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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ower's Daughter

Così Fan Tutte: Soave Sia Il Vento

Così Fan Tutte: Soave Sia Il Vento

Samba da Benção

Cold Water

World Out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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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ower's Daughter
Così Fan Tutte: Soave Sia Il Vento
Così Fan Tutte: Soave Sia Il Vento
Samba da Benção
Cold Water
World Outside
Laurent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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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의말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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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파탈캣💜
5.0
I can't take my eyes off you 난 당신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는데, 정작 당신의 눈 속은 들여다보지 않았었군요 130915 -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뜨거운 여름이 지났다. 내리쬐는 햇살을 올려다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낼 수도 있고, 불어오는 바람을 절실해하지 않아도 되는 포근한 계절 가을이 왔다. 들뜨고 설레는 봄바람에도 꽃샘추위가 두려워 차마 마음을 열어주지 못하였었는데, 뜨거운 정열의 계절이 지나고 난 후 찾아온 여유의 계절은 새삼스러운 감각을 일깨워 집중하게 만든다. 속칭 연애의 계절, 가을이다. 마음이 살쪄오며 갖은 감정이 되살아난다. 혼자였던 사람도, 둘인 사람도, 혼자가 되어가는 사람도, 또 둘이 되어가는 사람도, 저마다 감정의 전환기가 찾아온다. 이제 한 호흡을 쉬어가며 돌아볼 때가 되었다. 내 스스로 그리고 나와 마주한 상대방에 대해, 우리는 어떤 생각으로 어떤 감정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잔잔하게 감정을 가라앉히고 현재를 돌아보면 앞으로의 새로운 길이 나타난다. 갖은 연애 감정으로 마음이 부풀어 오른 당신에게 생각의 정리를 도와줄 영화 한 편이 여기에 있다. 가슴이 먹먹해오는 4명의 사람 이야기, 영화 <클로저>이다. CLOSER를 만나다. <클로저>는 분명히 사랑이 가득한 멜로 영화는 아닌 것 같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마음이 불편해져 한동안 멍해져 있을 수밖에 없는 영화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클로저>를 다시 또다시 되새기고 싶어 한다. 어떠한 이유에서 일까. 여느 멜로 영화와 다름없이 일상적인 인물의 걸음걸음을 쫓고 만나고 헤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할 뿐인데, 여느 로맨틱코메디 영화와 다름없는 아슬아슬한 러브 스토리가 있을 뿐인데 말이다. 아마도 <클로저>가 가지고 있는 기가 막히게 명석한 장치들 때문이 아닐까. 영화의 막을 올려주고 내려주는 OST와 자연스레 이해할 수밖에 없는 4명의 사람들에 대한 설정 때문이 아닐까. 만약 앨리스가 스트리퍼가 아니었다면 안나가 포토그래퍼가 아니었다면 래리가 의사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댄이 신문 부고란 기자가 아니었다면. 나와 같이 둔한 관객들은 정확히 클로저가 보여주는 4명의 이야기를 알아채지 못하였을지도 모른다. 줄곧 연관성 없다고 여겼던 인물들의 직업은 영화가 한 시간 정도 진행되고 나서야 비로소 아! 하고 이해할 수 있게 한다. <클로저>의 포스터는 주인공 4명의 클로즈 샷이 전부이다. 너무도 단순하게 배치되어있는 것 같은 사진과 함께 붉은 '클로저'라는 단어가 전부이다. 그러나 결코 단순한 의미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아슬아슬한 4명은 묘하게 한 쪽 눈만을 드러내고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전부를 보여주지 않고 있음에도 느껴지는 느낌만으로 이 사람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안나의 미소짓는 입과 깊게 응시하는 눈은 겁쟁이 가면 증후군을 짐작하게 하고 댄의 고집스러운 눈빛과 입매는 그의 찌질함(이렇게들 표현을 많이 하여 차용해봅니다.)을 짐작하게 한다. 자유로운 미소와 강단 있는 눈빛의 래리도 생기 있는 입매에 사슴 같은 눈망울을 가진 앨리스도 같은 맥락에서 각자의 분위기를 적절히 풍기고 있다. 또 붉게 낙인처럼 찍혀있는 '클로저'라는 제목도 강한 중의적 의미를 보여준다. CLOSER. 단순히 '가까운 사람'이라는 의미로 생각하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들의 클로즈 샷을 의미하는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CLOSER의 또 다른 의미는 '(문 따위를) 닫는 사람'이다. 이들은 다닥다닥 붙어있지만 서로 온전한 얼굴을 내비치고 웃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그저 오묘한 표정으로 자신의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다. 결국 서로 완벽히 분리된 4개의 자아를 가진, 문이 닫혀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영화 감상이 끝나고나서야 확실한 확신을 얻을 수 있다. CLOSER는 후자의 CLOSER이다. 4명의 이야기 앨리스는 감정적이고 솔직하다. 처음 보는 게다가 잘 보여야 할 것 같은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조차 스스럼이 없다. 교통사고로 다쳐서 병원에 와 있는 환자인 주제에 담배를 찾고, 얻어먹는 샌드위치의 테두리가 잘려있는 것으로 마마보이라 놀리는 농담까지 던진다. 그녀는 맑은 피부처럼 투명하게 거짓이 없는 것 같다. 댄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자연스레 그의 안경을 벗겨 깨끗하게 닦아준다. 감정에 있어 거리낌 없는 자유분방하고 투명한 사람이다. 직업을 묻는 댄에게 잠시 망설였다가도 스트리퍼라고 당당히 소개한다. 그녀에게는 장막이 없다. 스트리퍼라는 그녀의 직업이 그러한 성격의 함축형이다. 밝은 미소와 부드러운 단어를 사용하며 손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방어막이 없을 것 같은, 댄의 묘사를 빌리자면 '무장해제 되어있'는 것 같은 앨리스에게는 엄청난 방어막이 있다. 클럽의 감시 카메라들은 아무도 그녀에게 손대지 못하도록 지켜보고 있다.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지만 결코 손댈 수 없는 존재이다. 그녀는 무장해제되어 낱낱이 드러난 소녀 같지만 사실은 가장 단단한 갑옷에 둘러싸여있다. 그녀는 댄에게 자신의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감정의 풍파에 몸이 마구 떨리던 가녀린 소녀였지만 결국 그녀는 제자리로 쉬이 돌아왔고 강한 모습으로 독립하였다. 가장 약하고 엉망인 것 같아 보이지만 함부로 다가설 수 없는 앨리스는 직업 그대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남자와 바람난 것을 알면서도 차분히 안나와의 대화를 하는 앨리스는 나이에 맞지 않게 성숙해 보인다. 성숙한 차분함과 눈빛이 드러날 때마다 <레옹>의 마틸다가 떠올랐다. 감정에 솔직하고 거짓 부리지 않으며 어리고 순수하지만 그녀는 결국 가장 강했다. 버림받은 후에도 바로 스스로의 자리를 잡고 살아간다. 가장 솔직한 모습 그 자체인 제인으로. 짖궂은 래리의 험한 말에도 모두 꿋꿋하게 대답한다. 그러면서도 흔들림이 없다. Cold heart라는 래리의 말처럼 가장 가엽게 버려진 소녀 같지만 가장 강한 사람, 앨리스이다. 댄은 감정적이고 이기적이다. 첫눈에 반한 앨리스와의 첫 대화에서부터 그는 들어주기보단 들어줘야 하는 사람이었다. 원하는 대로 이끌고 속 좁게 관계를 이어나간다. 앨리스와의 첫 만남에서 설명해주었던 신문 부고란의 완곡어법은 댄이라는 사람에 대한 완벽한 설명이기도 하다. 자신이 바람을 피운 것이 이유가 되어 이별을 고하는 순간에도 '너를 사랑해서 상처 주고 싶지 않아, 하지만 내가 행복하고 싶어.'라는 비겁한 어투로 앨리스를 내몬다. 결코 부정 화법을 사용하지 않는 치사한 태도이다. 이런 겁쟁이 댄은 한순간도 혼자서는 견디지 못한다. 만나는 사람이 있는 와중에도 쉽게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져버리는 그의 특성은 <나를 책임져, 알피>의 알피와 꼭 닮아있다. 혼자된 생활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그는 늘 나쁜 남자가 되어있다. 연애를 그리고 사랑을 이용하며 환승하는 댄은 겁 많은 찌질이 일 뿐이다. 3주년 기념일에 바람피우는 여자를 찾으며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 남자, 바람피우던 상대와 잘되어 만남을 가지게 되어놓고도 이혼을 위해 전 남편을 만나고 온 안나에게 질투하며 자신 역시 앨리스를 찾고 있다고 말하는 이기적이고 잔인한 남자,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과 꼭 닮은 겁쟁이 안나를 품어주지조차 못하는 남자, 댄이다. 이런 댄이 자신보다 훨씬 성숙한 그리고 자신의 여자를 다 가져버린 래리의 앞에서 속알이 낱낱이 드러난 순간 아이처럼 울어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루스에서 앨리스로 안나로 또 버림받자 다시 앨리스에게로 환승하는 그는 나약하고 비겁한 철들지 못한 영혼이다. 영화를 통틀어 전혀 발전이 없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의 외형은 점점 피폐해진다.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앨리스와 반대로. 안나는 이성적이고 이기적이다. 가장 어려운 캐릭터이면서도 애착이 가는 캐릭터이다. 그건 아마도 정말 현실적인 모습을 잘 나타내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안나는 이성적이고 성숙하다. 그럼에도 본인 스스로의 감정에 가장 불편한 사람이기도 하다. 보이는 것을 위해 솔직할 수 없는 그녀는 언제나 가면과 베일의 뒤에서 일그러진 울음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다. 진득한 슬픔이 배어나는 그러나 알 수 없는 온화한 미소로 무장한 채 살아간다. 줄리아 로버츠의 수준급 연기가 아니었다면 절대 표현할 수 없었을 것 같다. 가장 어려운 캐릭터를 정말 어렵게 잘 완성해내었다. <모나리자 스마일>이나 <오션스 일레븐>에서 보여준 세련된 모습도 <노팅 힐>이나 <귀여운 여인>에서 보여준 러블리한 모습도, 같다고 말하기 애매할 정도로 조금씩만 양념이 되어있다. 안나는 복잡미묘한 슬픔이 정적으로 진하게 배어있는 캐릭터이다. 사진작가라는 직업은 그녀의 성격을 직접적으로 묘사해준다. 앨리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낯선 사람들의 슬픔을 아름답게 찍어두고, 반짝이는 속물들이 그 슬픔 속에서 자신들이 보고 싶은 아름다움만을 찾아서 보게 해주는' 사람인 것이다. 안나는 댄과의 부정을 통해 앨리스를 울려놓고 그녀를 찍은 뒤 전시회에 걸었다. 슬프고 혼자된 아픈 사람인 앨리스를 이용해 아름다움으로 가장한 거짓 보상을 제공하는 전시회에 걸었다. 그녀는 스스로가 인지하는 구역질나는 부정을 저지르면서도 온화한 미소로 아무 일 없는 체 아름다운 현실인양 가장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에 발목이 메여있는 그녀는 한순간도 진실된 행복의 미소를 짓지 못한다. 근본적인 죄책감에 휩싸인 채 가까스로 원하는 말을 하고도 고개를 떨구는 그녀는 너무나도 가엽다. 현실을 벗어나지도 이상을 버리지도 못하는 가여운 삶의 희생양이다. 결국 래리와의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안나의 머릿속을 알 순 없지만 침대에 돌아누운 그녀의 표정으로 미루어보아 아마도 그것은 현실 순응 정도의 결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불편한 온기 속에 지내는 비겁한 겁쟁이이지만 그 스스로조차 행복할 수 없는 비극의 캐릭터, 안나이다. 래리는 이성적이고 솔직하다. 의사라는 직업만으로 너무나도 뻔하게 알 수 있는 그의 성격은 정확함이다. 정확한 현상에 주목하고 숨김이 없다. 안나를 처음 만났을 때에도 앨리스를 처음 만났을 때에도 느껴지는 호감을 굳이 숨기지 않고 표현하였다. 죄책감이나 분노에 대한 표현역시 정확하다. 그러나 솔직하고 감정 표출에 적극적인 그는 그 이상의 이성으로 모든 관계를 파헤치는 fact에 집착한다. 안나의 외도를 알아채고 격분한 순간에도 정확한 상황 설명을 요구하며 안나 스스로가 역겨운 죄책감에 짓눌리게 만들어 버린다 그는 손을 올릴 정도로 분노하였다가도 안나가 낱낱이 치부를 드러내며 상황 설명을 마치자 '솔직히 대답해줘서 고마워.'라는 말과 함께 쿨하게 보내준다. 차가운 이성적임과 비정상적인 탐구 정신은 놀랍도록 무섭다. 모든 것을 파헤쳐 공부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같이 그에게는 모든 관계도 탐구의 대상일 뿐인 것처럼 느껴졌다. 래리는 성숙한 인내를 가지고 있다. 분노의 순간에도 사랑하는 여자를 때리지 않고 금세 마음을 식힌다. 차분하게 잔인한 복수를 감행한다. 그리고 용서를 하여 결국 자신의 사랑을 지켰다. 게다가 덤으로 잔인한 복수를 댄에게 돌려준다. 속으로 얕은 그르렁 거림을 삼키며 사냥감을 계속해서 노려보고 있는 호랑이의 그림자가 느껴졌다. 안나를 앨리스를 댄을 낱낱이 물어뜯으며 공격하는 그의 방법은 오로지 말일뿐이다. 차분히 내뱉는 마디마디의 힘은 매우 잔인하다. 그는 말 그대로 의사였다. 래리는 가장 가여운, 복수심 가득한 대타 연애의 희생양으로 출발했지만 결국 가장 성공한 관계의 주인공이 되었다. 로봇과 같은 마초처럼 느껴지지만 그의 진실된 모습은 승리자로 인정할만하였다. <칠드런 오브 맨>이나 <씬 시티>에서 보여주었던 고뇌 혹은 잔인함과 동떨어진 클라이브 오웬의 또 다른 모습은 신선하기도 하였다. 관계의 이야기 Hello, Stranger. 앨리스와 댄의 첫 만남. 타인과 타인들 사이에서 그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을 뿐인데, 우연히 맞아진 방향 탓이었을까. 반대편에는 단둘만 보이고 주변이 흐릿해진다. 서서히 무표정이던 얼굴에 묘한 미소가 감돌고 결국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서로를 향해 걸어가는 두 사람. 영화 같은 영화 속 장면에는 절묘한 음악이 울려 퍼지며 로맨틱함이 더해진다. 이들의 첫 만남은 전형적인 첫눈에 반한 사랑이다. 장난처럼 앨리스에게 닥친 교통사고. 그리고 10초간의 기절 후 깨어난 앨리스가 댄을 올려다보며 건넨 말. 낯선 이여, 안녕? 가장 아름답게 사랑할 것만 같았던 커플이지만 이 커플은 가장 Strangers였을지도 모른다. 서로의 눈동자에 숨은 진실된 모습을 보지 못하고 4년이란 기간 동안 아슬아슬한 연애를 하기만 한 것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I don't kiss strange man. Neither do I. 댄과 안나의 첫 만남. 첫 만남에서 그것도 일터에서 그들은 마법처럼 이끌려 서로의 호감을 확인한다. 가장 닮아있으면서도 가장 다른 두 사람은 서로의 예술가적 면모에 끌렸을지도 모르겠다. 애매모호한 눈빛 속에 많은 이야기를 감추고 있는 두 사람의 키스신은 가장 아슬아슬하다. 맹수가 다투기 전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은 긴장감이 가득 느껴진다. 그들의 키스신이 그리도 절실하거나 절박한 느낌을 주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서로의 트라우마를 치유해주는 만남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거리낌 없고 지나치게 오픈되어있는 앨리스에 대한 질림을 상쇄시켜줄 수 있는 차분하고 성숙한 안나. 자기보다 어린 여자와 바람나서 떠나버린 전형적인 영국 신사인 전 남편에 대한 상처를 상쇄시켜줄 수 있는 어린 여자와 만나고 있는 댄. 감정을 넘어선 필요가 본능적으로 느껴졌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클로저>에서 가장 뜨거운 사랑으로 그려진다. 앨리스도 보자마자 바로 알아챘지 않는가. 인물들의 만남에서 등장하는 담배 이야기를 쫓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처음 앨리스가 병원에서 다급하게 찾는 담배는 불안함의 표식이었다. 그리고 댄에게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태우셨던 추억의 장치이다. 안나에게는 싫어하는 존재이며(아마도 전 남편의 영향일까) 래리에게는 사랑하는 안나를 위해 끊을 수 있는 것이었다. 담배를 끊었던 댄은 영화의 말미에 다시 흡연을 하고 담배를 끊지 못한다고 말했던 앨리스는 영화의 말미에 금연에 성공한다. 돌고 도는 이 매개체는 영화 속에 숨어있는 화살표 같다. 담배가 주는 여운과 느낌은 좀 다르지만 비유하자면 <번지점프를 하다>의 라이터나 <건축학 개론>의 CD 플레이어 같은 느낌을 받았다. OST <클로저>의 OST 역시 쉽사리 놓아줄 수 없는 주옥같은 아이템이다. 앨리스와 댄의 운명적인 첫 만남에서 말 그대로 영화 같은 첫눈에 반함이 연출되어있다. 주변은 흐릿하게 잘 보이지 않고 서로의 눈 그저 서로만을 바라볼 뿐이다. 정확히 시선 한 가운데에 자리한 그 한 사람에게 눈을 뗄 수가 없다. 무표정으로 걸어 다니는 수많은 타인들 중 한 명일 뿐인 나와 당신인데 왠지 모르게 설레는 마음에 얼굴에 온기가 전해온다. 우연히 맞았던 방향은 이제 정확히 당신을 목표삼아 걸어가게 된다. 단순하게 주인공이 마주 걸어가는 장면일 뿐인데 설렘이 가득 느껴지도록 아주 잘 연출되어 있다. 장면과 함께 흘러나오는 Damien Rice의 감미로운 The Blower's Daughter는 정확하게 장면을 읊어주고 있다. I can't take my eyes off you. 당신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당신 밖에 볼 수가 없어요. 목이 메어가며 되뇌는 문장은 앨리스와 댄의 사랑에 빠지는 순간 자체를 묘사한다. 관객으로서 이유모를 동화에 휩싸여 이미 멜로디는 로맨스로 가득해진다. 그러나 바로 똑같은 정확히 같은 음악은 전혀 다른 음악이 되어 영화의 말미에 다시 울려 퍼진다. 댄은 앨리스의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고 그녀를 버렸다. 그러나 그녀는 앨리스가 아니었다. 정작 누구인지 알 수도 없게 된 앨리스, 아니 제인 존스에 대한 정체를 깨닫는 순간의 댄의 얼이나간 표정과 함께 멜로디는 바람처럼 흐른다. I can't take my eyes off you. 난 당신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는데, 정작 당신의 눈 속은 들여다보지 않았었군요. 다시금 목이 메어가며 되뇌어지는 문장은 이제 더 이상 설렘의 문장이 아니다. 후회와 안타까움의 문장으로 바뀌어 멜로디는 외로움 그 자체가 된다. 멜로디는 댄의 외롭고 쓸쓸한 걸음을 함께 지나쳐준다. And so it is, The shorter story, No love no glory no here in her sky. 결국 이거였군요. 뒤늦은 깨달음의 노래가 번진다. 같은 음악으로 영화는 시작되고 마치는데 그것을 마주하는 관객의 마음에는 어지럼증만 남았다. 설렘으로 시작했으나 한껏 요동치게 되고, 결국 폭풍이 지나친 후의 길 없이 흩어진 방향 없는 마음만 남게 된다. 그래도 이 먹먹한 마음으로 한참을 멈춰있게 만드는 영화가 불편하지 않게 되는 것은 음악의 힘이 아주 컸을 것이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것 같은 안정감에 불편해진 마음도 감싸 안게 되는 것이다. 첫눈에 반한 사랑의 순간도 허무하게 맞는 홀로된 순간도 결국은 원래의 자리였을 뿐이라는 깨달음이 이 노래 하나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역시 마이크 니콜스 감독은 강렬함이 무엇인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와는 또 다른 느낌의 강렬함이었지만... CLOSER를 보내주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누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고 정의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도 없다. 다양한 인격이 만나 다양한 만남을 만들어내고 그래서 더 복잡하고 재미있는 것이 세상이다. 영화 <클로저>는 서로 비슷한 듯 다른 4명의 사람을 통해 관계에 대하는 4가지 자세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결국 승리자는 누구였다- 하고 단정 지어 주지도 않는다. 각자의 삶 위를 걷는 화면을 보여줌으로써 누가 더 나았다 아니었다 하고 판단하는 것은 관객 모두 개개인의 몫이 되었다. 난 개인적으로 솔직함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앨리스가 가장 승리했고 안나가 가장 패배했다고 느낀다. 하지만 모두의 의견은 다양한 방향으로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 가깝게 느끼는 캐릭터도 제각각일 것이듯이 말이다. 감독이 결국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일지는 알 수없다. 그러나 나는 감독이 '솔직하게 사랑하라.'는 교훈을 주고 싶어 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짐작해본다. 많은 예술 작품은 시작과 끝에 무게를 실어 의미를 전하곤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클로저>의 오프닝과 엔딩은 꽤나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느린 박자로 사람 무리 속을 걸어가는 앨리스(제인 존스)가 이 오프닝과 엔딩의 주인공이다. 여유 없는 무표정으로 그러나 당당한 걸음으로 무리 속을 헤쳐 걸어가는 그녀는 영화가 진행되며 성장한 것을 대변하는 것처럼 오프닝 보다 엔딩에서 훨씬 세련되고 아름다워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녀가 지나가면 남자들이 돌아보는 것이 그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영화 속 사건들을 거치며 4년 동안 앨리스가 성숙하였음을 나타내주는 것이다. 앨리스는 가장 낯선 타인으로 이름조차 숨기며 살아왔지만 적어도 그녀 스스로의 감정에 가장 솔직하였고 거짓 연애에 얽혀 자신과 타인을 피폐하게 만드는 짓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엔딩은 4명의 사람 그 누구보다도, 또 과거의 자신보다도 아름답고 성숙한 모습이 되었다. 이러한 오프닝과 엔딩을 통해 감독이 '솔직하게 사랑하여 성장하라.'는 교훈을 준 것이 아닐까 한다. 몇 번이고 곱씹어도 영화 <클로저>가 남겨주는 여운은 남다르다. 그저 연애 이야기라 생각하지 않았을 때 영화가 주는 의미는 더 커진다. 삶을 형성해 나가는 구성원으로서 스스로의 자세를 돌아보고 주변과의 연관관계를 새겨보게 해주는 먹먹한 여운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조만간 연극 <클로저>도 만나보러 가야겠다. 영화와는 또 다른 먹먹함으로 마음을 다져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 같다.
Oh Sinae
4.5
상처를 위로해 줄 사람이 내 가슴에 칼 꽂은 그 사람 뿐이라는 건 얼마나 잔인한지
유조
5.0
내 뮤즈의 허망함에 대해 깨우쳐주어 고마운 영화. 난 네가 stranger이기에 매혹된거야. closer가 되는 순간 너는 '나의 뮤즈'란 옷 벗어야 된다고.
버니
4.0
생략되는 그 시간들의 편집이 좋았다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지 않아도 사랑의 흐름을 더욱 명백히 알려준다
이동진 평론가
3.5
빗나간 집착과 뒤틀린 욕망이 초래한 관계의 종말을 재난영화처럼 그려내는 파국의 서커스.
야수파
4.0
사랑한다해도,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타인일 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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