영화와 잘 어우러졌다. 표정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가 유랑민 펀이 된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유랑민 그 자체였다. 끝으로 나에게 있어서 소중함이란 무엇인가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관계에 있어서 한걸음 더 용기있게 나설 수 있는 것에 대해 곰곰이 고민해보았다. 영화관을 나선 후에도 따뜻한 마음으로 계속 곱씹게되는 소중한 영화!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 [메가박스 상암 7관 21.04.15.(목) 10:40] [메가박스 노매드랜드 오리지널 포스터 증정 이벤트 수령] [21.04.15. 개봉] [제77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2020) 황금사자상 수상]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2021) 작품상 드라마, 감독상 수상] [제26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2021)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촬영상 수상] [제32회 미국 프로듀서 조합상(PGA)(2021) 작품상 수상] [제73회 미국 감독 조합상(DGA)(2021) 감독상 수상]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2021)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수상]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2021)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수상] [2021년 #008]Like347Comment5
손정빈 기자4.5 1.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얼굴이 곧 <노매드랜드>다. 아무 표정도 없는 얼굴에 고독과 외로움과 회한과 슬픔 그리고 의지와 희망이 다 있다. 그 무표정이 곧 영화다. 그 얼굴을 보면서 난 몇 번이나 몸을 비틀었다. 2. <노매드랜드>에는 울음이 터지기 직전의 마음같은 게 있다. 그런데 그대로 울면 안 될 것 같고, 그렇게 울고만 있다가는 정말 모든 게 다 무너져 내릴 것 같아서 길을 떠난 사람들이 있다. 펀(프랜시스 맥도먼드)도 그런 사람이다. 살기 위해서, 펀은 캠핑카를 몰고 세상 여기저기를 떠돈다. 캠핑카에서 먹고 자며 삶을 즐기는 낭만? 그 딴 건 없다. 죽어버릴 순 없으니까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데, 삶을 살아내는 방법이 유랑인 것이다. 3. 불같은 의지로 나를 일으켜 세워야 하지 않느냐고? 가계 경제는 파탄났고, 남편은 죽었다. 여전히 일을 할 수 있는 나이인데, 받아주는 곳은 거의 없다. 삶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박살났는데, 여기에 어떤 동력이 있을 수 있나. 왜 반드시 일으켜 세워야 하나. 그냥 살아간다.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움직이고 또 움직인다.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희망이라면 희망인 걸까. 잘 모르겠다. 4. <노매드랜드>에는 느슨하지만 강한 연대가 있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똘똘 뭉쳐 삶을 헤쳐나간다는 게 아니다. 내 외로움과 고독과 살픔은 전부 내 몫이다. 다만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이 존재함을 알고, 그런 이들과 가끔 교류하며, 그래도 그들을 결코 잊지 않는다. “See you down the road.” 이 말이 위안이다. 5. 시 같은 영화가 있고, 소설 같은 영화가 있고, 수필 같은 영화가 있고, 탐사보도와 같은 영화가 있다. <노매드랜드>는 '스케치 기사' 같은 영화다. '지켜보는 자의 감정을 자제한 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는다.' 착즙한 듯한 눈물이나 위로해주고 말겠다는 식의 위로, 널뛰는 감정 변화 같은 건 없다. 그저 묵묵히 바라보고 열심히 기록할 뿐이다. 클로이 자오는 <노매드랜드>를 실제로 이렇게 찍었다. 이건 진실된 영화다. 그래서 좋아할 수밖에 없다.Like317Comment3
재원4.0여기 아주 이상하고도 신비로운 낙원이 있다. 서늘한 냉기와 포근한 온기가 동시에 느껴지고 아름다운 풍경 아래 쓸쓸한 기운이 짙게 감돌며 저마다의 아픔으로 서로의 슬픔을 다독여주는, 내가 알던 낭만적인 낙원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지극히 현실적인 낙원이 이 영화 안에 존재한다. 그것도 아주 생생하게, 그것도 아주 찬란하게.Like194Comment2
주+혜
4.5
몇 년 전 마음 속으로 집을 버렸다. 대학 졸업 후 부모님 댁에 있을 때도, 자취할 집을 구해도 '여긴 내 집이 아니다'라고 되뇌었다. 내게 집은 언제나 거기 있어줄 안식의 공간인데, 정들면 나가야 하는 건물은 집이 될 수 없었다. 근데 집이라는 공간이 너무 소중한 사람이라 집이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펐었더랬다. 아니, 요즘 2-30대 대부분이 집이 없다는데. 이제 집 없는 걸 디폴트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고 전통적인 가정들을 다 폐기하고 싶었지만. 그것들을 모두 폐기한다면 실존의 불안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제 나는 집을 내가 관계 맺었던 모든 것들의 합이라 정의하고 싶다. 그러면 내가 사랑했던 당신의 유머 속에서, 우리가 함께 보았던 별에서도, 아침 이슬 젖은 흙 냄새 속에서도 살았었다고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이동진 평론가
4.0
되돌아가 같은 곳을 두 번째 떠나고서야 홀로 서게 된 자의 자욱한 여로.
rendezvous
5.0
상실의 아픔을 마냥 봉합하기보다는 길을 따라가면서,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삶에 대한 생명력을 찾는 여정! 현재 이러한 시기에 위로와 마음의 평안, 그리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매우 시의적절한 영화였다. 영화가 많이 잔잔하지만 생각할 거리를 또한 많이 던져준다. 첫 번째로 주목할 점은 바로 집의 의미이다. 여기서 단순히 물리적인 의미가 아닌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펀에게 집이란 남편과 함께한 삶이 담겨있는 공간이며 마음의 휴식을 갖는 안식처였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석고산업이 망하면서 회사와 도시는 없어지고 남편과는 사별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불안정과 아픔 속에서 펀은 밴 하나를 몰면서 유랑민이 된다. 그러한 여정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사연들, 다양한 가치관을 알게 되면서 펀은 한 걸음 내딛는 용기와 수용을 얻는다. 여기서 두 번째 포인트는 바로 이별의 의미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소중한 존재들과 이별하기 마련이다. 펀 또한 남편, 직장, 집을 잃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과의 추억을 붙잡고 견디고 있을 뿐 유랑을 하지만 계속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유랑 속에서 영원한 작별이란것은 없음을 깨닫고 예전 집과 관련된 것들을 모두 처분하고 진정한 자신의 삶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 이러한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위안을 받았다. 클로이 자오의 다큐같은 연출이 너무 좋았다. 실제 노매드들의 모습을 담아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잔잔하면서도 자연의 풍경과 몇몇 대사들에서 오는 큰 울림이 조화로웠다.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이제 연기를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녀 자체를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너무 좋았고 영화와 잘 어우러졌다. 표정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가 유랑민 펀이 된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유랑민 그 자체였다. 끝으로 나에게 있어서 소중함이란 무엇인가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관계에 있어서 한걸음 더 용기있게 나설 수 있는 것에 대해 곰곰이 고민해보았다. 영화관을 나선 후에도 따뜻한 마음으로 계속 곱씹게되는 소중한 영화!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 [메가박스 상암 7관 21.04.15.(목) 10:40] [메가박스 노매드랜드 오리지널 포스터 증정 이벤트 수령] [21.04.15. 개봉] [제77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2020) 황금사자상 수상]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2021) 작품상 드라마, 감독상 수상] [제26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2021)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촬영상 수상] [제32회 미국 프로듀서 조합상(PGA)(2021) 작품상 수상] [제73회 미국 감독 조합상(DGA)(2021) 감독상 수상]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2021)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촬영상 수상]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2021)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수상] [2021년 #008]
손정빈 기자
4.5
1.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얼굴이 곧 <노매드랜드>다. 아무 표정도 없는 얼굴에 고독과 외로움과 회한과 슬픔 그리고 의지와 희망이 다 있다. 그 무표정이 곧 영화다. 그 얼굴을 보면서 난 몇 번이나 몸을 비틀었다. 2. <노매드랜드>에는 울음이 터지기 직전의 마음같은 게 있다. 그런데 그대로 울면 안 될 것 같고, 그렇게 울고만 있다가는 정말 모든 게 다 무너져 내릴 것 같아서 길을 떠난 사람들이 있다. 펀(프랜시스 맥도먼드)도 그런 사람이다. 살기 위해서, 펀은 캠핑카를 몰고 세상 여기저기를 떠돈다. 캠핑카에서 먹고 자며 삶을 즐기는 낭만? 그 딴 건 없다. 죽어버릴 순 없으니까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데, 삶을 살아내는 방법이 유랑인 것이다. 3. 불같은 의지로 나를 일으켜 세워야 하지 않느냐고? 가계 경제는 파탄났고, 남편은 죽었다. 여전히 일을 할 수 있는 나이인데, 받아주는 곳은 거의 없다. 삶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박살났는데, 여기에 어떤 동력이 있을 수 있나. 왜 반드시 일으켜 세워야 하나. 그냥 살아간다. 살아있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움직이고 또 움직인다.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희망이라면 희망인 걸까. 잘 모르겠다. 4. <노매드랜드>에는 느슨하지만 강한 연대가 있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똘똘 뭉쳐 삶을 헤쳐나간다는 게 아니다. 내 외로움과 고독과 살픔은 전부 내 몫이다. 다만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이 존재함을 알고, 그런 이들과 가끔 교류하며, 그래도 그들을 결코 잊지 않는다. “See you down the road.” 이 말이 위안이다. 5. 시 같은 영화가 있고, 소설 같은 영화가 있고, 수필 같은 영화가 있고, 탐사보도와 같은 영화가 있다. <노매드랜드>는 '스케치 기사' 같은 영화다. '지켜보는 자의 감정을 자제한 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는다.' 착즙한 듯한 눈물이나 위로해주고 말겠다는 식의 위로, 널뛰는 감정 변화 같은 건 없다. 그저 묵묵히 바라보고 열심히 기록할 뿐이다. 클로이 자오는 <노매드랜드>를 실제로 이렇게 찍었다. 이건 진실된 영화다. 그래서 좋아할 수밖에 없다.
P1
5.0
사람들은 떠나면서 큰 구멍을 남긴다. 다시 채워지기 힘든,
성유
5.0
이 생활을 하면서 제일 좋은 건 영원한 이별은 없다는 거예요. 늘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인사하죠.
재원
4.0
여기 아주 이상하고도 신비로운 낙원이 있다. 서늘한 냉기와 포근한 온기가 동시에 느껴지고 아름다운 풍경 아래 쓸쓸한 기운이 짙게 감돌며 저마다의 아픔으로 서로의 슬픔을 다독여주는, 내가 알던 낭만적인 낙원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지극히 현실적인 낙원이 이 영화 안에 존재한다. 그것도 아주 생생하게, 그것도 아주 찬란하게.
리얼리스트
4.5
어떤 영화는 관람이 아니라 체험된다.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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