𐒎𐒃𐓓𐒆4.01. 일본의 도시(가마쿠라)와 한국의 도시(부산)가 함께 등장하는 드라마라서, 오히려 신선하다. 부산 여행에서 봤던 영화의 전당, 해운대의 해변열차... 일본 드라마의 렌즈로 보니 이국적으로 느껴졌달까. 2. 가족을 잃은 시부야 남매를 보다 보면, 가족이란 같은 철도(역사)의 노선을 공유하는 열차가 아닐까 싶어진다. 칸마다 저마다 짊어진 짐의 무게는 다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가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족을 만들게 되거나, 스스로 세상에 서 있을 수 있어야 하는 법.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고민과 두려움, 걱정과 외로움은 모두에게 동일하다. (극 중에 언급되는 싱글, 커플, 결혼, 육아... 한국이나 일본이나 젊은이들의 고민은 비슷하다는 것에 은연중에 묘한 위로감을 받기도 했다.) 3. 마츠 다카코를 <콰르텟>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런 활달한(?) 역할이 더 잘 맞는 것 같기도. 그래도 중학생 역할을 그냥 분장으로 퉁쳐버리는 건 좀 심했다 ;P 호시노 겐은 나에게 이미 각키의 남자인데...(ㅋㅋ) 몰입이 좀 안 되긴 하더라. 단막극이라 나는 오히려 더 좋았다. 더 길었으면 루즈했을 것 같다. 두 시간을 영화 한 편처럼 보니까 깔끔했다. 4. 주종혁 배우가 일본어를 꽤나 잘해서 놀랐다. 다국어를 할 줄 아는 배우의 매력을 느꼈다. 일본 여자친구는 다정하잖아, 부럽다. 이런 대사도 꽤 현실적이다. (그래서 더 짜증나;) 이 드라마는 일본에서 제작한 드라마이지만, 부산 로케나 한국 문화에 대해 비교적 이질감이 들지 않게 잘 연출한 것도 한국 배우가 중간 다리 역할을 잘 해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5. "돌과 모래의 예술인 '분석(盆石)' '은 헤이안 시대부터 있었대. " "처음에 뿌리는 5호 크기까지의 모래는 '네지메'라고 해서 나무나 집, 사람들을 추상적으로 나타냅니다. 자연과 사람의 조화죠. ... 그럼 시간을 그려볼까요?" 극중 요코가 맡은 책의 주제가 '분석(盆石)' 이었는데 흥미로웠다. 가레산스이 같기도 하고. 6. 기억에 남은 대사는 아래에 클리핑해둔다. (스포 주의!) "가마쿠라이지만, 시부야입니다." "진짜(マジ마지)의 어원이 뭔데요?" "마술(マジック마직쿠). 마술을 보면 '거짓말, 말도 안 돼' 진짜냐고 그러잖아." "진짜요?" "거짓말이야." "다들 왜 그렇게 날 누군가랑 이어주려고 하는 걸까? 난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데. 혼자 지낸다는 이유만으로 지금 생활에 만족하지 않은 사람처럼 여겨지는 게 뭐랄까... 좀 그래." "그런 걸지도 몰라. 지금 50세 여성의 30%는 아이가 없대. 나도 아이 둘 키운 건 후회하진 않지만, 만약 없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다른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어서. 나는 혼자서 살아갈 자신감이 없지만. 자신감이라기보단 용기? ... 술 한 잔 하고 싶지만 엄마는 돌아가서 저녁 해야지." "아무리 계획을 세운다 해도, 내일 죽어버리면 무슨 소용이야. 우린... 겪어 봤잖아." "일본인 여자친구 부러워요." "왜요?" "다정해요." "다정하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좀 기가 세잖아. 근데 일본 여자들은 그래그래 하면서 얘기도 다 들어주고 그러잖아요." "안 그래. 미야코가 얼마나 자기 의견을 얘기 잘 하는데." "일본 여자, 한국 여자 그런 게 어딨어. 다 똑같지." "있잖아, 나는 일본인이지만 다정하지 않아." "저한테 상대방 남성이 생길지 말지 필요한지 아닌지는 다른 문제잖아요? 왜 다들 제 짝을 찾아주려 할까요? 사람은 결국 혼자인데. 혼자 있으면 왜 안 된다는 건지." "저기... 왜 만나자고 하신 거죠? ... 당신은 고독하지 않아요. 그래서 쉽게 말할 수 있는 거죠. 혼자서도 살 수 있다고, 혼자가 아니라서 말할 수 있는 거예요." "'편집(編集)'이라는 한자는 '엮어서 모은다'고 쓰잖아요. 사람들을 모아서 사람과 사람을 주선하고 조율하는 게 편집자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평범해요. 대부분 잡일인걸요. 80%가 잡일이죠." "살다 보면 매일 잡일만 해요." "그렇네, 하루종일 잡일만 하지." "지금까지는 혼자 여행하는 게 쓸쓸하다 생각했는데, 자연과 일대일로 마주하니 쓸쓸하지 않았어요. 분석을 대할 때도 똑같은 기분이 들어요." "잡일 이외의 시간도 필요하다는 말이네." "잡일만 하면 삶이 쓸쓸하잖아." "인생이 쓸쓸할 때가 언제야?" "아이들이 쌀쌀맞게 굴면 쓸쓸하지. 남편보다 타격이 커." "저는 아무도 저를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때요." "집에 있을 곳이 없어서 쓸쓸해." "집에 돌아 가세요, 좀 제발." "메구로입니다. 시부야의 다다음 역." "그때는 심하게 말해서 미안해." "뭐야, 괜찮아. 그때 요코가 한 말이 내겐 전부였어. 네가 해 준 말 덕분에 지금이 존재해." "작가가 되었을 수도 있잖아." "작가가 될 사람은, 여자친구가 한 마디 한 것 가지고 글쓰기를 포기하진 않아." "그래도 미안해." "나야말로 미안해." "우시오는 에노시마 전철로 출퇴근하잖아요. 매일 전철을 타다보면 알 수 있대요. 레일의 아주 작은 뒤틀림을요. 단차가 느껴진대요. 물론 승객이 알 만한 차이는 아니에요. 불과 몇 밀리리터의 단차죠. 걸리는 느낌. ... 보수 작업으로 레일을 교체하는 거죠, 매 겨울마다 몇 군데씩. 교체하면, 단차가 매끄러워져요. 매끄러워진 레일 위를 에노시마 전철이 부드럽게 달리는 거죠. 전철 안에서 우시오는 그 매끄러움에 살짝 미소를 지어요. 못 쓰겠더라고요, 아까워서. 못 쓴 게 많아요." "문제 같은 거 없어. 싫은 점도 없고, 이 이상 좋아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아해. 하지만 오늘 그랬던 마음이 내일은 다를지도 모르잖아. 그건 너무하잖아. 윤수한테 그런 심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왠지 난... 가끔 갑자기 안절부절 못하게 돼. 내일 죽을 수도 있는데 여기 있어도 되는지. 여기서 이러는 게 맞는 건지. 이대로 괜찮은 건지, 어디에 있으면 좋을지 알 수 없게 돼. 내가 이런데 다른 사람이랑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앞으로의 인생을 함께 걷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애매하게 흘려보내지 말고 제대로 말해. 아무 말도 안하고 알아주길 바라는 건 너무 이기적이야. 상대는 남이야. 가족이 아니니까." "가족이란 뭘까?"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이제부터 벌어질 일은... 아무도 몰라. 미지의 대지가 펼쳐져 있답니다. 자주 나오잖아. 모험의 시작. 어디로 갈지 몰라. 인생에 지도는 없어. 그래도, 우리는 나아가야 해. 걱정할 필요 없어. 종착지는 몰라도 다음 역은 보이거든. 다음은 코시고에, 그다음은 가마쿠라고교앞, 그다음은 시치리가하마..." "같이 살자고 그러더라. 이런 식으로 사귀는 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넌 이상한 지점에서 섬세하더라." "그쪽은 유명인이잖아. 같이 살아도 괜찮은 걸까? 나는 괜찮지만..." "아마, 그쪽은 수십 배는 더 생각했을 거야. 모든 패턴을 가정해서 차트를 만들었을 걸. 그런 다음에 같이 살자고 했을 거야." "타니 씨는 언제 쓸쓸해요?" "와비사비의 쓸쓸함과 그냥 쓸쓸함은 다르지." "그렇긴 한데요, 여러 사람한테 물어보고 있어요." "음... 말이 안 통할때? 같은 언어로 말하는데 통하지 않을 때요." "쓸쓸하네요-" "젊은 재능, 내가 결코 쓸 수 없는 문장과 운율. 내가 스무 살이었다면 쓸 수 있었을 지 몰라. 하지만 이제는 무리지. 쓸쓸하네-" "이게 유작이 되는 건 싫어. 내 유작은 <갈매기>. 걸작으로 끝낼 거야." "선생님은 아직 죽지 않잖아요. ... 오랫동안 말할지 말지 망설였는데요, 선생님의 <갈매기>는 가작이에요. 훌륭하지만, 걸작은 아니에요. 본인도 알고 계셨었죠? 새로운 한 걸음을 위해, 연습 삼아 손바닥 소설 어떠세요?" '오랜만이에요. 그쪽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제 근황을 말씀드리면, 요즘 쓸쓸함에 관해 생각해 보고 있어요. 이제까지 쓸쓸함을 제대로 느낀 적도 없이, 어딘가 멀리 있는 듯한 느낌으로 살아왔어요. 정말이지 무척 행복한, 사치스러운 이야기입니다. 고생을 안 했다는 건 아니에요. 어린 동생들을 우선시하다보니, 하지 못한 일들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도 제 소중한 일부예요. 지금 새삼 혼자 사는 생활을 곱씹어보고 있어요. 당신은 무엇이 가장 쓸쓸했나요? 아마 분명 아직 어렸던 아이들의 성장을 볼 수 없었던 것이겠죠. 당신의 아이들은,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어요. 조약돌을 쌓듯이, 하나씩 역을 세듯이... 저는 아이를 남기지 않아요. 당신이 보기에 그건 쓸쓸한 것이겠죠. 하지만 의외로 즐겁게 해내고 있어요. 하루하루를 영위하며, 그저 살아가고, 살아가고, 살아가고... 그저 살아가면서 작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렇게 하나의 생명으로서 사라져가겠죠. 작은 우리의 작은 삶은 어디로 이어질까요? 완전히 새롭고 매끄러운 레일이 운반해 주겠죠. 오래도록 이어질 우리의 삶을 모두 싣고서, 언젠가 닿을 머나먼 저세상까지.'Like20Comment0
초초밥4.0그저 살아가며 작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렇게 하나의 생명으로서 사라져가겠죠 작은 우리의 작은 삶은 어디로 이어질까요? 완전히 새롭고 매끄러운 레일이 운반해 주겠죠 오래도록 이어질 우리의 삶을 모두 싣고서 언젠가 닿을 머나먼 저세상까지 아직 그쪽으로는 갈 수 없지만 저희를 부디 지켜봐 주세요 그럼 이만 2025.01.23Like8Comment0
밤식빵
4.0
메이저 배우들로 이런 이야기를 찍을 수 있는 일본이 조금 부럽다.
금은
4.0
종착지는 몰라도 다음 역은 보이거든
𐒎𐒃𐓓𐒆
4.0
1. 일본의 도시(가마쿠라)와 한국의 도시(부산)가 함께 등장하는 드라마라서, 오히려 신선하다. 부산 여행에서 봤던 영화의 전당, 해운대의 해변열차... 일본 드라마의 렌즈로 보니 이국적으로 느껴졌달까. 2. 가족을 잃은 시부야 남매를 보다 보면, 가족이란 같은 철도(역사)의 노선을 공유하는 열차가 아닐까 싶어진다. 칸마다 저마다 짊어진 짐의 무게는 다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가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족을 만들게 되거나, 스스로 세상에 서 있을 수 있어야 하는 법.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고민과 두려움, 걱정과 외로움은 모두에게 동일하다. (극 중에 언급되는 싱글, 커플, 결혼, 육아... 한국이나 일본이나 젊은이들의 고민은 비슷하다는 것에 은연중에 묘한 위로감을 받기도 했다.) 3. 마츠 다카코를 <콰르텟>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런 활달한(?) 역할이 더 잘 맞는 것 같기도. 그래도 중학생 역할을 그냥 분장으로 퉁쳐버리는 건 좀 심했다 ;P 호시노 겐은 나에게 이미 각키의 남자인데...(ㅋㅋ) 몰입이 좀 안 되긴 하더라. 단막극이라 나는 오히려 더 좋았다. 더 길었으면 루즈했을 것 같다. 두 시간을 영화 한 편처럼 보니까 깔끔했다. 4. 주종혁 배우가 일본어를 꽤나 잘해서 놀랐다. 다국어를 할 줄 아는 배우의 매력을 느꼈다. 일본 여자친구는 다정하잖아, 부럽다. 이런 대사도 꽤 현실적이다. (그래서 더 짜증나;) 이 드라마는 일본에서 제작한 드라마이지만, 부산 로케나 한국 문화에 대해 비교적 이질감이 들지 않게 잘 연출한 것도 한국 배우가 중간 다리 역할을 잘 해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5. "돌과 모래의 예술인 '분석(盆石)' '은 헤이안 시대부터 있었대. " "처음에 뿌리는 5호 크기까지의 모래는 '네지메'라고 해서 나무나 집, 사람들을 추상적으로 나타냅니다. 자연과 사람의 조화죠. ... 그럼 시간을 그려볼까요?" 극중 요코가 맡은 책의 주제가 '분석(盆石)' 이었는데 흥미로웠다. 가레산스이 같기도 하고. 6. 기억에 남은 대사는 아래에 클리핑해둔다. (스포 주의!) "가마쿠라이지만, 시부야입니다." "진짜(マジ마지)의 어원이 뭔데요?" "마술(マジック마직쿠). 마술을 보면 '거짓말, 말도 안 돼' 진짜냐고 그러잖아." "진짜요?" "거짓말이야." "다들 왜 그렇게 날 누군가랑 이어주려고 하는 걸까? 난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데. 혼자 지낸다는 이유만으로 지금 생활에 만족하지 않은 사람처럼 여겨지는 게 뭐랄까... 좀 그래." "그런 걸지도 몰라. 지금 50세 여성의 30%는 아이가 없대. 나도 아이 둘 키운 건 후회하진 않지만, 만약 없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다른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어서. 나는 혼자서 살아갈 자신감이 없지만. 자신감이라기보단 용기? ... 술 한 잔 하고 싶지만 엄마는 돌아가서 저녁 해야지." "아무리 계획을 세운다 해도, 내일 죽어버리면 무슨 소용이야. 우린... 겪어 봤잖아." "일본인 여자친구 부러워요." "왜요?" "다정해요." "다정하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좀 기가 세잖아. 근데 일본 여자들은 그래그래 하면서 얘기도 다 들어주고 그러잖아요." "안 그래. 미야코가 얼마나 자기 의견을 얘기 잘 하는데." "일본 여자, 한국 여자 그런 게 어딨어. 다 똑같지." "있잖아, 나는 일본인이지만 다정하지 않아." "저한테 상대방 남성이 생길지 말지 필요한지 아닌지는 다른 문제잖아요? 왜 다들 제 짝을 찾아주려 할까요? 사람은 결국 혼자인데. 혼자 있으면 왜 안 된다는 건지." "저기... 왜 만나자고 하신 거죠? ... 당신은 고독하지 않아요. 그래서 쉽게 말할 수 있는 거죠. 혼자서도 살 수 있다고, 혼자가 아니라서 말할 수 있는 거예요." "'편집(編集)'이라는 한자는 '엮어서 모은다'고 쓰잖아요. 사람들을 모아서 사람과 사람을 주선하고 조율하는 게 편집자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평범해요. 대부분 잡일인걸요. 80%가 잡일이죠." "살다 보면 매일 잡일만 해요." "그렇네, 하루종일 잡일만 하지." "지금까지는 혼자 여행하는 게 쓸쓸하다 생각했는데, 자연과 일대일로 마주하니 쓸쓸하지 않았어요. 분석을 대할 때도 똑같은 기분이 들어요." "잡일 이외의 시간도 필요하다는 말이네." "잡일만 하면 삶이 쓸쓸하잖아." "인생이 쓸쓸할 때가 언제야?" "아이들이 쌀쌀맞게 굴면 쓸쓸하지. 남편보다 타격이 커." "저는 아무도 저를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때요." "집에 있을 곳이 없어서 쓸쓸해." "집에 돌아 가세요, 좀 제발." "메구로입니다. 시부야의 다다음 역." "그때는 심하게 말해서 미안해." "뭐야, 괜찮아. 그때 요코가 한 말이 내겐 전부였어. 네가 해 준 말 덕분에 지금이 존재해." "작가가 되었을 수도 있잖아." "작가가 될 사람은, 여자친구가 한 마디 한 것 가지고 글쓰기를 포기하진 않아." "그래도 미안해." "나야말로 미안해." "우시오는 에노시마 전철로 출퇴근하잖아요. 매일 전철을 타다보면 알 수 있대요. 레일의 아주 작은 뒤틀림을요. 단차가 느껴진대요. 물론 승객이 알 만한 차이는 아니에요. 불과 몇 밀리리터의 단차죠. 걸리는 느낌. ... 보수 작업으로 레일을 교체하는 거죠, 매 겨울마다 몇 군데씩. 교체하면, 단차가 매끄러워져요. 매끄러워진 레일 위를 에노시마 전철이 부드럽게 달리는 거죠. 전철 안에서 우시오는 그 매끄러움에 살짝 미소를 지어요. 못 쓰겠더라고요, 아까워서. 못 쓴 게 많아요." "문제 같은 거 없어. 싫은 점도 없고, 이 이상 좋아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아해. 하지만 오늘 그랬던 마음이 내일은 다를지도 모르잖아. 그건 너무하잖아. 윤수한테 그런 심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왠지 난... 가끔 갑자기 안절부절 못하게 돼. 내일 죽을 수도 있는데 여기 있어도 되는지. 여기서 이러는 게 맞는 건지. 이대로 괜찮은 건지, 어디에 있으면 좋을지 알 수 없게 돼. 내가 이런데 다른 사람이랑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앞으로의 인생을 함께 걷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애매하게 흘려보내지 말고 제대로 말해. 아무 말도 안하고 알아주길 바라는 건 너무 이기적이야. 상대는 남이야. 가족이 아니니까." "가족이란 뭘까?"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이제부터 벌어질 일은... 아무도 몰라. 미지의 대지가 펼쳐져 있답니다. 자주 나오잖아. 모험의 시작. 어디로 갈지 몰라. 인생에 지도는 없어. 그래도, 우리는 나아가야 해. 걱정할 필요 없어. 종착지는 몰라도 다음 역은 보이거든. 다음은 코시고에, 그다음은 가마쿠라고교앞, 그다음은 시치리가하마..." "같이 살자고 그러더라. 이런 식으로 사귀는 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넌 이상한 지점에서 섬세하더라." "그쪽은 유명인이잖아. 같이 살아도 괜찮은 걸까? 나는 괜찮지만..." "아마, 그쪽은 수십 배는 더 생각했을 거야. 모든 패턴을 가정해서 차트를 만들었을 걸. 그런 다음에 같이 살자고 했을 거야." "타니 씨는 언제 쓸쓸해요?" "와비사비의 쓸쓸함과 그냥 쓸쓸함은 다르지." "그렇긴 한데요, 여러 사람한테 물어보고 있어요." "음... 말이 안 통할때? 같은 언어로 말하는데 통하지 않을 때요." "쓸쓸하네요-" "젊은 재능, 내가 결코 쓸 수 없는 문장과 운율. 내가 스무 살이었다면 쓸 수 있었을 지 몰라. 하지만 이제는 무리지. 쓸쓸하네-" "이게 유작이 되는 건 싫어. 내 유작은 <갈매기>. 걸작으로 끝낼 거야." "선생님은 아직 죽지 않잖아요. ... 오랫동안 말할지 말지 망설였는데요, 선생님의 <갈매기>는 가작이에요. 훌륭하지만, 걸작은 아니에요. 본인도 알고 계셨었죠? 새로운 한 걸음을 위해, 연습 삼아 손바닥 소설 어떠세요?" '오랜만이에요. 그쪽은 어떻게 지내시나요. 제 근황을 말씀드리면, 요즘 쓸쓸함에 관해 생각해 보고 있어요. 이제까지 쓸쓸함을 제대로 느낀 적도 없이, 어딘가 멀리 있는 듯한 느낌으로 살아왔어요. 정말이지 무척 행복한, 사치스러운 이야기입니다. 고생을 안 했다는 건 아니에요. 어린 동생들을 우선시하다보니, 하지 못한 일들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도 제 소중한 일부예요. 지금 새삼 혼자 사는 생활을 곱씹어보고 있어요. 당신은 무엇이 가장 쓸쓸했나요? 아마 분명 아직 어렸던 아이들의 성장을 볼 수 없었던 것이겠죠. 당신의 아이들은,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어요. 조약돌을 쌓듯이, 하나씩 역을 세듯이... 저는 아이를 남기지 않아요. 당신이 보기에 그건 쓸쓸한 것이겠죠. 하지만 의외로 즐겁게 해내고 있어요. 하루하루를 영위하며, 그저 살아가고, 살아가고, 살아가고... 그저 살아가면서 작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렇게 하나의 생명으로서 사라져가겠죠. 작은 우리의 작은 삶은 어디로 이어질까요? 완전히 새롭고 매끄러운 레일이 운반해 주겠죠. 오래도록 이어질 우리의 삶을 모두 싣고서, 언젠가 닿을 머나먼 저세상까지.'
초초밥
4.0
그저 살아가며 작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렇게 하나의 생명으로서 사라져가겠죠 작은 우리의 작은 삶은 어디로 이어질까요? 완전히 새롭고 매끄러운 레일이 운반해 주겠죠 오래도록 이어질 우리의 삶을 모두 싣고서 언젠가 닿을 머나먼 저세상까지 아직 그쪽으로는 갈 수 없지만 저희를 부디 지켜봐 주세요 그럼 이만 2025.01.23
이윤경
4.0
토리와 각키의 감상평이 궁금해짐
뀍기
3.0
팀플이 멋짐
강구용
3.0
마이다 노노 보려고한건데 은근 출연진이 좋자나
TJ
3.0
주종혁 개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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